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잠들기 전 머리맡 스탠드 밑에서 내가 책 읽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평소에 책을 눈앞에 펴고는 있지만 읽는 둥 마는 둥 하는 둘째조차도 내가 책을 읽어주는 것을 들을 때면 초집중 모드가 된다.
누가 자녀를 내 목숨보다도 사랑한다 했던가. 내 목숨은커녕 나의 귀차니즘조차 아이에 대한 사랑보다 우선시되는 상황을 종종 맞닥뜨린다.
"엄마~ 자기 전에 책 읽어줘~"
아이들이 저녁 9시 전에 잠드는 일은 거의 없으니 책 읽는 일을 피해보려고 나는 얕은꾀를 낸다.
"엄마한테 책 읽어달라고 할 거면 9시보다 일찍 침대에 누워야 돼."
며칠 전 감기몸살이 심해서 이른 저녁 소파에 기대어 늘어져 있었다. 그날따라 밤 9시가 되기 전에 첫째 아이가 일찍 자겠다며 책을 읽어달라고 가져왔다. 평소에 한 말이 있으니 읽어줘야 하는데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래서 완곡한 거절의 의미로 말도 안 되는 답을 했다.
"엄마가 오늘은 몸이 너무 아파서 어려울 것 같은데...... 혹시 오늘은 OO이가 엄마한테 책 읽어줄 수 있어?"
예상과 달리 아이는 나보고 얼른 누우라고 하더니 이불을 덮어주었다. 책장 앞에서 잠시 고민을 하더니 [잠이 온다, 잠이 와]라는 동화책을 가져와서 내 머리맡에서 읽기 시작했다. 대사 부분은 나름 말하듯이 읽어주기까지 했다.
부끄럽지만 이불을 덮고 누워서 아이가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기분이 나른해지며 좋았다. 혼자 독서를 할 때도 잔잔한 음악을 들을 때에도 느끼지 못한 감정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 아이들이 왜 그렇게 내가 머리맡에서 책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