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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May 24. 2024

일본 히키코모리의 시작 ; 방 안에 숨겨진 이야기

2024 은둔고수 양성 프로그램 Chapter. 2


  두 번째 수업은 은둔형 외톨이 민간 지원 단체 ‘K2 인터내셔널‘에서 10년 넘게 근무하셨던 활동가 오오쿠사 미노루 씨가 오셔서 진행해 주셨다.



 일본 히키코모리의 기원과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놀라웠던 건 히키코모리의 역사가 생각보다 훨씬 길다는 거였다.  무려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디지털 기기가 지금처럼 발전하기 전에도 이미 존재했다는 소리다. 오오쿠사 미노루 씨도 이 점을 강조하시며 혹자가 말하는 비대면 서비스의 발달 때문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1970년대에 바로 심각성이 대두된 것은 아니다. 1970년대에 ‘등교 거부’를 하던 청소년들이 40~50대가 되면서 주요 사회 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8050문제‘가 촉발되어 버린 것이다. 이미 장성하여 중년이 된 자녀를 70~80대가 된 부모가 계속 부양해야만 했다. 그때부터 정부에서도 본격적으로 대책을 강구한다. 이후 생활과 금전적인 부분 등에 지원이 이루어졌지만, 일본의 히키코모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오오쿠사 미노루 씨는 그 이유를 비유적으로 설명해 주셨다.


 “식물의 잎이 시들어가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양 보충이요.) 맞습니다. 그 영양 보충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양제를 놔줍니다.) 영양제를 시든 잎에 발라주면 될까요? (아니요. 뿌리에 놔주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뿌리, 즉 근본부터 해결해야 해요. 그걸 해결하지 않고 겉에 드러난 부분만 신경 쓰면 힘들어지는 거죠.“


 굉장히 인상적인 말씀이라 기억이 선명하게 난다. 그 근본으로 많이 언급된 것은 능력주의와 신자유주의였다. 지나치게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는 바람에 그에 미치지 못하면 배제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꽤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이는 ‘내가 나로 사는 것이 사회로부터 부정당하고 있는 듯한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청년 전반에 정체성 위기의식이 깔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고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것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지원 제도에 배울 점은 있다. 일단 일본은 히키코모리 지역 지원센터를 적극적으로 설치하고 대응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특히 안전지대로 여겨지는 이바쇼(아지트) 만들기에 힘쓰는 상황이다. 한국에도 이와 유사한 ‘두더집’이라는 게 있는데, 모 시장에게 이러한 공간을 더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정말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단순히 은둔형 외톨이들만을 위한 게 아니다. 크게 보아 모든 청년들을 위한 것이다. 힘들 때 안전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모 센터에서 다시 추진 중이라고 하는데 부디 잘 성사가 됐으면 좋겠다.


 다음 시간에도 오오쿠사 미노루 씨가 오셔서 본인이 생각하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고 한다. 실무 종사자 입장에서 의견을 내어주실 것 같다. 이제 두 번째 수업이긴 하지만 들을수록 세계가 확장되는 느낌이 든다. 그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재확인할 때도 그렇다. 차근차근 배워 나가며 나만의 방법도 찾아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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