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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고 Feb 13. 2016

킨포크 KINFOLK

좋은 이웃을 만날 수 있는 비결 한 가지

좋은 이웃을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이웃이 되는 것입니다.




기 <킨포크(KINFOLK)>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 처음 듣는 단어 일 것입니다. 킨포크는 최근 3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서서히 세계를 따뜻하게 잠식하고 있는 생활양식을 가리키는 신조어입니다. 킨포크는 킨(Kin:친척)이라는 단어와 포크(Folk: 사람들, 친구들)를 합친  말로, '친척처럼 가까운 친구들'이란  뜻입니다. 추운 겨울 따뜻하게 받아 놓은 목욕물 같습니다. 


킨포크 라이프스타일의 모토는 간단합니다. 소셜미디어의 가장 가까운 친구보다 내 옆에 살갗을 닿을 수 있는 친구가 되자, 자연스럽게 살자-입니다. 그동안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하는 움직임과 시도는 계속해서 존재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웰빙, 참살이, 로하스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움직임은 조금 다릅니다. 어쩌면 이 운동은 지난 것들보다는 조금 더 오래갈 것 같습니다.


킨포크Kinfolk 는 친척을 의미하는 킨(Kin)과 친구를 의미하는 포크(Folk)의 합성입니다. 킨포크는따뜻한 친구들을 만들고, 그들과 더불어 사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이 잡지(이자 무브먼트는)는 그 시작이 재미있습니다. 2011년 미국 포틀랜드에는 네이선 윌리엄스(Natian Williams)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스물일곱 살이었고, 블로거였습니다. 그는 디너파티, 계절별로 하는 놀이를 포스팅했고, 아내 케이티(Katie Saul Williams)에게 청혼한 내용까지도 포스팅했습니다. 네이선은 일 방문 약 6만 명 정도의 블로그를 운영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포스팅은 일반 사람들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분위기는 자연스럽고, 조금 힘이 빠져 있었으며, 자랑보다는 더불어 사는 방법을 말했습니다. 네이선에게는 케이티 말고도 친구 두 명이 더 있었습니다. 그들 역시 네이선의 포스팅을 좋아했고, 그에게 도움을 주곤 했습니다.



<킨포크>의 시작인 네이선과 케이티 부부, 사진: Amanda Jane Jones from Flickr


일 방문 6만 명의 블로그가 잡지로, 무브먼트로 변화하기까지 많은 이야기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네이선은 킨포크를 발행하기 위해서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를 나와야 했습니다.


소통할 매체가 블로그 뿐이던 네이선은 독립 출판으로 자신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알리기 시작합니다. 스스로가 '좋은 이웃'이 되기를 자처한 것 입니다. 그러자 하나 둘 팬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인가는 한 작가가 그들의 지면을 채웁니다. 네이선은 그와 친구가 됩니다. 다른 어떤 날에는 농부가 지면을 채워줍니다. 친구가 생깁니다. 이렇게 사진가와 요리사, 화가, 그리고 플로리스트가 킨포크 라이프에 동참합니다. 킨포크는 연일 구전(바이럴, Viral)되며 화제가 됐고, 독립 출판 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킵니다.


"풍족하게 가지고 있지 않아도 괜찮다. 모자란 것들을 활용해서 즐겁게 나누며 사는 방식을 배워보자"-와 같은 작은 노하우 한 꼭지가 킨포크의 글감이자 킨포크 정신입니다.


<킨포크 도시 가이드: 베를린> 버전 가운데서, 언트 배니Aunt Benny


킨포크는 따뜻합니다. 집에 있는 것이 없어 나눌 게 없으면 <포틀럭 파티(Potluck Party: 여러 사람들이 각자 음식을 가져와서 먹는 식사)>를 열자고 합니다. 외할머니가 담아줄 것 같은 예쁜 색깔의 잼을 만드는 법을 알려줍니다. 친구들과 차 한잔으로 대화하는 것과 온정있는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마실 수 있는 침엽수>라는 주제로 킨포크에 실렸던 사진, 킨포크는 정보를 주입하기 보다는 친구들과 차 한잔으로 대화하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출처: 킨포크 홈페이지


킨포크는 소셜미디어의 범람으로 피로한 우리에게 조곤조곤 말을 건넵니다. 이리 와서 쉬라고 말하고, 스르르 잠이 들어도 괜찮다고 이야기합니다. 잡지를 간행하고, 디너파티를 열어 친구를 초대합니다. 킨포크는 따뜻합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중시하고, 유기농 음식을 길러 먹기를 강요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킨포크가 특별한 이유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만드는 잡지이기 때문입니다.


표지의 물빠진 색채와 부드러운 미소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땅에 떨어진 모자 따위는 탁탁 털어 다시 쓸 것만 같습니다. 킨포크 Vol.4 표지에서.


웰빙과 참살이, 그리고 로하스 무브먼트는 본인이 중심이었습니다. 건강한 음식을 섭취해야 하는 것도 본인이고, 유기농 식물을 구입하는 것도, 그 성분표를 암기해야 하는 것도 자신이었습니다. 그러나 킨포크는 다릅니다. 이 생활양식은 우리 모두가 바쁜 현대를 사는 사람들이라고 겸허하게 인정합니다. 그래서 주말을 즐겁고 화끈하게 보내는 대신 '내일이 기다려지는 평일'을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권합니다.


우리네 인생은 어차피 주말보다 평일이 더 많은 삶이니까요.


킨포크는 주말을 즐겁고 화끈하게 보내라 말하는 대신에 기다려지는 평일을 만들라 합니다. 어차피 주말보다 평일이 더 많은 게 인생이니까요. 킨포크 <여름에게>, Vol4


킨포크는 이웃과 더불어 따뜻한 가족이 되는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이러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이 있다, 유행이 있다'며 위에서 내려오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가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킨포크는 바텀 업(Bottom up) 무브먼트입니다. 좋은 이웃을 만나는 비법은 (자신이) 좋은 이웃이 되는 것이라고 독자에게 속삭입니다.


킨포크는 바텀-업 무브먼트입니다. 좋은 이웃을 만나는 방법은 좋은 이웃이 되는 것이라고 우리에게 손을 건넵니다, 사진: 킨포크 Vol13, Maria Flore 작업



킨포크는 살결을 맞대는 문화의 필요성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미디어의 범람에 지친 심신과 바쁜 일상은 현대인의 특징임과 동시에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우리는 지쳐 있습니다.


킨포크는 우리의 삶을 전원 세계로 잡아끌지 않습니다.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이데아를 아름답게 꾸며놓고는 "저 곳이 우리의 목적지"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킨포크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이미 아름답다 고백합니다. 스물일곱 네이선이 케이티와 함께 이웃과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공유하던 그때처럼, 킨포크는 나눔과 배움이 이 세계의 에덴동산을 발견할 수 있는 열쇠라고 서술합니다. 조그만 호의에도 감사할 줄 알고, 타인에게 조금 더 마음을 열어보라고 합니다.

어쩌면 킨포크는 지나간 생활양식보다 우리의  가슴속에 조금 더 오래 남아 있게 될 것만 같습니다. 적어도 좋은 이웃을 만나는 비법 하나는 알게 됐으니까요.


킨포크 개더링(Kinfolk Gathering), Rachel Kara, Sydney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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