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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Mar 29. 2022

<사내 맞선> 재밌어서 돌아버리겠다!

유치한데 끌리는 드라마.

  원래 유치한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유치한 드라마는 좀 뻔하다고 해야 하나. 드라마를 봐온지 어언 20년이 넘다 보니 웬만한 드라마는 성에 차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이상하게 끌리는 드라마가 있다.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다시피 <사내 맞선>이다. 왜 이렇게 재밌는지 모르겠다.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표정이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된다.

<사내 맞선>을 보는 내 모습.

 김세정이 안효섭을 어찌나 사랑스럽게 바라보는지 둘이 진짜 사귀는 줄 알았다. 솔직히 말해서 작품성이 뛰어나다거나 신선하다거나 그런 건 1도 없다. 그런데 클래식은 영원하다고 했던가. 이 뻔한 드라마에 푹 빠져버렸다.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에 딱 좋은 작품이다.

 시대 반영도 꽤 잘했다. ‘계 차장’이 성차별적인 언어를 사용할 때 곧바로 지적하는 장면이라던가, 여주인공이 주체성 있게 행동하는 장면이라던가. 그리고 내가 놓쳤을 수도 있지만 ‘강태무’가 ‘신하리’를 막무가내로 끌고 가는 장면도 없었던 듯하다. 그 옛날 <꽃보다 남자>에서 봤던 남주인공의 심한 무례함과 폭력성을 보지 않아도 돼서 좋기도 하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플롯을 가지고 있지만 불편한 부분을 많이 없애려고 노력한 것 같다.

 또, CG도 관전 포인트다. 중간중간 재밌는 CG들이 적재적소에 나오는데 드라마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거 같다. 영화 <남자 사용설명서>의 재밌는 CG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특히 ‘시조새’가 정말 귀엽다. 문득 이런 CG 같은 것도 어디에 어떻게 들어갈지 대본에 다 쓰여 있는 건가 궁금하기도 했다.

 이제 종영까지 2회가 남았다. 아마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상천외한 결말이 나오진 않을 것이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연애의 결말이 결혼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틀을 좀 깨 줬으면 한다. 연애의 결말이 결혼이어야 꽉 닫힌 해피엔딩이라는 그 편견을 깨 줬으면 한다. 사실 사랑만으로 행복할 수 없는 게 없는 게 결혼이니까.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연애를 실컷 즐기는 장면으로 끝이 났으면 좋겠다. 사전제작이라 이미 정해진 결말이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정말 광대가 행복했던 작품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재밌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이제 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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