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서재 서랍 여닫다가 usb를 들고 다니길래 연결해 보니 2004년 교토 사진이 등장. (640*480)
입대 전 휴학생이었던 나는 한 학기 어학당에서 열심히 일본어 중국어 영어 뱅쿄 후 도쿄로 떠나 신오쿠보 한인 민박을 거점으로 10일 동안 걸어 다닌 후 교토에 와서 하루 1500엔 하는 6-8인 1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주정도 지냈었다. (장소는 이전했는데 아직도 있는듯: 현재 토마토게스트하우스)
당시 해당 게스트하우스는 교토대 박사중인 아저씨가 운영을 했었는데 다인실은 에어컨이 없었다. 엄청 더웠던 태풍이 오가던 7월이었다.
게스트 하우스 스태프는 에수코 아베etsuko abe라는 누나였다. 백엔마트 갈라하면 자전거 빌려주고 여기 가봐라 저기가 봐라 알려준 고마운 분이었다. 어느 날인가에는 양국의 청년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일본 애들은 왜 그렇게 프리 하다가 회사원이 되면 스테레오 타입 판에 박은 정장만 입고 다니게 되는지 토론을 했었다. 그는 일본애들은 책임을 지어야 하게 되면 책임을 지기 위해 틀에 박히게 되는 것 같다고 했고 나는 책임을 질 수 있으면 더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거 아닌가?라고 했었는데…(회사 오래 다닌 내가 틀림).
나름 친해져서 메일주소도 교환하고 귀국 후 군대 갔다 와서도 몇 번 메일 왔다 갔다 하다가 몇 년 후 독일에 가서 건축 배운다~ 해피뉴이어 메일 보내고 아마도 내가 대답이 없었어서 연락이 끊겼다.
같이 삼사일 정도 같은 이 층침대를 사용한 형<?>도 한 명 있었는데, 성은 생각나지 않고, 이름은 타로太郎 였다. 태랑….왠지 철수 같아… 라고 생각했던 이분은 오사카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데 방학맞이 교토에서 건축물 탐방을 하러 왔었다. (건축학과)
낮에는 관광객인 나보다도 더 돌아다니는 듯했고 잘 모르는 곳만 계속 보러 다녀서 나의 여행에 큰 도움은 되지 않았었다.
어느날은 티비에서 태풍이 온다고 일기예보가 나왔다. 예보가 있던 오후에 교토는 아주 조용했다. 한집 걸러 가게들도 닫혀 있었고 관광객은 없었다. 태풍 오면 뭐 사러 가기 불편하니 타로가 밥 먹고 술과 안주를 사러 가자고 했다. 근처 초밥집에서 낫토 맛있게 한다고 본인이 쏜다 했다. 땡큐..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약간 맥인 거 같기도 하지만..한국에 대해서 전혀 모르던 인물이라 그랬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낫토 올라간 초밥 맛있게 먹었다.
초밥집 나오면서 위의 아베상을 만나서 같이 백엔마트에서 이것저것 구매를 하고 숙소도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헤이안진구 벽을 옆으로 하며 폭풍전야의 구름찬 낮은(low) 흐린 하늘의 느낌은 아직도 간간이 기억이 난다.
숙소 돌아오니 주인아저씨의 오키나와 출신 친구가 얼마 전에 본인이 오키나와에서 찍은 독립영화를 보여준다고 연락이 돌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하고 주인아저씨가 학교에서 빔프로젝터를 가지고 와서 게스트하우스 마루 벽에다가 영화를 틀었다. 태풍이 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영화는 무사히 끝이 났었다. 해당 독립영화는 오키나와 독립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친구분이 일본어 영어 섞어가며 오키나와는 독립이 가능하다고 연설을 했었다.
그날은 오전만 돌아다니고 해서 피곤하지 않아 새벽까지 떠들었는데 첨보는 사람들이랑도 인사를 하게 되었다. 그중 한 명은 영화가 다 끝나고 자리 정리 중 합류를 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게스트하우스에서 숙식을 하면서 술집에서 일하고 있고 새벽 늦게 퇴근하여 마주친 적이 없었을 거라 했다. 그날은 태풍으로 손님이 없어 일찍 복귀..직업을 물어보니 술을 따르고 같이 마시는 일을 한다고 했다. 특이한 건 해당 직원들을 파견하는 회사 소속이고 3-4년 차쯤 되면 페이가 좋은 홍콩으로 갈 수도 있어 홍콩 가서 돈을 벌거라고 했다. 그날 이후 다시 마주치진 못했지만 일본은 참 특이한 직업이 다 있네 생각을 했었다.
그 시절에는 인터넷 여행후기도 없고 인터넷 번역도 잘 안되고(버버리프로섬 옷을 검색하면 미사일이 나오는) 론니플래닛 이런 것도 몰랐고 저스트고 한 권 들고 여행준비를 했었는데(책도 오사카/교토 한 권) 나는 교토가 당연히 경주 같은 천년의 고도 중소도시 일 줄 알았다. 근데 왠걸..오사카에서 버스 타고 내린 교토역 완전 웅장..건물들도 엄청 많고 사람 엄청 많고..정말 덥고 습하고..교토는 청수사도 멋지고 도지샤대학도 멋있고..이제는 가모강가에 멋진 스벅도 있고 강가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갈 자신이 있는데 어른이 되니 가기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