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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석무 Dec 05. 2021

[골프 요금과 골프 시장에 대한 단상]


골프 시장이 팽창하고 골프장 요금은 폭등했다.

그러나 한국 골프 시장은 팽창한 원인 때문에 붕괴하고, 골프장들은 호황의 원인으로 인해 공황을 맞을 것임이 (지금 같아선) 자명하다.


한국 골프에서 일어났고, 앞으로 오년~십년동안 일어날 변화들은 세 가지 관점에서 해석하고 예측할 수 있겠다.

 

① 스크린골프라는 양날의 검 - 어떤 미래를 겨누나

② 패션으로 찾아온 골프 - 감각의 소비 vs. 문화의 창조

③ 프로골프, 게임, 스포츠 - 변방과 중앙, 본질과 현상의 선후·상호 관계


우리나라 골프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이런(또는 더 다양한 측면의) 관점에서 - 업계 또는 학계에서 - 각각 여러 분석, 예측 담론과 연구 논문이 나왔어야 하겠다, 지금 누군가 연구하고 있길 기대한다.

나는 변방의 경계인으로, 골프요금 인상에 비분강개하는 골퍼들과, 골프(장) 사업에 관심 갖는 지인들의 물음에 대하여, 짧은 생각을 문득 짧게 남겨둔다.


단상 ① - 스크린골프라는 양날의 검


1.

스크린골프는 한국에서 일어난 골프 혁명이다. 다들 아시는 대로, 미국인들은 이 기술을 레슨과 용품 기능 개선을 위한 ‘시뮬레이터’로 개발·사용했지만, 한국인들은 게임의 재미 요소를 극대화하여 ‘스크린골프 게임방’ 사업과 새로운 골프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스크린골프는 기술이 만든 상품이지만, 생태계는 이미 살아있는 것이라서 어디로 움직여 나갈지 모른다.  


골프 산업의 활황은 코비드19 전염병 창궐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스크린골프 덕에 골프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원인이 더 크고 본질적이다. 동네마다 있는 스크린 골프 게임방을 통해 손쉽게 골프를 접한 골퍼들이 현실의 골프장을 찾게 되면서, ‘부킹난’과 골프요금 인상 흐름은 가속되었다.  


한국인들은 마치 ‘마이카 시대’가 열리던 시절의 소비 현상처럼 골프에 유입되고 빠져들고 있다. 특히 여성과 젊은이들이 점점 높은 비율로 골프 시장의 주 소비자가 되고, 그들이 골프를 즐기는 스타일리시한 장면들이 SNS를 통해 중계되면서, 젊음과 관능, 질투와 경쟁을 자양분으로 하는 패션으로서의 골프 용품, 의류 사업의 호황이 증폭되었다.  

  

코로나 창궐 이후 세계적으로 골프가 다시 각광받는다 해도 우리나라처럼 지방 소재 골프장 요금이 몇 배로 오르고 유명 브랜드 골프 용품과 값비싼 골프웨어 상품들이 동나는 정도는 아니다.


2.

그런 한편 스크린골프는 양날의 검이다.

스크린골프는 (기술도 생태계도) 스스로 생명체처럼 진화할 것이다.


우선 기술 발전을 통한 진화는 불을 보듯 예측된다.

해상도와 VR기능이 차원이 다른 경험 세계로 진화함은 당연하더라도,

게임의 요소들은 점점 강화되어 네트워크 게임의 다차원 세계로 열리고

더 나아가 온라인 세상에서 아이템을 구매하여 아바타로 플레이하는 ‘메타버스 골프 게임’ 서비스가 가속화, 일상화될 것이다.


서른살 의 타이거 우즈와 현실처럼 라운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거스타내셔널, 싸이프러스 포인트 또는 그보다 더 환상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코스 공간에서 지구 반대편의 동반자들과 현실감 있게 라운드 하는 것쯤은 당연히 이루어지겠다.

벙커와 러프 같은 느낌을 실감하게 하는 기술은 마음만 먹으면 실현될 수 있다.

(이 변화는 머지않아 찾아온다. 기존 가맹점들의 공간과 기계를 업그레이드하는 이해관계 조정이 더 예민한 문제일 텐데 이런 틈새를 혁신적인 신규 업체들이 파고 들것이다.)


3.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스크린골프를 현실 골프보다 재미있어 하는 (세대)사람들이 더 많은 시대가 온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스크린을 통해 골프를 익힌 뒤 골프장에서 ‘진짜 골프’를 하게 되지만, 이 과정이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은 ‘연습장과 골프장’이라는 과거 습관의 이분법적 착각일 뿐이다. 스크린골프는 연습과 실전 게임의 구분이 없는 자체 완결성을 갖고 있다.

 

어느 순간의 특이점이 오면,

스크린 골프에 익숙한 골퍼들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스크린골프를 현실 골프보다 진짜처럼 (익숙하게)여기고, 더 편안하게 느끼며, 재미있어 할......

그럴 가능성이 크다.  

(스크린 골프 이전에도, 한국 골퍼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은, 자연과의 투쟁과 교감을 통해 인간을 되찾아가는 골프의 본질적 가치를, 이미 상당 부분 잃었거나 잊었다. 스크린골프는 '게임'에 몰두하는 한국 골퍼들의 경쟁 성향을 가장 큰 양분으로 생태계를 키워왔다.)


스크린골프로 입문한 이들이 골프장에서 매너와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다는 탄식도 들린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그것은 과도기의 관점일 수도 있다.

적어도 현실 골프장보다 메타버스 골프에 더 친숙한 골퍼들의 세대가 올 것이다.


자명한 것은, 현실 골프와 스크린(메타버스) 골프가 서로 도울지 아닐지 자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4.

그때가 오면 현실의 골프장 가운데

진정한 본질 가치를 가진 것만, 살아남게 될 수도 있다.

골프장들은 스스로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분명히 증명해야 한다.

내가 쓰고 있는 [한국의골프장이야기]는 그 진정한 본질가치를 해석하고 찾는 작업이(라 눙친)다.


...............


언제 시간이 다시 나면, 다음의 이야기도 적어보려 한다.

 

② 패션으로 찾아온 골프 - 감각의 소비 vs. 문화의 창조

③ 프로골프, 게임, 스포츠 - 변방과 중앙, 본질과 현상의 선후·상호 관계


[한국의골프장이야기]를 적어나가기에도 시간 겨를이 없기에 언제 쓸지는 모르겠다.

골프장 요금이 너무 올랐다고 분개하시는 분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골프(사업)에 관심 있는 분들의 통찰을 돕기 위해 생각나는 대로 적어 두었다.



만화 같은 이야기로 보는 분도 있겠다. 내가 만화를 좋아하기 때문으로 흘려들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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