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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고 Feb 17. 2016

마돈나를 춤추게 한 허브릿츠 展

1편: 허브릿츠의 생애와 유명인들의 찰나, 세종문화회관

<마돈나를 춤추게 한 허브릿츠 展>

1편: 허브릿츠의 생애와 유명인들의 찰나

2016.2.5 - 2016.5.2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F


주최: 디투씨
협력: 허브 릿츠 파운데이션
협찬/후원: 코바나컨텐츠 / 네이버





진 한 장의 힘은 강력하다. 사진은 두 시간짜리 영화를 단 한 장으로 압축하는가 하면, 한 사람의 평생을 한 장면에 함축하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 사진 한 장은 한 편의 시(詩) 같다. 시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시가 있는가 하면, 이해할 수 없는 시도 있다. 사진도 그렇다.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는가 하면, 이해할 수 없는 사진도 있다. 어떤 사진은 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 사진 한 장은 한 편의 시(詩) 같다. 시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시가 있는가 하면, 이해할 수 없는 시도 있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마이클 조던 Michael Jordan, 시카고, 1993


카메라는 약 200년의 역사를 가진 서사 도구다. 카메라 옵스큐라와 헬리오 그래프를 거쳐 회화적 사진에서, 전쟁 사진, 그리고 그래프 저널리즘까지, 상(像)을 담는 기술이 예술로 인정받은 것은 카메라의 발명 이후 약 50년 후의 일이었다.(프랑스 최고법원 판결, 1862년) 200년이라고 생각하면 제법 긴 역사 인 듯 싶다. 그러나 회화의 역사가 32,000년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상대적으로 '최신 예술'을 향유하는 중이다.


Aspen, Dusk, Conway Summit, California 1978, 존 섹스턴

그런데 이렇게 짧은 사진 예술의 역사 속에 참 많은 거장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eiglitz 부터 신디 셔먼Cindy Sherman, 듀안 마이클Duane Michels, 존 섹스턴John Sexton 등. 사진은 그 표현기법과 대상에 따라 다양한 분야가 생겼고, 그 속에 많은 거장들이 태어나며 또 졌다.


제 허브릿츠Herbert Ritts Jr. 이야기를 해보자. 허브릿츠는 1952년에 태어났고, 1970년에 경제학과 미술사를 전공한다. 부유한 부모 밑에서 자란 허브릿츠는 스티브 맥퀸 옆집에 살면서 할리우드 스타들과 일찍부터 친분을 맺었다. 그가 사진으로 유명해진 것은 1978년 신인 배우였던 리처드 기어Richard Tiffany Gere와 여행을 다녀온 후 부터였다. 허브릿츠는 당시 아버지 회사에서 평범한 세일즈맨으로 일하는 아마추어 사진작가였으나, 리처드 기어가 여행 사진을 <보그>, <에스콰이어>, <마드모아젤>에 전달한다. 이후 <마드모아젤>이 여배우 브룩 쉴즈Brook Shields의 촬영을 의뢰하면서 커리어를 시작한다.


자화상Self portrait, 허브 릿츠


/ Section 1 /


리처드 기어Richard Gere, San Bernardino, Herb Ritts, 1977


첫 번째 섹션은 할리우드 황금기를 이야기한다. 리처드 기어, 잭 니콜슨, 톰 행크스, 니콜 키드먼, 데이빗 보위 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전성기와 달라이 라마, 넬슨 만델라, 스티븐 호킹 등 셀러브리티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았다. (허브릿츠 리플릿 참고)


잭 니콜슨Jack Nicholson, London, 1988
<배트맨> 조커 1 세대, <샤이닝>으로 기억되는 잭 니콜슨은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진 배우였다. 사진 촬영에 들어가기 전 먼저 전체 맥락을 파악하고 행동에 옮겼다. 허브릿츠는 이런 태도를 존경했다. 본 사진은 새벽 3시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새벽에도 빛을 잃지 않는 광기 어린 조커의 눈빛에서 잭 니콜슨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로버트 드니로Robert de Niro, NYC, 1998


디지 길래스피Dizzy Gillespie, Paris, 1989
디지 길래스피는 미국의 트럼펫 연주자다. 찰리 파커와 함께 모던 재즈의 원형이 되는 비밥 스타일을 정착시킨 공로자다. 그는 평소에 볼에 바람을 불어넣는 버릇이 있었다. 허브릿츠는 그의 이런 모습을 촬영하길 원했다. 길래스피는 그의 요청을 한사코 거절했다. 촬영은 계속됐고, 촬영이 지루했는지 길래스피는 무의식적으로 볼을 부풀린다. 허브릿츠는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진에 담는다.



조디 포스터Jodie Foster, 노스 캐롤라이나, 1994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 Malibu, 1991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1960년대를 대표하는 배우다. 영화 <클레오파트라>를 통해 당대 최고의 미녀로 등극한다. 이 사진은 말리부 해변에서 허브릿츠가 포착한 사진이다. 그녀는 말리부 해변을 걸으며 누군가를 험담하고 있던 중이었다.

사진 속의 반지는 그녀의 다섯 번째 남편인 리처드 버튼에게 선물 받은 것이다. 33.19 캐럿의 다이아모든 반지는 현재 국내 모기업이 101억에 낙찰받아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셰어Cher, Hollywood 1991
미국의 가수이자 배우인 셰어의 뒷모습이다. 그녀는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허브릿츠는 그런 그녀와의 작업을 늘 즐거워했다. 셰어는 아이의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엉덩이에 과감히 문신을 했고,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1987년, 영화 <문스트럭Moonstruck>(1987)으로 아카데미 수상을 하기도 했고, 그래미 상을 받기도 한 실력파 가수다.



달라이 라마His Holiness The Dalai Lama, NYC, 1987


/ 섹션 1 /에서는 여기 수록한 사진 외에도 메릴 스트립, 마돈나, 데이비드 보위, 마이클 잭슨, 스티븐 호킹, 이세이 미야케, 미하엘 고르바초프 등 여러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과 정계, 학계 유명인사들의 인물 사진이 밀도 있게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원로 배우나 별이 된 그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감상하고, 설명을 읽다 보면 마치 학창 시절 짝사랑하는 여학생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묘한 기분마저 든다.


엘튼 존Elton John, L.A., 1989
음악계에서 엘튼 존의 똑똑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허브릿츠는 그가 공대 교수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눈치가 빠르고 솔직하며 재치 있는 사람이었다.



세종문화회관 1층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동선의 효율적인 배치와 섹션의 명확한 구분을 두어 관객들이 겪을 수 있는 물리적 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전시 공간 곳곳에 디퓨저를 두고 공기를 순환시켜 쾌적한 감상 환경을 배려한 것은 전시 총괄의 센스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멜 깁슨Mel Gibson, Hollywood, 1985



작품은 거의 100점에 이를 정도로 많고, 다양하다. 사진과 영화, 그리고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것이다. 출품 수나 설명이 부족해서 감상에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사진전들의 한계를 가뿐히 넘어섰다. 본문에 실린 사진과 설명은 전체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허브릿츠의 예술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면서 주최측이 얼마나 본 전시를 각별하게 생각하는지 드러난다. 전시는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도, 영화 마니아도, 패션과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모두 만족시킨다.

그런데 마돈나는 왜 춤을 췄을까? 

그녀의 사진과 허브릿츠의 이야기는 시간을 두며 천천히 나누고자 한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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