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출산 후 남편과 함께 잠시 시댁에서 지내고 있다.
우리 부부는 9평 남짓 오피스텔에서 월세로 신혼을 시작했기에 아기를 키우기에는 공간이 마땅치 않았고,
출산 후 이곳 시부모님 댁에 머물며 이사를 준비했다.
우리 부부는 각자가 가진 상처와 또 각자가 가진 고유한 모습의 사랑이 있다.
우리는 각자가 다른 방식으로 사랑받았고, 또 다른 방식으로 상처받았다.
그 모든 경험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뿌리는 원가족과 깊이 닿아 있다.
사실 우리 부부가 각자 부모와의 관계에서 어떤 상처가 있고 어떤 사랑을 배웠는지
모두 이야기할 마음의 준비는 아직 안 된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것을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이야기해 볼까 한다.
남편이 나고 자란 곳, 남편을 키워주신 부모님이 계신 울타리에 온전히 들어와 지낸 지도 벌써 5개월 차.
시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나는 남편의 과거를 읽어간다.
그가 늘 머물렀을 자리, 늘 사용했을 물건들을 보면서 남편의 어린 시절을 그려본다.
부모님과 나누는 사소한 대화 속에서도,
나는 그가 어떤 사랑을 받았고, 또 어떤 순간에 상처받았을지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나의 남편 또한 나와 같은 경험을 해봤기에 우리 엄마가 아주 야속했을 것이다.
결혼이라는 것이, 가족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다.
늘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도대체 뭘까, 온전히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달고 살던 내가
이렇게 온전히 나의 남편이 되어 보는 경험을 한다.
미치도록 사랑스럽고, 미치도록 안쓰러운 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