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함이 휴식이 되었다.
사람이 몰릴까 봐,
조금 서둘렀다.
여행을 할 때면 늘 같은 마음이 먼저 앞선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조금은 덜 피곤하고
조금은 더 잘 보고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래서 그날 아침도
필요 이상으로 일찍 움직였다.
몽키파크 앞에 도착했을 때,
문은 닫혀 있었다.
아침 7시.
오픈은 9시였다.
순간 허탈했다.
서두른 만큼의 보상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조금 우스웠다.
여행을 잘해보겠다는 마음이
가장 먼저 어긋난 순간이었다.
갈 곳이 없어진 아침에
나는 방향을 바꿨다.
허기를 핑계 삼아,
아라시야마역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골목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관광지라는 느낌보다
누군가의 생활 반경에 들어온 기분에 가까웠다.
굳이 뭘 보려 하지 않으니
풍경이 먼저 다가왔다.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샌드위치를 고르고,
괜히 진열대를 한 번 더 둘러봤다.
급할 게 없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마음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강가 벤치에 앉아
아라시야마강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사람은 거의 없었고,
강은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조급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금 이 상태로 멈춰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잘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 같았다.
시간이 되어 다시 움직였다.
문이 열린 몽키파크 안쪽으로 들어서자
생각보다 가파른 길이 이어졌다.
숨이 차오르면서
머릿속 생각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풍경을 감상한다기보다는
그냥 오르고 있었다.
중간중간 놓인 벤치와
강풍기 앞에서 잠시 멈출 때마다
고맙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힘들어지자
오히려 감정은 단순해졌다.
조금 더 오르자
원숭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까웠고,
생각보다 얌전했다.
괜히 긴장했던 나 자신이
조금 우스워졌다.
그제야
아, 내가 여행 중이구나 싶었다.
정상에 도착했을 때
아라시야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그 풍경을 보는 순간,
가슴이 시원해졌다.
아침부터 서두르던 마음도
괜히 앞서가던 생각도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너무 일찍 도착해 허탈했던 아침은
결국
가장 느긋한 시간으로 남았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았다는 걸,
그날의 몽키파크가
조용히 알려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