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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규섭 Feb 11. 2023

복숭아꽃이 피었습니다.

-우리그림에는 없는 무궁화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유행하더니, 아이들 놀이까지 흘러들었다.

어린 아들이 친구들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놀이를 하고 있다.      


“진경아. 무궁화는 일본 꽃이야.”

     

“그럼, 우리나라 꽃은 뭐야?” 

     

“응. 복숭아꽃이야.”  

   

복숭아꽃이라고 말한 것은, 

우리 전통채색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꽃이며 운율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놀이터에서 또래 아이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놀이를 하자니까, 

진경이가 또박또박 말한다.     


“무궁화 꽃이 아니라 복숭아꽃이래. 무궁화는 일본 꽃이래.”   

  

제법 덩치가 큰 여자아이가 발끈하며 말한다.   

  

“아니야. 무궁화는 우리나라 꽃이야.”    

 

“우리 아빠가 무궁화는 일본 꽃이라고 했어. 그렇지? 아빠?”   

  

아들을 불러 소곤거리며 말했다.   

  

“다른 아이들이 뭐라고 하던 무궁화는 일본 꽃이야. 대신 너만 알고 있어.”    

 

[니시야마 스이쇼(1879-1958)/무궁화/비단에 채색/ 129.0 × 85.0 cm/1923년.

무궁화는 일본 민족의 꽃이다.]  


아이들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배운 것을 말할 뿐이다. 

교과서나 참고서에는 무궁화가 우리나라 꽃이라고 실려 있고 선생들도 반복적으로 가르친다.  이렇게 배운 아이들을 설득할 재간이 없다.      


나는 오랫동안 우리 그림을 연구하고 창작했다.

우리 전통그림에는 무궁화가 없다. 

수묵화, 궁중회화 어디에도 무궁화는 없다. 심지어는 좋은 것은 동서양 가리지 않고 모두 표현하는 민화에도 없다.      

이것은 존재하지 않았거나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연구자에 의하면, 한반도 자생 무궁화는 단 한 종도 없다고 한다. 모두 일본에서 가져온 종을 교배한 것이다.      

[유숙(劉淑, 1827~1873)/장원홍(壯元紅)/조선후기.

어떤 사람은 이 꽃이 무궁화라고 한다. 이를 근거로 무궁화가 오래 전부터 그려졌다고 주장한다. 그림의 좌측 상단에 장원홍이라고 쓰여있다. 장원홍은 중국 국화인 모란의 대표 품종이다. 중국사람 대다수는 모란을 장원홍이라 부르고 있다. 최근 강효백 선생의 노력으로 네이버 사전에서 이 그림을 무궁화에서 모란으로 수정했다.]


일본 민족의 꽃인 무궁화를 싫어하지 않는다.

단, 일본군국주의와 친일 매국노들이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우리 민족의 정서를 말살할 목적으로 조작하고 퍼트린 무궁화가 싫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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