12년의 사교육을 돌아보며

지난 12년, 우리는 무엇을 향해 달렸나

by 자치언론 파란

고도 영원 디자인 고도




최근 학원가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대 준비반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됐다. 초등 의대 준비반은 유치원 때부터 성적순으로 나뉘는 반에서 최상위반에 들면, 초등학교 입학 후 의대 준비반에 들어가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그렇게 의대 준비반에 들어가게 되면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교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을 대비해 실험이나 소논문 작성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초등학생때 부터 의대 준비’ 문구만 떼어놓고 보면 굉장히 자극적이지만 돌아보자면 우리의 과거와도 크게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목고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 영어, 중학생 때는 고등 수학을 모두 떼고 특목고에 입학했고, 사교육에 절여진 학생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SKY, 카이스트 등 ‘명문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렸다. 그 과정에서 꿈이나 진로에 대한 아이의 고민은 쉽게 배제되곤 했다. 연애도 자아 찾기도 취미 생활도 미래에 대한 고민도 모두 대학에 가면 차고 넘치게 할 수 있을 거라는 ‘대학 신화’를 믿은 채 우리는 목적지에 도달했다.


대학이라는 골에 도달한 우리는 지금 어떨까? 대학 신화에 따르면, 대학이라는 목표를 쟁취한 우리는 행복하기만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사람을 빽빽하게 가둬놓았던 재수 종합학원의 기억으로 토익 학원에서 뛰쳐나왔고, 또 다른 누구는 수능을 친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꿈에서 수학 문제를 푸느라 끙끙거리고 있다. 스스로에 대한 통제권을 제한당한 채 학교와 학원을 오가던 우리는 성인이자 대학생이라는 명목으로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라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지금의 우리를 형성하는 데 사교육은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성공적이든 아니든, 대학이라는 종착점에 도달한 우리는 지난 12년간의 사교육을 돌아보려 한다.



고도

최초의 학원에 대한 기억을 돌이켜 보자면 7살 때로 돌아가야 한다. 조그맣고 똑똑하던 애들을 모아 원어민 선생님과 작문을 하던 영어 수업을 마치면 아래층의 수학 학원으로 내려가 가베와 창의력 도구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을 들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던 것도 같다. 그러나 그렇게 학교에 다니기 전부터 다니던 영어와 수학 학원, 방과 후 컴퓨터 교실, 바둑학원, 남들 다 하는 피아노와 미술, 작문과 논술을 위한 국어 학원, 5년이나 했는데 지금 그만두면 아까우니까 다니는 발레, 구몬 한자에다 어쩌다 듣게 된 세계사 과외까지. 거의 10개의 학원에 파묻혀 사는 초등학생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하루 종일 학원을 뺑뺑이 돌고 집에 돌아오면 산더미 같은 숙제가 기다리고 있던 나날들이었다.


자제와 통제력의 상실

학원이 끝나고 하루 일정을 마치면 자기 전까지 세 시간 남짓 남곤 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온전히 쏟아부어야 다 해갈 수 있는 분량의 숙제를 매일 받았다. 외워야 하는 영어 단어, 풀어야 하는 수학 숙제, 자주 밀리는 구몬과 국어 학원의 글짓기 숙제는 끝이 안 보였고, 당장 읽고 싶은 만화책이나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은 유혹적이었다…



전문은 <파란 8호: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영원

어렸던 나는 참 밝고 해사한 아이였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감이 넘쳤고, 나서기를 좋아했다. 어린이가 하기에 힘든 일도 다 하겠다고, 해보겠다고 나서서 엄마가 곤란을 겪으셨더랬다. 그 열정은 학교에서도 다르지 않아서 선생님의 질문에 손을 들지 않은 적이 없었고, 앞에 나가서 발표하는 걸 좋아하는 적극적인 아이였다.


작은 거인 같은 아이였다.


아이는 분명 자라고 있었으나, 어느 기점으로부터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한 날은 수학 학원을 옮겼는데, 반 배치고사를 봤다. 영재고 과학고를 준비하는 아이들이 다니기로 유명한 학원이었다. 배치고사를 완전히 망쳤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이지만 아직도 그 문제를 푸는 순간이 생생히 기억난다. 긴장해서 실력 발휘를 못한 건 아니고, 풀 수가 없었다. 지금껏 배운 수학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등학교 수학 문제였다. 그때 고작 열한 살의 나이였다. 배치고사를 보는 찰나 동안에 한없이 무력해졌다. 거인이었던 지난날이 무색하게 한순간에 작고 힘 없는 아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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