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규섭 Jun 21. 2023

가짜와 진짜를 가려내는 힘

해태의 진짜 상징

해치라고도 한다.

중국 문헌인 이물지(異物志)에는 “동북 변방에 있는 짐승이며 성품이 충직하여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면 바르지 못한 사람을 뿔로 받는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서울은 불에 약하다고 한다.

관악산은 불의 기운이 강한데, 경복궁 뒤의 북악산이 관악산보다 낮아서 그 기운을 막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경복궁 앞에 두 개의 해치는 불의 기운을 억누르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2008년 숭례문 화재는 토지 보상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의도적으로 저지른 범죄이다.]


그럴듯하지만, 논리적 근거가 없다.

화재가 발생하는 이유는 자연 발생이거나 인재밖에는 없다.

당시 한양은 국가의 수도이며 대도시였다. 자연적으로 화재가 발생할 확률은 낮다.      

대부분 화재는 사람의 부주의, 탐욕에 따른 인재이다.

이것은 풍수지리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재의 책임을 해치에게 떠넘기는 얄팍한 술수이자 전형적인 미신이다.      


화재를 막을 수 있는 길은,

불을 점검하고 예방할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특히 의도적 방화는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범죄 행위이다.   

해태가 아무리 많아도 이런 범죄자를 없애지 못한다.

[영조 임금이 21세 되던 해에 그린 초상화이다. 왕의 흉배에는 용을 새기지만 이 초상화에는 해치와 호랑이만 있을 뿐이다. 당시 영인군은 왕이 되기 위한 수업을 받고 있었다. 해치는 양심과 공정, 호랑이는 강인한 군자를 의미한다. 이 둘을 결합하면 양심과 공정의 정치를 하는 용맹한 임금이 되라는 말이다.]


해태는 광화문 앞에 있지 않았다.

광화문에서 50미터쯤 떨어진 육조거리의 사헌부 앞에 있었다.      

사헌부는 조선 시대 관리들을 감찰하고 법을 집행하는 관청이다.

해태는 사헌부의 상징이었다.  

사헌부의 우두머리인 대사헌이 입는 관복의 흉배에 해치를 새겼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회의사당과 대검찰청 앞에 해치 상이 세워져 있다.

양심과 정의에 따라 법을 만들고 공정하게 처리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대검찰청 별관 앞 공원에 세운 해치상인데 유난히 뿔을 강조했다.]


모두가 정의와 양심을 외친다.

특히 나쁜 놈일수록 정의와 양심의 탈을 쓴다.

그냥 나쁜 짓을 하면 될 텐데, 정의의 탈을 쓰는 이유는 뭘까?

백성들이 두렵기 때문이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일은 점점 어렵다.     

해태는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가짜를 찾는 즉시 뿔로 받아 죽이는 무자비한 존재이다.  


해태는 어떻게 진짜와 가짜를 가려낼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은 우주적 본성인 양심을 가지고 있다.

해태는 그 본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명쾌할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환장할 젓가락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