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좋아 화산(花散)일 것 같고, 단풍이 화려해서 화산(華傘)일 것도 같지만 본디 땅 이름이 화산리(華山里)이다.
인코스 2번 홀에는 화산(火山) 분화구 모양 조형을 슬그머니 끼워놓은 해학적 살가움을 엿보는 재미도 있다.
이미 [한국의골프장이야기] 첫째 권에서 다룬 곳이지만, 달라진 것은 없는지 맑은 봄날 살펴보았다.
“왜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어요. 이곳 캐디 하기가 다른 골프장보다 훨씬 어려워요.”
캐디는 “보통 10타는 더 나온다”고 손님들이 말한다고 한다. 어쩌다 가는 골퍼는, 자기 평균 타수라고 믿는 것보다 5~6타 쯤은 더 치게 될 것이다.
우선 그린의 굴곡 기복(언듈레이션)이 미묘하고 숨은 산 경사(마운틴 브레이크)가 있어 읽기 어려우며 대체로 (그린스피드 3.0미터 이상일 때가 많도록)빠르다.
그린 면이 솟은 형태(Elevated Green)이고 한 쪽 면은 반드시 위험요소를 품고 있어서 깊이 생각하고 정확한 아이언 어프로치를 하지 않으면 위기에 빠지기 쉽다. (흔히 ‘포대그린’이라는 말을 쓰는데 이 못생긴 말의 근원을 여러 ‘전문가’들에 물어보았으나 속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나는 ‘욘다이(4대)’라는 일본식 조어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추측하는데 누군가 가르침 주시기 부탁드린다. 나는 ‘솟은 그린’이라 부른다.)
티샷부터 홀에 이르기까지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시험에 들게 하는 한편, 코스 전체가 동화 속 탐험의 오솔길 같다. 저 길을 따라가면 또 다른 세상이 나올 듯한 설렘이 이어진다. 1번 홀부터 18번 홀까지의 이야기가 한 홀 한 홀 다르고 깊으며 갈 때마다 새롭다.
25년 전에 문을 연 뒤 처음 설계 그대로 코스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요즘 나오는 ‘럭셔리 코스’들을 무색하게 하는 경지가 여전하다.
1세대 설계자로 불리는 고 임상하 선생이 설계(임골프)를 했고 우리나라 골프장 시공을 가장 많이 한 ‘오렌지엔지니어링’의 초창기 시공 작품이다. 당시 ‘임골프’에서 일하던 권동영 님이 설계 실무와 현장 감리를 맡았다 한다.
일동레이크와 함께 국내 골프장들이 ‘원 그린’을 도입하도록 하는 혁신을 부른 곳이며, 한국 산중에서 자연의 흐름을 살리며 길을 낸 대표적인 코스로 칭송받아 왔다.
티잉구역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는(블라인드 홀) 인코스 4번 파4 홀은 페어웨이 왼쪽으로 10미터 정도만 페어웨이를 넓히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해 왔었는데, 다시 보니 지금 모양이 옳아 보이기도 한다. 8번 파 5홀 오른 쪽의 법면이 가팔라 부자연스럽게 보았었는데 세월이 흐르니 자연 천이가 일어나 원래 스스로 그런 듯해 보인다.
임상하 선생이 생전에 했던 말을 옮겨 적으면 이렇다.
“우리가 자연에 부득히 손 대어 개발하려 할 때, 그 자연에는 스스로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있기 마련이다. 그 모습을 치열하게 찾아내는 게 설계자와 개발자의 작업이고 의무다.”
고압선 철탑 하나 보이지 않는 행운도 누리는 골프장이다.
엊그제 강진의 골프장에 대해 적으며 다산의 글씨를 말했었는데, 화산CC에서야말로 문사의 산수화 같고 서첩 같은 정취를 느낀다.
코스 사진에 덧붙이는 도록 사진은 창암 이삼만(1770~1847)의 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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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골프장이야기] 둘째권 집필을 위한 골프장 탐사 중, 첫째 권에 수록된 골프장도 다시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 작업중의 단상입니다.첫째권이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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