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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상하는 연필 Jul 30. 2015

남자들이여

제발 말을 하라

후둑 후둑

비내리는 창 밖에서

한 부부가 작은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장모님한테 전화 한통도

안드렸다고

여자는

꽤나 격앙된 상태로 남자를

몰아세운다.


남자는 침묵. 침묵. 침묵.


급기야 여자의 목소리에

울음기가 가득해졌다.


시부모만 부모냐고.

장모는 안중에도 없냐고.


남자는 그 와중에

여자 비 맞는다고

위치 조정해 내 방 창문

가까이로 걸음을 옮긴다.


그리곤

사실

장모님께 전화드렸었고

용돈도 전해드렸다는 말을

조심스레 건넨다.


당황하는 여자.

하지만 곧

왜 나한테 말 안했냐며

다툼의 주제를

은근슬쩍 바꾼다.


남자의 목소리가

중후하게 바뀌었다.

아마도

힘을 주어 말을 해야 할

타이밍인가 보다.


장모님도 내 부모인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왜 생색내며 하냐?

라며

닭살멘트 던진다.


여자,

그 한마디에

마음이 풀렸다.


목소리에

앙칼진 독기가 빠졌다.


그래도 나한테

이야기 해주지 그랬어...

라며 앵앵 거린다.


흠.

불 꺼진 방 안.

빗소리 들으려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우리네 사는 이야기 라디오가 들려온다.


좋다.


빗소리도.

불 꺼진 적막한 내 방도.

그리고

한 부부의 비오는 밤 다툼의

해피엔딩 까지도.


오늘의 교훈은

남자들이여, 여자는 말을 해줘야 안다.

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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