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필하모닉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여덟 번째 시간을 맞이하는 작가 박의 고찰 주제는 '지나간 기억 속 잔상 돌이켜 보기'이다.
어느덧 2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차츰 무더위가 찾아오고 있었던 5월 말, 경기필하모닉의 세 번째 마스터피스 시리즈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무소륵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 섹션이 총동원하여 화려한 포문을 열었던 도입부 부분이 강렬했던 곡. 민둥산에 모인 마녀와 귀신들이 악마를 숭배하는 연회를 벌이는 기이한 장면을 담아낸 표제음악이라는 특징 덕분에 장면이 생생하게 연상되었다. 기괴하고 위태로운 소리를 내는 관악기와 현악기 섹션이 인상적이었는데, 마치 마녀와 귀신들의 난장과 그들의 웃음소리를 표현하는 듯한 현악기 섹션의 사실적인 연주는 여운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두 번째, 글라주노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a단조 작품82"
송지원 바이올리니스트의 협연으로 진행된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리니스트의 화려한 기교와 깊이 있는 울림을 보여준 연주 덕분에 전체적인 곡 분위기는 처연하지만 우아한 느낌이 압도적이었다.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을 연상시키는 듯한 마지막 악장이 인상적이었다. 관현악 섹션과 독주 바이올린이 서로 반복적으로 주고받으며 변주를 이어나가는, 일명 티키타카의 선율이 엿보였던 사운드로 시청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세 번째,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친구 하르트만의 유작 전시회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무소륵스키의 대표적인 표제음악. 개인적으로 좋아라 하는 작곡가 라벨이 편곡한 관현악 버전으로 연주되었다. '2곡 고성', '3곡 튈르리 궁전' 등 그림에서 얻은 영감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의 특징 덕분에 스토리 라인이 돋보였던 무대였다. 현악기 섹션의 피치카토 주법이 멜로디 라인을 이끌어 나가는 요소로 빈번히 등장해 반가웠다. 악장이 거듭할수록 속도감과 웅장함의 깊이가 커져만 가는데, 마지막 악장 '키예프의 대문'에서 화려함이 최고조를 장식함과 동시에 무대 공간의 여운을 객석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생생한 연주와 더불어 지휘자와 연주자 간의 미세한 호흡마저도 느껴졌기에 연주가 거듭될수록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무대 공간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감동과 여운의 깊이가 마치 오래된 잔상과도 같이 지금까지 생생하게 떠오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은 아닐까 싶다. 서로 다른 모습과 원리로 다채로운 소리를 내는 악기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하는 하나의 이야기를 선보인다는 것.
경기필하모닉이 준비한 세 번째 마스터피스 시리즈 덕분에 오케스트라의 다채로운 매력에도 한층 더 빠져들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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