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물었다. 미래를 볼 수 있다면?

by 서원

초등학교 2학년인 첫째 아이가 영어학원에서 발표 숙제를 가져왔다. 주제는 '만약 당신에게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다면,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시겠습니까?'였다.

10년 뒤에 어떤 어떤 기업들이 잘 나가는지 알 수 있다면 지금 미리 투자를 해서 엄청난 부자가 될 수 있을 텐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주인공 진도준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엄청난 부자가 된 것 같아 잠시 설렜다.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무슨 대답을 할까.

"OO이는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다면 뭐가 하고 싶어?"

아이는 1초 만에 답했다.

"1000년 뒤에 우리가 지금 사는 집이 어떤 모습일지 보고 싶어."

응......? 지금 미래를 볼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이렇게 쓰겠다고?

"미래에 모든 걸 볼 수 있다고 상상해 봐. 그런데 단지 우리 집이 어떻게 변했는지만 보고 싶은 거야? 그거 말고 다른 궁금한 거는 없어?"

"100년쯤 뒤에 과학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고 싶어."

응......?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으로 물었다.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정말 유리할 것 같은데, 더 궁금한 거는 없어?"

아이는 고민을 하더니 답했다.

"더 궁금한 거는 별로 없는데...... 음......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궁금해."

잠시나마 상상 속에서 큰 부자가 되었던 나의 짜릿함이 무색하게 아이와의 대화는 심심한 듯 끝이 났다. 그리고 아이는 정말로 이 답변을 토대로 발표 준비를 했다.




통장 잔액은 그래도 아직 내가 너보다 더 많은데.

너는 나보다 마음이 훨씬 부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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