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컨데 나는 기쁠 때, 글을 쓰지 않았다.
방 한 켠에
편지들을 쌓아 놓은 작은 상자가 있다.
그리고
그 바로 옆에는
작은 노트 한 권이 있다.
그 노트 안에는
지난 날
내 수많은 진심들이
낙서인 척
켜켜이
쌓여 있다.
내 불쌍한 사랑이
찍찍 그어놓은
볼펜 자국
밑에 쌓여 있기도 하고
세상 사는 고단이
문단선
정 중앙에 걸려 있기도 하다.
더욱이
지난 날의 분노는
찢겨진 노트 뒷 장
희미한 자국으로
남겨져 있기도 하다.
그런데
아무리 이곳 저곳
들여다봐도
기쁜 감정은
보이지가 않았다.
내 행복함은
노트 어디 한 곳에라도
숨겨져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때 깨달았다.
내가
기쁠 때 글을 쓰지 않는
음울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남기지 말고 태워버려야 할
더러운 것들만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만약
내 노트가
사람이라면,
제 안에
온갖 더러운 것들
담아놓고 사는
세상 가장
불행한 사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