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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석무 May 24. 2020

오크밸리CC 에 대한 단상


참나무는 한반도의 산에 흔한 ‘도토리나무’다.

어느 한 가지 종이 아니라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들을 두루 일컫는다. 

‘Oak Valley’라 하면 ‘도토리나무 숲 골짜기’를 이름이다.     



원주, 횡성, 평창의 경계를 짓는 태기산(1,261m) 기슭 해발 200미터 남짓 골짜기이다. 이 산에 도토리나무가 지천이고 그 너머 산 중턱에 메밀꽃 피는 봉평이 있다. 

이곳에서는 Oak Valley라 부를 때의 화려함과 도토리나무 숲 안의 조용함이 함께 느껴진다.    

 


63홀 골프코스와 슬로프 9면의 스키장, 1,150실 콘도를 갖춘 현대식 스포츠 휴양 단지인가 하면,

참나무 숲 속 산책로와 조각공원, 종이 박물관, 예술 작품 전시장인 ‘뮤지엄 산’이 있는 문화 공간이며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는 천문 공원도 있다.      



많은 사람이 모여서 노는 장소이며, 스스로의 내면과 혼자 대화하는 공간이기도 할 터인데,

골프는 여럿이 모여서 화려하게 싸우며 즐기는 놀이인지,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깨어 나가는 수행인지 알 수 없다.     



오크밸리 리조트 단지의 중심이랄 수 있는 ‘오크밸리CC’는 한솔그룹에서 1998년 문을 연 36홀의 회원제 골프장이다.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RTJ)의 설계로, 처음에는 오크, 메이플, 파인 코스의 27홀이었다가, 2003년 체리코스 9홀을 마저 열었다.     


RTJ는 1988년 용평CC에 이어 1988년에 이곳 오크밸리를 설계했고, 1993년에 안양CC 리노베이션 설계, 이어서 횡성의 오스타CC(지금의 웰리힐리), 제주도의 롯데스카이힐CC, 평창의 알펜시아트룬, 충북 음성의 레인보우힐스를 설계했다. 

강원도 산중에만 4곳을 설계한 것인데, 동부그룹에서 레인보우힐스 설계를 의뢰했을 때 “산중코스는 경험도 적고 잘 모르겠다”며 처음엔 고사했었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모르겠다.          



지난해 초 세상을 떠난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은 오크밸리가 세계 1백대 골프장에 들게 하고자 꾸미고 다듬었다 한다. 그이는 삼성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맏딸이며 전주제지를 이어받아 ‘한솔제지’로 이름을 바꾸고 한솔그룹을 일궈냈다. 나무를 재료로 종이를 만드는 회사의 사회적 책무라 여겼는지 오크밸리를 개발함에 있어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많이 했다.        


[한국의골프장이야기] 집필을 위해서, 지난 주 파인-체리코스를 오랜만에 라운드했다. 이곳 회원들은 대개 오크-메이플 코스를 좋아한다는데, 나는 파인-체리코스가 오크밸리를 만든 이 고문의 생각을 더 깊이 담고 있다 여긴다.     


파인코스 2번 파4 홀
체리코스 2번 아일랜드 홀


파인-체리코스는 시냇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오르내린다. 우리나라 골프장들이 대개 9홀을 지나면 클럽하우스에 돌아왔다가 다시 다음 코스로 나가는 것과 달리 한번 나가면 개울 아래 끝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상류 쪽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자연 흐름을 그대로 따라 길을 낸 것이다. 실개천을 옆을 따라가다가 건너뛰고 연못에 난 섬 위 그린에도 들러 간다. 넓어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 페어웨이는 넉넉한 편인데 돌다리를 건너고 동산을 넘는 듯 애틋한 아기자기함이 있다.      


흔한 말로 “천연 계류를 살려 자연친화적으로 만든 코스”다. 

이곳 개울에는 1급수에서만 사는 물고기가 떼를 지어 다닌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칠팔년 전쯤인가에는 이곳 연못에서 양식한 민물장어를 클럽하우스 레스토랑 요리로 냈던 것을 기억한다.      



이인희 고문은 오크밸리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듯하다. 그이는 1962년에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는데 아마도 아버지가 안양CC를 일구어내는 과정을 가장 많이 지켜본 사람이었을 것 같다. 

1993년에는 ‘두양산업개발’이 여주에 건설하던 골프장을 인수하여 ‘클럽700’이라는 골프장을 열어 운영했다. 당시에는 허가 받은 회원 수를 이름에 붙이는 게 유행이었는데 아직 남아있는 강남300도 그런 이름이다. 클럽700은 하이트진로가 인수하여 2002년 ‘블루헤런’으로 재개장했다.     



안양CC와 클럽700에서의 경험이 이곳을 조성하고 운영하는 큰 기준을 이루었을 것이다. 

오크밸리는 단순한 골프장, 리조트를 넘어서는 창대한 꿈과 열정이 엿보이는 곳이다. 단지 내 또 다른 회원제 골프장 ‘오크힐스CC’는 잭니클라우스(니클러스 디자인팀) 설계이며, ‘뮤지엄 산’ 건축설계는 안도 타다오가 했다. 이름 높은 설계자, 장대한 규모는 물론이고 꽃 한 송이 나무 한그루의 소소한 것마다에 이인희 고문 시대 클래식 감성이 깨알같이 살아있다.      



개장 당시로서는 최고급이라 칭송되던 클럽하우스, 숙박시설 들은 이제 유행이 지난 감성이긴 하나 아직도 정감의 깊이와 기품의 클래스가 여전하다. 골프코스의 경우에도 처음 문을 열 때 어렵다고 소문났던 언듈레이션 많은 그린, 큰 벙커, 도전적인 라우팅 등이 지금은 다소 평범해진 느낌도 있지만 여전히 견고한 고전의 격조가 살아있어 보인다. 

이곳에서 ‘한솔레이디스오픈’ 등 수많은 남녀 정규 대회가 열렸고 지금은 대학교수, 국가대표 감독 등을 지내는 선수들이 이곳에서 실력을 겨루고 우승하기도 했다. 그들이 “너무 어려워요~” 했던 코스다. 


지난 주 라운드해 보니 체리코스 8번 홀은 예나 지금이나 티샷부터 그린까지 어렵더라.


체리코스 8번 파4 홀 티잉구역 뷰
체리코스 8번 홀 세컨샷 지점 뷰


오크밸리 회원들 가운데는 현대산업개발로 주인이 바뀌면서 삼성가 특유의 서비스 문화가 사라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이도 많다 한다. 

나는 이곳 시설들을 현대적으로 리노베이션 하기보다는 그대로 살려서 계속 복원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인희 고문은 생전에 이곳에서 손수 잡초를 뽑으며 ‘생태공원’처럼 자연 친화적으로 관리했다는데 그런 생각은 주인이 바뀌었어도 이어가면 좋겠다.

앞으로 이곳에 27홀 골프코스가 더 들어서고 호텔, 어뮤즈먼트 시설도 증설될 것이라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참나무 숲 맑은 골짜기” 자연 생태계의 ‘컨셉’이 유지 발전되길 바란다. 


코스와 홀들에 대한 것은 가까운 날에 오크-메이플 코스를 답사하고 본격적인 탐사기에서 쓰려 한다. 문화 생태 시설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 

이 글은 [한국의골프장이야기] 집필을 위해 느낌을 끌어올리는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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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골프장이야기] 둘째 권 집필을 위한 골프장 탐사 중의 '워밍업' 단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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