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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상하는 연필 Aug 24. 2015

당신의 노트는 안녕하십니까?

고백컨데 나는 기쁠 때, 글을 쓰지 않았다.

방 한 켠에 

편지들을 쌓아 놓은 작은 상자가 있다.   

그리고 

그 바로 옆에는 

작은 노트 한 권이 있다.  

 

그 노트 안에는 

지난 날 

내 수많은 진심들이 

낙서인 척 

켜켜이 

쌓여 있다.   


내 불쌍한 사랑이 

찍찍 그어놓은 

볼펜 자국 

밑에 쌓여 있기도 하고  


세상 사는 고단이 

문단선 

정 중앙에 걸려 있기도 하다.    


더욱이 

지난 날의 분노는 

찢겨진 노트 뒷 장  

희미한 자국으로  

남겨져 있기도 하다.   


그런데  

아무리 이곳 저곳  

들여다봐도 

기쁜 감정은 

보이지가 않았다.   


내 행복함은 

노트 어디 한 곳에라도 

숨겨져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때 깨달았다.  


내가 

기쁠 때 글을 쓰지 않는 

음울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남기지 말고 태워버려야 할 

더러운 것들만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만약 

내 노트가  

사람이라면, 

제 안에 

온갖 더러운 것들 

담아놓고 사는 

세상 가장 

불행한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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