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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im Mar 08. 2023

위국헌신 군인본분

김훈 《하얼빈》과 영화 <영웅>


 위국헌신 군인본분.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 목숨 바쳐 생하는 것이 군인 된 자의 도리라는 뜻이다. 안중근 의사가 남긴 말이다. 최근 대통령의 3.1절 경축사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배상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들끓는 가운데 독립투사들의 삶과 애국심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었다. 마침 좋아하는 작가 김훈이 안중근을 펜으로 그려냈고, 보고 싶었던 뮤지컬 <영웅>이 영화화되었다. 위국헌신의 정신을 후세에 남긴 안중근의 삶을 따라가 보았다.


 김훈은 안중근이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사건을 중심적으로 조명한다. 대한제국을 일제의 손아귀에 넣어가는 이토의 모습이 같이 맞물리면서 안중근이 대한제국 의병군 참모중장으로서 이토를 죽여야 했던 과정이 잘 드러난다. 그렇지만, 《칼의 노래》 등 여타 작품에서 그랬듯이, 작가는 안중근을 영웅화하지 않는다. 영웅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안중근이 이토를 죽이고, 뤼순감옥에서 사형당하기까지 가졌던 고뇌를 팩트에 입각해 풀어낸다. 그 고뇌의 과정은 담백하지만 열기로 가득 차있다.

총구를 고정시키는 일은 언제나 불가능했다. 총을 쥔 자가 살아 있는 인간이므로 총구는 늘 흔들렸다. (p.159)


 영화 <영웅>의 서사구조 역시 《하얼빈》과 비슷하다. 이토를 저격하고 순국하기까지 안중근의 삶과 고뇌를 다룬다. 다만 초점을 안중근에게만 맞추기보다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등 그의 조력자들에게까지 넓힌다. 그리고 설희 등 가상인물을 추가해 약간의 픽션을 가미한다. 그럼으로써 독립운동이 단순히 한 사람이 아니라 민초들 전반이 참여한 거국적인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비극적인 시대상황과 안중근의 삶을 그려내는 비장한 음악과 노래, 그리고 배우들의 애절한 연기 웅장하고도 슬프다가온다.

타국의 태양 광활한 대지, 우린 어디에 있나. 잊어야 하나 잊을 수 있나, 꿈에 그리던 고향. 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큰 뜻을 품었으니 죽어도 그 뜻 잊지 말자 하늘에 대고 맹세해본다. (영화 OST '영웅' 중)


 표현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하얼빈》이나 <영웅> 모두 안중근이 동양평화를 위해 희생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병탄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지위를 바탕으로 함께 발전하여 동양평화, 나아가 세계평화를 이룩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가 독립투사로서 지금까지 추앙받는 건 일제의 주요 인사를 단순히 적개심에 살해한 게 아니라 그러한 행위를 통해 일제 식민통치의 부당함과 한국인들의 독립에 대한 열망을 알렸기 때문이다.

이토를 죽여야 한다면 그 죽임의 목적은 살(殺)에 있지 않고, 이토의 작동을 멈추게 하려는 까닭을 말하려는 것이다. (중략) 나의 목적은 동양평화이다. (p.88)
대한제국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원한다며 세계에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퍼뜨리며 세계인을 농락한 죄, 동양의 평화를 철저히 파괴한 천인공노의 죄 때문이다. 누가 죄인인가? (영화 OST '누가 죄인인가' 중)


 참군인의 자세로 독립운동에 헌신한 안중근 의사는 오늘날 대한민국을 보며 어떤 말을 할까. 그가 애끓는 마음으로 지키고자한 조국과 동양평화는 그의 넋 앞에 떳떳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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