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말을 하라
후둑 후둑
비내리는 창 밖에서
한 부부가 작은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장모님한테 전화 한통도
안드렸다고
여자는
꽤나 격앙된 상태로 남자를
몰아세운다.
남자는 침묵. 침묵. 침묵.
급기야 여자의 목소리에
울음기가 가득해졌다.
시부모만 부모냐고.
장모는 안중에도 없냐고.
남자는 그 와중에
여자 비 맞는다고
위치 조정해 내 방 창문
가까이로 걸음을 옮긴다.
그리곤
사실
장모님께 전화드렸었고
용돈도 전해드렸다는 말을
조심스레 건넨다.
당황하는 여자.
하지만 곧
왜 나한테 말 안했냐며
다툼의 주제를
은근슬쩍 바꾼다.
남자의 목소리가
중후하게 바뀌었다.
아마도
힘을 주어 말을 해야 할
타이밍인가 보다.
장모님도 내 부모인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왜 생색내며 하냐?
라며
닭살멘트 던진다.
여자,
그 한마디에
마음이 풀렸다.
목소리에
앙칼진 독기가 빠졌다.
그래도 나한테
이야기 해주지 그랬어...
라며 앵앵 거린다.
흠.
불 꺼진 방 안.
빗소리 들으려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우리네 사는 이야기 라디오가 들려온다.
좋다.
빗소리도.
불 꺼진 적막한 내 방도.
그리고
한 부부의 비오는 밤 다툼의
해피엔딩 까지도.
오늘의 교훈은
남자들이여, 여자는 말을 해줘야 안다.
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