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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상하는 연필 Jul 29. 2015

선을 넘는다는 것

어른과 아이를 구분 짓는 것은 아마도

                         

그런 것 있잖아.

서른 즈음에 골똘히 생각하게 되는 것들 말이야.


가령

나는 지금 어른인가? 하는 자조적인 물음 같은 것들.


내가 내내

그리고 꽤나 심각하게 생각해봤는데

소년, 소녀와

어른을 구분짓는 경계 같은 것들은

그냥 마음의 선이더라고.


왜 그런 것들 있잖아.

 

네트 없는 족구장에서

선 하나 그어놓고

공을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 처럼.


서른이 넘으면

그런 선 하나를 마음에 긋고 살게 되더라고.


생각 없이 행해왔던

꽤 많은 것들에

내가

선 하나를 좍좍

긋고 있더라고.


근데

이 선들은 평행이 아니라서

서로 전깃줄 처럼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도 해.


그래서

헷갈리는 거지.


어느 부분에선

어른 스러운 행동인 건데

또 어느 부분에선

선을 넘지 못한

애 같은 행동 이라는 거지.


똑같은 행동인데도 말이야.


솔직히 말해

난 어른이 되는 것이 싫었어.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웠고

지켜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이 피곤했어.


하지만

다들 똑같겠지만


그게 말처럼 어디 쉽나.


네가 선을 그으니

나도 따라 선을 긋게 되고

내가 그으니

네가 선을 따라 긋더라.


어쩌면

어른이 되는

마음 속 그 가상의 선은

서로의 흉내내기 같기도 해.


아.

아무튼 나는 어른이 되기 싫었어.


내가 왜 이리

애 같은 투정을 하는지 알아?


오늘, 아주

어른스러운 행동을 했기 때문이지.


내 뜻으로 행한 내 몸짓이 아닌

남의 행동을 따라한 습관이 툭 튀어나와 버린거야.


이렇게 되긴 싫었는데.


소년에서

어른이 되기보다

그냥

늙은 소년이 되고 싶었는데.

내 속에

언제 생긴 줄 모를

선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그 선들 넘나 안 넘나

신경 쓰느라

정말 피곤한 것 같다.


요즘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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