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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농부 Dec 26. 2020

네 꿈이 뭐야 - 1

part-1

꿈을 적으시오. 어릴 적부터 많이 보던 말이다. 내 앞가림도 하기 힘든 나이에 심지어 10년 후 나의 모습까지 적으라니. 어린 시절 꿈은 과학자, 대통령, 선생님 뭐 이런 것들 밖에 적을 줄 몰랐었다. 아니 그냥 생각 없이 적어 낸 거다. 당연했다. 꿈이 뭔 줄 몰랐으니까.  어느 한 TV 프로에서 아이들에게 인기 많은 유튜버가 출현한 적이 있었다. 그 유튜버는 “요새 초등학생들 꿈이 유튜버(크리에이터)가 많다더라!”라고 말하며 초등학생 아이게 “너는 꿈이 뭐야?”라고 물었다. 그러자 “어 저는 꿈이 없어요”라고 말하며 의기소침해했다. 그러자 그 유튜버는 “아, 꿈이 없어? 근데 나는 꿈이 없는 게 맞는 것 같아. 벌써 확고한 꿈이 있으면 세상을 좁게 보지 않을까?”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너는 뭐든 될 거야. 훌륭한 사람이 되면 돼”라며 응원의 말도 잊지 않았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우린 있지도 않은 꿈을 억지로 생각해내 적어내길 강요받아 왔었다. 저는 꿈이 없어요! 라고 말할 줄 아는 초등학생도 난 매우 기특해 보였다. 


 과연 확고한 꿈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꿈이 없다고 말하면 마치 뭔가 뒤처지거나 계획 없는 사람이 되는 것만 같다. 꿈이 뭘까? 사전적 의미로는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이라고 나와 있다. 그다음 뜻의 의미에 난 순간 웃음이 터졌다.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작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 그렇다면 꿈은 희망이나 이상이 될 수도 있지만, 헛된 기대나 생각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아닌가. 꿈은 무언가 엄청나게 좋아해야 하고,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고, 인생의 의미이자 목표가 되어야 하는 것. 그런 것 이어야만 했다. 그런 것만이 꿈이고 그런 게 아니면 꿈이 아니었다. 하지만 난 그런 꿈이 없다. 그렇게 30년을 넘게 살았다. 그렇다고 내 인생이 꿈이 없는 실패자라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난 스스로 일을 선택했고 또 거기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꿈이 인생의 의미가 될 수 있을진 모르겠다. 꿈이 없는 인생이라고 의미 없는 인생이 되는 건 아니다. 인생의 의미를 내가 어떻게 부여하는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내 앞에 닥친 수많은 일을 선택하고 순간순간 소중하게 보낼 줄 아는 용기만 있으면 된다. 걱정은 개나 줘버려!


 이런 꿈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자기계발서가 유행처럼 나오고 지금도 다른 방식으로 꾸준히 나온다. 이젠 자기계발서도 상당히 전문적이다. 거기에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한 BTS [Do You]라는 노래에서 일침을 가한 가사가 있다. “난 세상에서 자기계발서가 제일 싫어, 아프니깐 청춘이다? 그딴 위험한 정의가 제일 문제야!” 이 말에 과연 누가 쉽게 반박할 수 있을까. 전 세계 수천만 아미 팬의 공격을 받아낼 자신이 있다면 말이다. 이젠 시대가 바뀌었다. 막연하고 뜬구름 잡는 듯한 조언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직접 보여주고 말해야 한다. 그렇게 BTS는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자기계발서가 되어가고 있다. 


 내가 해봤는데 말이야. 내가 살아보니 말이야. 이렇다 저렇다 하는 말은 이제 듣지 않는다. 꼰대 취급만 당할 뿐이다. 여기서 난 나이가 많으니 꼰대는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나이가 많아진다고 꼰대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10대든 20대든 한두 살 차이라도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면 꼰대가 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린 젊은 시절 이런 말을 많이 보고 듣고 자라왔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가야 성공한다.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고, 당연시하게 생각하고 지내왔다. 그런데 말입니다. 청춘이라고 생각한 시기에 그 누구도 젊을 때 행복하게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준 사람은 없었다. 우린 행복하길 원한다.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 행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린 그냥 행복하게 살고 싶은 거다. 그게 청춘일 때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말이다. 


 자 좀 더 쉽게 생각해 보자. 젊어서 행복 노년에 행복. 젊어서 행복 노년에 불행. 최상은 모두 행복이지만 그래도 하나는 행복이다. 자 다음은 반대로 젊어서 불행 노년에 행복, 젊어서 불행 노년에 불행. 하나는 행복이지만 최악은 모두 불행이다. 그러므로 최소한 하나는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젊어서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 여기서 변수가 하나 있다. 인생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지 않나. 젊어서 행복 사망. 정말 행복한 인생만 살다 가는 거다. 완전 이득. 반대로 젊어서 불행 사망. 정말 불행한 인생만 살다 가는 것이다. 완전 손해. 자 그럼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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