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상하는 연필 Sep 01. 2015

콩물같은 고민들

물 한 바가지면 오케이?

1. 


지난 일요일. 

간 밤 뒤척이며 잠 못 이룬 통에

흔하지 않게 늦잠을 잤다. 


배가 출출해 주방으로 가니

식탁에는 어머니가 갈아놓은 

콩물이 잔 하나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한잔 쭉 들이키고 

싱크대로 가서 

설거지를 시작했다.  



2.

  

콩물 갈았던 

믹서통은 

물 한 바가지에 

싹 씻겨 나갔다.  


멸치 볶음 담겼던 

접시는 세제를 좀 풀어서 

뽀드득 닦아야 했다.



3.


설거지를 하면서  

요즘의 내 고민들도 

콩물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무언가를 풀어서 씻을

번거로운 것이 아니라  

물 한바가지에 

씻겨 갈 

가벼운 콩물 같은 고민들.   


수세미를 든 손에 힘을 더 주어

여러 접시들을 박박 닦아나갔다. 



4.


손이 좀 더 가더라도

힘이 좀 더 들더라도

어쩔 수 없다.


내 고민들은

스스로 닦아나가야 한다.  

박박박박 닦아나가다 보면

깔끔히 정리된 개수대를

보게 될 날

곧 오겠지. 


 




이전 14화 선을 넘는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