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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박 Dec 21. 2022

계절의 온도와 닮아 있는 인연들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그리고 『원스』

‘영화, 보고서’가 열 번째 시간을 맞이했다. 2022년에 발행하는 마지막 기록물인 만큼 특별한 주제로 심심한 고찰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만남을 통해 ‘인연’이 완성된다. 오늘 살펴볼 작품에는 특별한 만남을 계기로 인연이 된 네 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서늘한 밤공기와 바람에 나부끼는 함박눈. ‘겨울’이라는 특정한 시기를 나타내는 상징들이 더해져 이들 만남은 마치 이 계절의 온도와 맞닿아 있는 듯하다.


계절의 분위기 혹은 그 온도가 스크린 속에서도 느껴지는 것만 같은, 흔히들 말하는 ‘계절감‘이 물씬 풍기는 두 작품에 주목해 보았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 2001

© Bridget Jones's Diary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기록한 다이어리 하나가 놓여있다. 여기에 로맨틱한 만남까지 곁들여진다. 아름답게 흩날리는 눈송이를 배경으로 마주하는 연인들의 낭만적인 이야기는 이 계절의 온도와도 닮아 있다.


시종일관 낙천적이면서도 때론 충동적인 모습을 보이곤 하는 ‘브리짓 존스’. 그럼에도 그런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럽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꾸밈이 없는 진실한 마음으로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매 순간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한없이 투명해지는 우리 모습과도 닮아 있어 그녀의 행복을 저절로 응원하게 된다.


우리 인생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그 모습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아는 인연을 만날 확률은 과연 몇이나 될까. 뒤에서 묵묵히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이야말로 그 어떠한 가치와도 맞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란 것을.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만난 그들이 함께 써 내려갈 페이지에는 어떠한 낭만적인 이야기가 채워지게 될까?

『원스(Once)』, 2007
© Once

한적한 밤거리, 낡은 기타를 통해 지나간 과거를 노래하는 남성에게 말을 건네는 여성. 그렇게 그들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화려한 기교도 꾸밈도 없는 카메라 앵글을 따라 이들 감정에 솔직하게 부딪혀 보는 것.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라고 할 수도 있겠다.


즉흥적인 연주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내는 이들 모습은,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 마주하는 떨림과 기대감을 여과 없이 담아낸 낭만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다. 여기에 ‘음악’과 ‘인연’을 바라보는 두 남녀의 투박하지만 진실된 마음까지 더해진다. 낭만적이면서도 담백한 이 계절의 온도와 맞닿아 있어 이맘때 즈음이면 생각나는 묘한 매력을 지녔달까.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 음악적인 교감, 그리고 그 이상을 넘어선 인간적인 감정을 공유한 두 남녀. 비록 이들 관계는 그 계절을 닮은 쌉쌀한 온도를 머금은 채로 끝이 났지만, 헤어짐을 통해 완성되는 인연도 있다. 이별을 마주할 줄 알아야 비로소 새로운 만남을 시작할 수 있음을.


© 2022. 박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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