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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고 Aug 05. 2016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을 찾다

160128 상담


S:
이 상담의 종착지는 어딜까요? 완벽한 사회화와 적응일까요? 저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걸까요? 
사실 헷갈려요. 제가 상담을 하며 느끼는 고통이 더 좋은 사회인이 되기 위한 고통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제 고통을 해방시키기 위함인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
그래요, S가 과거의 자신으로 살던 그때. 그때 S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고 했었어. 그런데 앞으로도 현 상태를 유지하면 본인이 힘들어지는 상황이 올 것 같아. 저는 그게 걱정돼요.


2001-2007 Archive, Jeffrey Hein


S:
맞아요 선생님, 저는 26년 동안 힘들어 본 적이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스물일곱 살이 되던 해는 정말 힘들었어요. 외롭다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꼈어요. 상담을 하면서 깨달았어요. 앞으로 이렇게 사는 거. 뭐, 저는 괜찮을 거예요. 부족함 없이 자랐고, 앞으로도 부족함은 없을 거예요. 혼자 사는 것에는 문제가 없겠죠.

선생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을 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불안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잖아요, 그건 왜 그런 걸까요?

S:
그런데 불편했어요. 
스물일곱의 저는 마음 가는 대로 행동했어요. 심지어 이별에 있어서도요. 제멋대로였죠. 내 마음의 카드를 다 꺼내서 보여주고 '여기서 네가 필요한 걸 가져가서 알아서 해석해. 난 괜찮으니까' 하는 식으로 행동했어요. 솔직했던 거죠. 

아니, 어쩌면 제 감정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네가 알아서 해석하면 그게 나다'라니. 무책임한 거죠. 모든 카드를 다 열어 놓고 알아서 해석하라고 하는 건 대화가 아니잖아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제대로 대화할 줄 몰랐어요.

그 사람과 대화하고 싶었는데, 제가 많이 서툴렀어요. 연습이 안됐어요.


2001-2007 Archive, Jeffrey Hein


그게 불편한 것 같아요. 혼자 살 거라면 앞으로도 괜찮은데, 이대로 살면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나타났을 때. 그 사람을 그때와 같은 방식으로 불편하게 할 것 같아요. 그때 그 사람처럼요.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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