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바가지면 오케이?
1.
지난 일요일.
간 밤 뒤척이며 잠 못 이룬 통에
흔하지 않게 늦잠을 잤다.
배가 출출해 주방으로 가니
식탁에는 어머니가 갈아놓은
콩물이 잔 하나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한잔 쭉 들이키고
싱크대로 가서
설거지를 시작했다.
2.
콩물 갈았던
믹서통은
물 한 바가지에
싹 씻겨 나갔다.
멸치 볶음 담겼던
접시는 세제를 좀 풀어서
뽀드득 닦아야 했다.
3.
설거지를 하면서
요즘의 내 고민들도
콩물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무언가를 풀어서 씻을
번거로운 것이 아니라
물 한바가지에
씻겨 갈
가벼운 콩물 같은 고민들.
수세미를 든 손에 힘을 더 주어
여러 접시들을 박박 닦아나갔다.
4.
손이 좀 더 가더라도
힘이 좀 더 들더라도
어쩔 수 없다.
내 고민들은
스스로 닦아나가야 한다.
박박박박 닦아나가다 보면
깔끔히 정리된 개수대를
보게 될 날
곧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