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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농부 Dec 23. 2020

달팽이 꿈꾸다

달팽이 농부의 꿈

“식용 달팽이? 아니 왜? 어쩌다 그걸 하시게 되었어요?” 나에게 하는 가장 단골 질문이다. 

글쎄 왜 이 생소한 걸 하게 되었을까. 2011년 가을 무렵 오랫동안 일했던 외식 프랜차이즈 회사를 이직할 

시기였다. 그때 우연히 지인 중 한 명이 달팽이 어때? 라며 물어 왔다. 갑자기 무슨 달팽이? 

나도 프랑스 여행 때 달팽이 요리를 먹어 본 적은 있다. 그땐 달팽이 요리를 맛보며 그냥 골뱅이가 난 거 같은데? 라며 농담 식으로 말을 한 기억이 있다. 그랬던 내가 실제로 달팽이 농장을 하게 될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마침 회사 이직을 준비하던 시기라 달팽이 농장을 다녀 보기로 했다. 그렇게 달팽이에 대하여 알아보다 오히려 내가 더 달팽이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달팽이는 영양 측면에서도 우수하고 미용에도 이용되고 소자본 투자도 가능하다. 또, 병충해도 없으며 1년 내내 생산도 가능하다. 이렇게 좋은 점이 많은데 왜 많이 안 하는 걸까? 무슨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달팽이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려 해도 통계 자료도 없고 문의할 곳도 없었다. 유일하게 있었던 관련 책은 너무 오래된 책일 뿐이었다. 무작정 농장을 방문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농장을 여러 곳 다녀볼수록 오히려 실망감만 들 뿐이었다. 농장 내부는 너무 어둡고 지저분하고 열악했다. 분양을 받지 않는 이상 별다른 얘기도 듣기 어려웠다. 규모도 생각보다 작았고 기껏해야 건강원, 진액(즙) 등으로 판매하는 수준이었다. 아! 많이 하지 않는 이유를 좀 알 거 같았다. 물론 어려운 도전이겠지만 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개척해 보고 싶었다. 꼭 한번 도전해 보리라 여기며 지방까지 다녀보다 겨우 맘에 드는 곳을 만나 시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결정하는 데 불과 3개월여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땐 지금 아니면 도전해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오랜 직장생활도 싫어지고 열정에 불타 일하던 시절은 서서히 식어 가던 때였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은 본사와 가맹 점주와의 현실 차이가 컸다. 일할수록 성취감보단 마치 잘못이라도 하는 듯했다. 이런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랄까. 그래서 이직하게 된 것을 오히려 반가워하고 있었던 때가 아닌가 한다. 그런 시기에 달팽이 농장이 좋은 도피처가 되어 줄 거라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결혼한 지 1년밖에 안 된 신혼 초기였고 아이도 없었기에 결정할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였기도 하다. 어쩌면 모든 것이 운명처럼 여러 여건이 맞아떨어진 듯하다. 아니면 이유를 만들었던가. 


 그렇게 하여 2012년 2월 말 달팽이 농장을 드디어 시작하게 되었다. 요즘 사회적으로 베이비붐 세대 등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이 귀농·귀촌으로 눈길을 많이 돌린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귀농·귀촌 가구가 2019년도 한해 32만 가구가 넘고 46만 명이 넘었다.연령별로는 귀농·귀어는 50대가 각각 37.3%, 34.8%로 가장 많았지만 귀촌은 30대 이하가 49.7%에 달했다 2030 세대가 귀촌을 주도하는 경향이라며 청년 귀농·귀촌 대책을 강화한다고 한다. 도대체 50%나 차지하는 2030 세대는 다 어디 있단 말인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공기 좋은 곳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귀농·귀촌과는 거리가 멀다. 보통 이런 사람들은 외지인이라 부른다. 귀농이란 말뜻은 정확히 하자면 농촌에서 일했던 사람이 다른 일을 하다 다시 농사를 지으려고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귀촌은 말 그대로 촌으로 돌아가거나 돌아온다는 뜻이다. 나처럼 촌에 내려갈 목적도 아니고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다시 지을 목적도 아닌 사람은 취농(비전을 보고 농업을 직업으로 선택함)이라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우리나라에선 일반적으로 귀농 귀촌 귀어 세 분류로 나눠 사용한다. 그중 대부분이 귀촌이다. 어느 것이 되었든 철저한 준비도 필요하고 오랫동안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좀처럼 정착하기란 쉽지가 않다. 막연하게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다 생각했던 현실과 달라 포기하고 다시 돌아가는 이도 적지 않다. 그래서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하며 여러 아이템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투자한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도와주질 않고 보기 좋고 듣기 좋은 말로 현혹한다. 또한, 과장된 광고로 비현실적인 꿈을 실현해줄 듯 유혹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인생 제2막의 꿈이 다시 악몽으로 변하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가끔 접하기도 한다. 


 본 달팽이 농장에도 귀촌을 준비하거나 기존 농사일을 변경하기 위해 많은 분이 문의하거나 방문상담을 요청한다. 나에게는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볼 좋은 기회이자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현실적인 준비나 계획을 하고 오는 분은 많지 않다. 농사는 힘들어서 엄두도 나질 않으니 뭔가 쉬운 일을 찾는다. 단순히 구경 차원 혹은 투자 대비 얼마나 벌 수 있는지 등 희망적인 것들만 기대하고 오는 분이 많아 조금 아쉬운 생각을 하곤 한다. 어느 분야나 종목이든 남들이 좋다고 해서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간혹 TV에선 귀농 프로그램으로 달팽이 농장을 소개하며 마치 억대 성공 귀농인으로 비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 역시 방송 프로에 10여 차례 이상 촬영을 하며 달팽이를 알리겠다는 목적으로 방송에 출연했다. 그러나 짧은 시간 안에 의도한 것을 알리기엔 너무나 역부족이었다. 거기다 성공 귀농인이라 불리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다. 간혹 달팽이 양식업 ‘추천할 만한가요?’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사람도 있다. 솔직히 쉽게 추천할 만한 사업은 아니다. 외국처럼 교육프로그램부터 판매, 수출 등 판로 부분까지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 추천할 수 있겠다. 아쉽지만 우리나라는 그 흔한 조합조차 제대로 된 곳이 없다. 몇 년이 걸리는지도 모르고 스스로 판로를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 물론 농장끼리 교류도 하고 좋은 취지로 조합을 만들어 노력하고 있지만 좀처럼 활발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결코 어려운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반드시 좋은 기회가 있게 마련이다. 기존처럼 달팽이가 수요보다 공급을 따라가지 못한다느니 수매를 해주겠다느니 수출을 하겠다느니 등의 막연하고 비현실적인 내용은 다루지 않을 것이다. 비현실적인 말들로 분양에만 급급하여 제대로 된 달팽이 양식업을 해보지도 못하고 포기해야만 했던 분들을 여러 차례 봐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달팽이 양식업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고자 해도 관련 내용을 쉽게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여기선 실제 달팽이 농장의 준비 단계부터 양식기술 노하우 활용사례 등 모든 것을 과감히 공개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기술서처럼만 설명하고 싶진 않다. 영농 기술서처럼 100% 검증된 것이 아니기에 완벽한 달팽이 양식기술이라 단정 짓기도 어렵다. 30대에  취농을 택하여 달팽이 농장을 하며 겪어온 경험이 담긴 글로 봐주셨으면 한다. 검증된 양식법이 없기에 나보다 더 잘 키우는 분이 계실 수도 있다. 달팽이 양식업이 앞으로 발전하려면 양식기술이 좀 더 보편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싼 분양가에 고민하기보단 합리적인 비용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생소하게만 여겨졌던 식용 달팽이가 좀 더 대중적으로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은 다른 농장주분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앞으로 달팽이 양식업이 정식 농업 작물로 인정받고 발전하는데 나의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희망해 본다. 그리고 귀농이든 귀촌이든 고민하는 분들에게 나 같은 예도 있구나 하는 재밌는 사례로 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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