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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고 Feb 19. 2016

마돈나를 춤추게 한 허브릿츠 展, 02

2편: 마돈나는 왜 춤을 췄을까, 세종문화회관

본 포스팅은 허브릿츠 1편 [마돈나를 춤추게 한 사진가]의 다음 포스팅입니다



<마돈나를 춤추게 한 허브릿츠 展>

2편: 마돈나는 왜 춤을 췄을까


2016.2.5 - 2016.5.2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F


주최: 디투씨
협력: 허브 릿츠 파운데이션Herb Ritts Foundation
협찬/후원: 코바나컨텐츠 / 네이버




돈나는 허브릿츠의 사진 한 장으로 일약 스타가 된다.


마돈나 앨범 트루 블루True Blue의 프로필 콘택트 시트


트루 블루(True blue)는 마돈나를 팝의 여왕으로 등극시킨 영광의 앨범이다. 마돈나는 창백한 화장 위에 빨간 립스틱을 칠한 뒤 목을 뒤로 기울여 백조와 같은 우아한 자세를 취했다.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며 생활하던 마돈나는 당시 최고의 스타이자 선망의 대상이던 신디 로퍼처럼 되기를 원했다. 우연히 음반 제작사 관계자에게 가수 제안을 받은 그녀는 첫 앨범에서 펑키한 스타일의 신디 로퍼를 그대로 따라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그녀는 처절한 실패를 맛본다. 그러던 어느 날 영화 속 메릴린 먼로를 본 마돈나는 그녀와 닮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마돈나는 [Like a virgin] 앨범에 신디 로퍼의 스타일을 버리고 화려한 금발, 섹시하고 요염한 여성미의 먼로를 연상시키는 모든 것을 실었고, 대중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신디 로퍼는 분노했다.

자신이 똑같은 섹시 콘셉트로 나가면 마돈나는 또다시 참패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마돈나가 [True blue]라는 앨범을 준비하고 있을 때 신디 로퍼는 비슷한 이름의 [True color]를 준비했다. 스타일도 마돈나처럼 바꾸고 도발적인 섹시함을 내세웠다. 타이틀의 제목도 마돈나의 Open your heart와 비슷한 Change your heart로 정했다. 마돈나의 모든 것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당시 흥행의 핵심은 앨범 재킷 사진이었다. 마돈나나 신디 로퍼에게 가장 예민한 이슈였다. 신디 로퍼는 앨범 사진 또한 마돈나와 똑같이 만들길 원했고 그렇게 제작했다. 하지만 허브릿츠가 찍은 마돈나의 섹시하고도 화려하지만 우울한 백조와 같은 심오함을 뛰어넘지 못 했다. 그녀의 독특한 앨범 사진은 대중의 눈길을 압도했다. 결국 마돈나 앨범의 삼분의 일도 팔지 못한 신디 로퍼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질 못 했다.

마돈나를 여왕의 자리에 올려준 허브릿츠에게 그녀는 눈물의 포옹을 해주었다. 이 한 장의 사진은 경쟁이 극도로 치열했던 할리우드에서 여왕의 자리로 등극한 마돈나의 당시 모습을 상징하며 지금까지도 전설적인 작품으로 회자된다.


개인적으론 마돈나가 <럭키 스타Lucky Star>로 미국 백인 여성의 댄스 장르를 확고히 했다고 생각한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신디 로퍼나 셰넌 보다 시기적으로는 다소 뒤지긴 했지만, 마돈나는 계속해서 히트곡을 냈고, 지금까지도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 한 장의 위력이 갖는 힘도 있지만 필자는 마돈나가 젊은 시절 매춘, 섹시 콘셉트, 다양한 기행, 영국의 귀족 생활 등등의 극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도 성공의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워너비Wannabe 스타라기보다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을 통해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했다.


키스해링과 허브릿츠의 이야기를 빼놓고 넘어갈 수 없다. 참고로 이 사진은 허브릿츠가 찍은 사진이 아니다.

키스해링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라피티 예술가이다. 가장 순수하고 긍정적인 인간의 동심을 표현하는 그라피티의 철학처럼 적극적으로 인간과 소통했다. 그는 종종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들을 자신의 작업실로 끌어들였으며 놀기 좋아했다. 종종 바보처럼 굴었다. 그러나 작품 활동에서만큼은 철저했고 열정적이었다. 사교적이었던 키스해링은 마돈나, 엘튼 존, 데이비드 보위 등 유명인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허브릿츠는 그가 죽기 두 달 전에 사진을 찍는다. 허브릿츠는 육 개월 전에 만남 사슴같이 순수했고, 아이들을 매우 사랑했다. 사진 속 운둥화와 포즈는 그가 거리의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같은 예술가라는 것을 뜻한다. 1990년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다.


타이어를 든 프레드 정비소 시리즈Fred with Tires-Bodyshop Series, Hollywood, 1984




패션 사진을 말하다


허브리츠의 패션 사진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허브릿츠는 기존의 패션을 결합해 새로운 패션 스타일을 창조해냈다. <보그>, <타임지>, <롤링스톤>, <인터뷰>, <베니티 페어>와 같은 유명 잡지들의 커버 사진에 그의 작품 사진 상당수가 실렸다는 사실은 그가 당대 최고의 패션 에디터이자 사진작가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보그>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는 "옷에 초점을 맞추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허브릿츠는 점묘법으로 피부의 질감을 매우 세세하게 표현하는 데에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베르사체 드레스 (뒷모습)Versace Dress (BackView), El Mirage, 1990
숭고한 분위기의 이 작품은 모델 크리스티가 출연한 베르사체 광고 캠페인의 일환으로 허브릿츠가 작업한 것이다. 방수 천으로 보호된 블랙 실크는 그녀 주변에 우아한 후광을 비췄다. 그녀는 마치 여신 같았다. 세상의 끝으로 착각할 만큼 황량한 풍경의 엘 미라지 마른 호수에서 크리스티는 수호자와 같은 자세를 취했다.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서해안 출신의 허브릿츠 작품에서는 바람과 땅, 따뜻함이 떠오른다. 그가 묘사하는 사람의 몸은 아름답고 감각적이며 자연과 닮아있다. 지형의 일부는 촬영을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 사진 속 실크 드레스는 프레임이자 몸의 라인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소품이다. 깎아낸 듯한 실루엣과 햇살을 받은 몸, 감춰진 팔과 다리 그리고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세련된 모자의 조합으로 추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다.

언젠가 이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아마 베르사체 드레스의 역사를 다룬 외국 포스팅에서였을 것이다. 한참을 바라봤다. 드레스는 마치 미의 여신의 가호를 받는 것 같이 장막처럼 내려온다. 옷은 그림잔지 드레스인지 모르게 몸이 그리는 선을 타고 흐르다가 펌프드 슈(Pumped Shoe)로 그 라인이 뚝 떨어진다. 미술과 사진에서 그리고자 하는 주제는 화면 아래에 존재한다. 사물이 땅(중력)에 붙어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일반론이다. 그런데 이 사진은 상체 위쪽으로 사진의 힘이 집중되어 있다. 허브릿츠는 일반론을 깨고 색 균형을 전복시켜서 관찰자를 사진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불편한 콘트라스트로 한껏 모은 집중력을 여성의 몸 굴곡과 드레스로 흩뿌린다. 감상자는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이내 깨닫는다. '아, 베르사체 드레스구나'하고. 최고의 광고 사진이다.



체인과 남자Man with Chain, Los Angeles 1985


다이몬과 문어Djimon with Octopus, Hollywood, 1989
사진 속 머리 위에 문어를 올린 이 남자는 모델 '디몬하우스'다.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올랐던 배우기이기도 하다. 그는 허브릿츠의 실험적인 작품 속 주인공이 되었다. 늘 완벽을 추구했던 허브릿츠는 빛을 정확하게 다루기 위한 실험적인 작업을 꾸준히 해나갔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디몬과 문어'다. 처음에 디몬은 머리 위에 죽은 문어를 올려보자는 제안을 완강히 거부했다. 하지만 허브릿츠는 끊임없이 설득했고, 그의 매끈한 머리와 비슷한 문어의 질감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전설적인 사진가도 때로는 의뢰인들에게 작품을 거부당하곤 한다.

나오미 캠벨-손으로 받친 얼굴Naomi Campbell-Face in Hand, Hollywood, 1990
이 작품은 <보그>에서 거절했던 사진이다. 색의 음영(콘트라스트)이 너무 강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허브릿츠는 이 사진이 그의 작품 중에 최고라는 확고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부분적으로 분홍색과 갈색을 뺀 후 세피아 토닝 용액을 추가해 이중으로 색을 입혀 <인터뷰>지에 실었고, 허브릿츠의 대표적이 탄생했다.


블라디미르 I(Vladimir I), Hollywood, 1990
블라디미르는 태양의 서커스Cirque de Soleil의 공중 곡예사이고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무용수였다.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하고 창조적인 무용수였다. 블라디미르는 원래 우크라이나 석탄 광부였다. 그는 거친 손을 갖고 있었고, 머리에 그물망을 쓰고, 헤어 핀을 꽂고, 두꺼운 메이크업을 했다.

그의 실력은 전설적인 폴란드 무용수 나진스키Vaslav Nizinskii를 연상시켰다. 그는 클레오파트라와 엘리자베스 테일러, 셰어보다도 짙은 화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허브릿츠는 그를 오싹해했지만 열정적이고 멋진 외모를 가진 무용수로 평가했다.

한 장의 사진이지만 필자는 이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유연하게 꺾인 팔 위로 울긋불긋 솟아있는 근육. 두꺼운 목을 타고 올라와서 얼굴로 시선을 옮기면, 굵은 나룻이 들어온다. 얼굴의 선은 커다란 코를 시작으로 긴 호흡으로 빨아들이는 담배에서 끝난다. 필자는 블라디미르를 모르지만 이 사진에서 그의 성품이나 평소 태도가 드러나는 듯했다.



스테파니, 신디, 크리스티, 타티아나, 나오미, 할리우드Stephanie, Cindy, Christy, Tatjana, Namomi, Hollywood, 1989
이 작품은 1980 - 1990년대를 풍미했던 대표적인 모델 스테파니, 신디, 크리스티, 타티아나, 나오미의 누드 사진이다. 허브릿츠는 친하게 지내던 모델 다섯 명을 그의 스튜디오로 불렀고, 모두 옷을 벗게 했다. 허브릿츠의 능력을 무한히 신뢰하고 있던 그들은 그가 요구하는 모든 것에 따랐다. 이 사진은 허브릿츠의 대표작이자 1990년대 슈퍼모델을 상징하는 작품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사진 속 다섯 명의 모델은 모델의 패션쇼나 잡지, 광고계를 장악했다. 신디 크로포드는 허브릿츠에 대해 "모델들의 가장 우아한 모습을 끌어내는 사진가로, 모델이 작품에서 보이길 원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능력이 있다."는 찬사를 보냈다.


허브릿츠는 1980년대와 90년대에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한다. 2007년 그가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기 전까지, 그는 이세이 미아케나 사딘, 마이클 잭슨, 고르바초프와 같은 세계 유명인사들의 기록을 끊임없이 남겼다. 그는 수십만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콘택트 시트(가장 나은 컷을 선택하기 위한 전 단계, 국내에선 밀착 인화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작가의 취향을 알 수 있다)에서 선택받은 사진은 족족 명작이 됐다. 대량생산과 자기 복제, 자본주의와 상업 예술의 특징이다. 허브릿츠는 상업 사진을 찍으면서도 예술가의 품위를 잃지 않았다.

3편에서는 허브릿츠의 생애와 그의 누드 작품을 위주로 작품 설명을 하고자 한다. 1편에서도 언급했지만 세종문화회관에는 포스팅에 소개한 작품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사진과 글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를 보다 보면 허브릿츠 재단과 주최측이 본 전시를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금세 느낄 수 있다.

사진가들은 서로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으며 자기 스타일로 해석한다. 허브릿츠는 신화와 회화를 재해석하며 작품을 남겼고, 자연물을 통해 질감을 대비하는 것에 탁월했다. 허브릿츠를 보다 보면 현대 패션 사진의 흐름이나 스타일이 한눈에 정리될지도 모른다. 허브릿츠가 상업 사진의 원류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학생이라면 학생증을, 소개팅을 준비한다면 그의 생애를 조금 암기해가자. 좋은 사진 이야기를 나누고, 왜 좋은지에 대해 대화를 나눠 보자. 캄캄한 곳에서 아무 말없이 두 시간을 끔뻑거리며 나오는 것보다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쯤 되면 전시를 가지 않을 이유를 대는 것이 더 어렵다.


3편에 계속

1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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