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허니버터칩을 꿈꾸는 과자들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은 어디에 있을까

by Yunji Woo

작년 이맘때쯤 대한민국에는 허니버터칩 열풍이 불었다. 편의점에서는 허니버터칩이 입고되기가 무섭게 바로 동이 났다. 편의점 점주에게 연락처를 주며 '허니버터칩이 입고되면 꼭 연락해달라'라고 부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허니버터칩 있어요?' 라고 물어보면 마약 밀거래 상인처럼 으슥한 곳에서 하나씩 감자칩을 꺼내준다는 도시 전설도 퍼졌다. 지나칠정도로 구하기 어려운 탓에 사실 공장에 불이 난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있었다. "너 허니버터칩 먹어봤어?"는 친구들 사이의 안부 인사가 되었다.


사실 허니버터칩이 그렇게까지 특별한 맛은 아니다. 기존의 감자칩에서는 소금의 짠맛이 주였다면, 허니버터칩은 꿀과 버터의 달달한 기름진 맛을 소화해냈다는 것이 차이다. 맥주 안주로 먹으면 딱 좋은 정도다. 기존의 감자칩에는 없던 맛이라고 하지만, 꿀과 버터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맛이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화이트 스페이스'는 아니다. 특별할 것 없는 감자칩이지만, 허니버터칩은 마케팅을 통해 특별한 과자로 변모했다.


허니버터칩 마케팅은 SNS에 중심을 둔다. SNS를 통해 새로운 과자라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유명인까지 제품을 들고 인증샷을 올리며 일반인들에게도 접근하기 쉬웠다. 또한, 너도나도 인증샷을 올리게 되면서 인증샷을 찍기 위해 한번쯤은 꼭 먹어야 하는 과자가 된 것이다. 현재까지 인스타그램에 등록된 허니버터칩 관련 게시물은 42만 개에 이른다.


허니버터칩의 성공 이후 식음료 업계의 새로운 히트 공식은 ‘SNS용 제품’이 됐다. 코카콜라에서는 독특한 패키지 디자인의 음료를 내놓아 인증샷 문화에 편승했다. 빙그레에서는 바나나 우유에 소비자가 직접 문구를 작성할 수 있도록 공간을 비워두며 유머러스한 인증샷을 SNS에 올리도록 유도했다. 이제 소비자는 마시기 위해서 뿐 아니라, SNS에 업로드하기 위해 음료를 구매하기도 한다.

14711_48223_5625.jpg 빙그레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ㅏㅏㅏ우유'를 출시했다 (출처: 인스타그램)


제과업계에서는 제 2의 허니버터칩을 꿈꾸는 신제품이 쏟아져나왔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바나나'를 출시했고, 롯데제과는 '꼬깔콘 새우마요맛'을, 해태제과는 '타코야끼볼'을 출시했다. 기존의 과자와 다른 맛이라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또한 이들 제과 3사는 발빠른 SNS 마케팅을 통해 허니버터칩의 행보를 쫓아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허니버터칩 열풍'이 불고 나서 많은 과자 회사에서 '허니버터 맛 OOO'류의 유사품을 출시했다. 새로운 맛의 과자가 등장하기보다는 비슷한 맛의 과자들이 매점을 점거하게 되는 것이다. 초코파이 바나나가 유명세를 타면서도 비슷한 현상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허니버터칩은 이제 조금씩 인기가 식고 있다. '반짝'하고 떠오르기 위한 마케팅에 집중하기보다는 소비자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과자가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한국 과자의 고질적인 문제인 함량 부족 문제도 해결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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