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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Jun 01. 2024

은둔형 외톨이를 줄이는 방법 ; 근본부터 시작하기

2024 은둔고수 양성 프로그램 Chapter. 3

* ‘늑대’는 ‘호랑이’의 오타입니다!


  세 번째 수업도 은둔형 외톨이 지원 활동가 오오쿠사 미노루 씨가 해주셨다. 커리큘럼대로만 진행된다면 미노루 씨를 본 과정에서 보는 건 마지막이 될 것이다. 워낙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셔서 말미에는 아쉬운 마음이 살짝 들었다.



 이번 시간에는 지금까지 배운 걸 바탕으로 좀 더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해결 방법에 대해 모색해 보았다. 풍성한 내용이 많았는데 아쉽게도 다 담지는 못했다. 내 한계다. 그러니 이보다 더 깊은 논의가 담긴 콘텐츠가 앞으로 많이 나오길 바란다. 분명 유려하게 담아낼 수 있는 능력자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정말 중요한 부분들은 놓치지 않고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호랑이가 방 밖에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이건 은둔형 외톨이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아니지 않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하지 못할 경우 우리는 계속 틀린 답을 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전제를 뒤집는 게 어쩌면 가장 강력한 해결 방법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처음에 이 문제를 봤을 때 나는 당연히 정답이 3번 ‘경찰에 신고한다’라고 생각했다. 방 밖에 호랑이가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잘못된 문제의 한정된 선택지 안에서 좁은 상상력을 발휘하며 답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오오쿠사 미노루 씨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머릿속 전등에 불이 켜진 느낌이었다. 경찰에 신고하는 건 ‘후속 조치’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을 때 하게 되는 불가피한 선택 말이다. 우리는 국가라는 공동체 안에서 산다는 것만으로 안전하게 살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종종 잊고 산다. 사회가 그걸 종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애초에 맹수가 날뛰는 세상에 놓여서는 안 된다는 걸 망각하도록. 은둔은 그런 점에서 이를 더 이상 망각하지 않겠다는 가장 적극적이고 정치적인 시위라고 볼 수 있다.


 시위를 끝낼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먼저 들어야 한다. 시위는 이대로는 못 살겠다는 호소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는 내가 ‘마동석’처럼 강해지길 바랐다. 그러나 이제는 약해도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빠르지 않기 때문에, 강하지 않기 때문에 장점마저 퇴색되는 게 싫다. 국가의 이런 수직적인 구조는 너무나 쉽고 편리하게 곁에 있는 사람을 탓하게 만든다. 병이 안 드는 게 이상하다.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지원이 이제 걸음마 단계인 것도 국가가 그동안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솔직히 현 정부에서 큰 발전이 있을 거라 기대하진 않는다. 하지만 마음을 모으는 사람들이 있으니 외롭진 않다. 함께 다음 정부 때라도 변화가 있을 수 있도록 씨앗을 심어볼 작정이다.


 다음 시간에는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은둔 당사자와 가족에 대한 기본 상담 태도에 대해 학습한다. 왠지 역할극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기대되면서도 떨린다. 아직 같이 수업 듣는 분들과 친한 편이 아닌데 이번 기회로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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