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덕후

나를 알기_ 내가 좋아하는 색

by 심미영 책꾸러기

빨간색과 하얀색 사이에 있는 핑크색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핑크색의 종류도 다양하다. 마젠타, 베이비 핑크, 버블껌, 코랄, 코튼 캔디 등 핑크색이라고 해도 다 같지 않다. 이 중에서도 쨍한 핑크보다는 은은한 코튼 캔디 톤을 좋아하지만 핑크색만 보면 어떤 것이든 시선이 간다. 핑크색을 마주하면 손길이 가고, 걸음이 그곳을 향한다. 마음은 이미 핑크 세상 속에 빠져있다. 핑크색을 보고 있으면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들어 마냥 행복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핑크색을 찾아보았다. 나의 소지품 중에는 핸드폰, 시계, 충전케이블, 이어폰, 파일, 필통, 학용품, 파우치, 가방, 귀이개, 분무기, 대야, 비누케이스가 있다. 거실에는 쿠션, 방석, 액자, 화분, 슬리퍼, 바구니, 쓰레기통이 있다. 침실에는 침대 시트, 베개커버, 스텐드 조명, 서랍, 커튼, 벽지, 수건, 빨래집게, 잠옷, 후드점퍼, 조끼 등이 있다. 핑크색을 헤아려 보니 이렇게 많았구나 하고 깜짝 놀랐다. 이 많은 핑크를 하나하나 고르며 소소한 행복을 누렸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새삼스레 고마움이 느껴졌다.

흔히 핑크는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색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서구문화에서는 핑크의 상징으로 여성성을 꼽는 데 반해 비서구 문화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일본에서는 핑크가 사무라이와 쓰러진 전사를 상징하는 남성스러운 색으로 여긴다. 그리고 인도에서는 핑크색이 행복과 생명을 나타내어 남녀 모두 널리 입는 색이다.

핑크의 어원을 찾아보았다. 패랭이꽃의 영어 이름이 핑크라고 한다. 패랭이꽃잎 끝이 뾰족뾰족 갈라진 형태로 되어있어 동사로 핑크를 쓰면 이런 모양으로 만든다는 뜻이되어 핑킹가위에서 핑크의 어원을 찾을 수 있다. 17세기 후반부터 색이름으로 사용되어, 현재는 거의 색깔 이름으로만 쓰이고 있다.

나는 왜 핑크색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어렸을 때부터는 아닌 것 같다. 그런 기억도 없고, 옛 사진 속에서도 핑크색이 느껴지지 않으니 말이다. 성인이 되어 물건을 선택할 때 핑크색이 끌리곤 했다. 핑크색 물건들로 채워질 때마다 행복감이 느껴지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다른 색을 좋아하려고 해봐도, 내 마음은 계속해서 핑크색으로 향했다.

간혹 내 마음이 힘들 때는 열정적인 빨간색이 아닌 핑크색을 좋아하는 나를 되돌아보곤 한다. 의견을 강하게 내세우지 못하고, 뭔가 결정을 딱 못해 우유부단할 때는 내 성격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래서 진취적이고 강렬한 빨간색을 좋아해 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핑크색을 보면 기분이 밝아지니 미워할 수가 없다.

미국의 심리학자 알렉산더 샤우스는 분홍색을 보고 있는 사람의 혈압 맥박 심장 박동수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해 핑크색이 사람을 차분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에 핑크색을 칠한 유치장의 죄수자들이 차분해진다는 결과에 따라 교도소들이 앞다퉈 분홍색을 칠한 유치장을 마련하였다. 그 실험에 사용된 핑크색을 교도소장과 선임 주임의 이름을 따 ‘베이커 밀러 핑크’라 명명했다. 스포츠계에서도 이 색을 보여주면 상대방이 지나치게 차분해져 승부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하여 상대 팀의 라커룸을 분홍색으로 칠해 경기력을 떨어뜨려 승리를 이끌어 냈다고 한다.

핑크색은 차분해지고, 긴장을 완화시켜 줄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색이다. 부드럽고, 유연하고, 섬세한 느낌을 주는 핑크색이 좋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핑크색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핑크를 찾아 나서보려 한다. 봄에는 매화, 진달래, 라일락 등 핑크빛으로 피어나는 봄의 경치를 한껏 즐길 것이다. 가을에는 핑크뮬리 명소로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그리고 세계 여러 곳에 있는 핑크 비치에 가보고 싶다. 그리스, 멕시코, 바하마,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있는 핑크 비치에 가보는 계획을 버킷리스트에 추가하였다. 보기만 해도 행복해질 것 같은 핑크 비치를 마주할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이 설렌다. 나는 계속해서 핑크색을 사랑할 거다. 핑크의 포근함이 건네주는 위안을 통해 힐링을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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