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LACE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고 Feb 22. 2016

160201: 녹취록 03

택시 안에서

자는 학생이다. 그래서 택시를 탈 금전적 여유가 없다. 보통 약속을 늦는 편은 아니지만, 약속이 늦게 되어도 양해를 구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다행히도 서울은 독특한 도시다. 가끔은 지하철이 택시보다 더 빠르다. 아무튼 필자가 택시를 탈 때는 심각하게 곤란한 일이 발생했거나 상대방이 택시를 타고 오길 요구할 때다. 후자의 이유로 오랜만에 택시를 탔다. 필자는 종종 기사님들을 인터뷰한다. 먼저 양해를 구한 뒤에 녹음한다.

택시는 시간당 꽤 큰 지불을 하는 서비스다. 그리고 그들은 아는 것이 많다. 정보의 정확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매일 라디오를 듣는다. 필자가 그들에게 말을 거는 이유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목적지를 말씀드린 뒤 녹음기를 켰다.




(녹음 시작)


속물러s(이하 S):
안녕하세요 선생님, 택시를 94년부터 하셨네요?

택시기사님(이하 택):
아 그렇지. 그 개인 면허는 94년부터 했고, 그 전에는 회사 택시를 좀 탔지.

S:
정말 오래 하셨어요. 대부분 2000년대 면허증이던데.

택:
그렇지. 내가 개인택시 탄 게 좀 됐지. 내가 시작했던 시절에 비하면, 서울에 택시 많아졌어.
원래 내가 회사 택시를 탔을 때 한 8년 근속하면 (서울) 시에서 택시를 줬어. 그런데 2008년 인가? 그런 것도 없어졌어. 택시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거든.

S:
그런 게 있었어요?

택:
그럼요. 그 전두환 시절 있잖아요? 그 군인들 중에 한 4년 이상 근속하고, 준위 이상 계급들이 제대하잖아요. 그러면 개인택시 하라고 그때 택시를 하나씩 줬어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그런데 당시 군인들이 뭘 알겠어. 걔들 중에는 차도 못 몰아본 애들도 있잖아. 그때 개인택시 번호판 있죠? 그 번호를 팔고 막 그랬어.

S:
네? 개인택시 번호가 거래돼요?

택:
응, 당시 가격으로 한 3,000만 원 정도 했어 그 가격이. 그때도 적은 돈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뭐 만만치가 않아.
지금 시세가 내가 알기로 한 9,000만 원 정도 돼. 사고 없었던 번호판으로다가.



S:
엄청나네요. 저는 이 얘기는 처음 들어요.

택:
택시 회사, 택시 타잖아요? 택시가 정년이 없는 게 아니거든. 회사 택시는 65세 되면 명. 퇴(명예퇴직)를 해야 해요. 그런데 회사 택시 타면서 회사랑 트러블만 없으면 계약직으로 다시 계약을 할 수 있어. 그런데 많이 불편하지. 수당 이런 거 싹 다 없어져요. 일만 많아지지, 휴일 안 주지. 그러니까 정규로 타는 사람들에 비해 월 30-40(만원)씩 덜 받아. 그러니까 개인택시를 사려는 거지.

S:
30 ~ 40만 원이면, 꽤 큰 금액인데요?

택:
엄청 크지. 정규 계약이랑 수준이 다르니까. 그러니까 개인택시 번호판을 사고파는 거예요.
서울시가 번호판 가격이 한 9000만 원 정도 되는 것 같고, 경기 화성 넘버가 제일 비싸요. 한 1억 5천 인 걸로 알고 있어요. 차 전체 말고, 그냥 넘버만.

S:
네? 그 번호판이 그렇게 비싸요?

택:
그렇지요,

S:
와, 저는 그러면 일억 정도 하는 차를 타고 있네요.

택:
(웃으며) 차 값까지 포함하면 그렇죠. 근데 뭐 어디 묻히는 돈도 아니고. 그냥 택시 하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타요. 묻는 돈이지. 그래도 올랐다고 하면 조금 기쁘긴 해.




S:
서울에 도로가 새로 생기고, 고가도로는 원래 있었고, 청계천 바뀌는 건 근무 중에 있었던 일인 거죠?

택:
그렇죠 공사를 많이 했죠. 서울 내부순환로 42킬로미터짜리 있죠? 내부순환도로. 그것도 (건설된지) 얼마 안 되어요 한 15년 됐을까? 그거 오래 안돼요 그거.

S:
택시가 막 시작하셨을 때 비하면 많아졌겠어요?

택:
아유, 많아졌죠. 시에서는 더 이상 허가를 안 해주는데. 이게 어떻게 늘어나 그렇게 이상하게.

S:
94년에 택시 하셨으니까, 98년 IMF 때 (택시 수가) 늘어난 거 많이 느끼셨겠어요.

택:
그렇쥬, 제가 택시 탄지 4년 만에 그런 일이 있었죠. 성수대교 무너진 것도 그렇고.

S:
그때는 놀라셨겠어요?

택:
그랬죠. 일하다 말고 그냥 집으로 들어갔죠. 가서 "나 안 죽고 살아있다" 그랬죠.
그땐 핸드폰도 없었으니까. 일찍 들어갔죠.

(앞차가 머뭇거린다)

택:
(웃으며) 운전 이상하게 하시네.
뭐, 운전을 저렇게 이유가 있겠지.

S:
택시 좀 오래 타신 분들은 다들 초연하신 것 같아요. 욕도 별로 없으시고.

택:
똑같아요. 조심해야지. 나만 잘 한다고 잘되는 게 아니야. 방어 운전도 해야 하고.

S:
어떤 택시 기사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사고 나면 내가 피해자여도 100% 손해라고. 영업 못하고, 하루 종일 경찰서 가서 시간 다 날린다고.

택:
그렇죠. 내가 피해자라 하더라도 무조건 손해야. 일 못한 거 배상 안 해주지요, 아픈 건 아픈 거고, 또 차 다치면 차나 고쳐주고.
입원하더라도 택시나 버스 조합들은 엄청 해대요. 위해주고 그런 거 없어.

S:
버스조합도 그래요?

택:
(버스) 공제조합 더러워요. 보험회사도 별로예요. 전치 2주 나오잖아요? 그러면 2주 딱 마지막 날에 돈 보내. 우리 같은 서민들이 돈이 어딨어. 그러니까 아프면 빨리 나오는 게 (차라리) 나아요. 하등 이득이 없어. 사고 난 사람이 손해야. 보통 아프면 하루 몇 만원씩 계산해서 주거든요, 보험회사에서? 근데 나가면 내가 그거보단 더 벌지. 안 아픈 게 이득이야.

안전 운전하는 게 (택시) 오래 하는 비결이야. 운전실력은 10년 20년 하면 초보자보단 좀 낫겠지. 근데 (차를) 가져 다 와서 들이 대면 사고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조심해야지.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 공원'을 만들기로 하고 서울역 고가도로를 폐쇄했다, 사진: 서울특별시


(택시는 이제 서울역 고가도로를 우회하여 아현을 오른다)


S:
저, 이 길은 처음 가봐요.

택:
예전 서울역 고가도로 있었을 때는 이렇게 안 갔지. 공사 시작한 지 한 달 반 됐나 그래요 12월 13일부터였으니까. 이제 한 달 반 됐네요. (도로) 막기 전에는 길은 금방 갔어. 지금쯤이면 목적지 다 왔지. 천상 돌아가야 하니까. 이게 도로를 헐고 다시 만드는 보수 공사가 아니에요. 아예 차단을 시키고 꽃길을 만들어가지고 시민들에게 개방한대요. 차는 못 다니죠.

S:
서울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 중에서 교통문제가 제일 심각한 것 같은데. 

(서울 고가 공원은) 왜 하는 걸까요?

택:
저기 박원순이가 시장이 임기에 뭐 하나 해놓으려고 그러나보죠. 국책 사업하다 보면 뭐 임기 기록으로 남으니까.

S:
근데 도로 많이 바뀐 걸 많이 아시겠어요. 저는 서울 생활한지 5년 정도 되거든요.

택:
아, 지방이?

S:
저는 원래 타지 사람이에요. 서울은 도로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새로 생기고, 넓어지고.

택:
응. 그렇지.



S:
그나저나 화성 차 번호판은 왜 그렇게 비싼 거예요? 어마어마하네요.

택:
화성시가 공장지대가 많잖아요. 그리고 개발도 계속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가 봐요.
사람도 모이고, 손님이 많아지고, 공장이랑 주거단지도 엄청 넓어요 화성시가. 그 전에 군이었는데 화성시가 됐죠. 그쪽.. 그 어디냐. 그 동탄 그쪽으로 해가지고 전부 다 화성 시예요. 번호판은 옛날 제주도가 제일 비쌌거든?

S:
제주도 번호판요?

택:
제주가 관광지잖아요. 예전엔 관광객들 상대로 벌이가 됐거든. 그런데 그 택시들이 뭐 불량한 짓을 했는지, 지사들하고 간부들하고 트러블이 생겨가지고 싹 그 엄청 깎아 내려갔어 가격이. 그래서 지금은 별거 아니라고 그러더라고. 차가 렌터카가 몇천대가 돼요. 제주도 가보셨죠?

S:
네, 많이 달라지긴 한 것 같아요.

택:
공항 옆에 렌터카 회사가 엄청 많아. 그러니까 메리트(merit, 이점)가 없어졌지.

S:
그렇겠네요.

택:
수요가 없으니까, 가격도 내리는 거지.


뉴욕에는 서울시가 하려는 듯한 모양의 공원이 있다. 사진은 뉴욕시의 하이 린 파크: High Line Park, NYC


S:
서울 근대사는 곧 도로의 역사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도로 나는 곳에 건물 생기고.

택:
그래도 뭐, 우리 같은 사람들은 (건물) 넘어가면 넘어가는 거고, 다가오면 다가오는 거고, 그래요. 힘이 없으니까. 그런데 이런 거 기억하는 꼼꼼한 사람들은 다 추억이지.

(라디오 소리)

S:
저는 지금 가는 곳이 집이에요. 선생님은 댁이 어디세요?

택:
난 용산에 있어요.

S:
아, 용산 사시는 구나.

택:
여기 원래 안 막히는데, 여기 그 반대가 막히는데 그 한남 가는 길. 그 삼각지 다리 건너려고 하면, 끔찍해요. 한남 가는 길은 택시 기사들도 짜증내. 손님도 막히니까 화내고. 이태원, 강남 가는 길목이니까 수요는 많은데.

S:
그렇죠. 삼각지 다리는 정말 차 많아요.

택:
따지고 보면, 서울 시내 다 막히죠.

S:
신촌은 근데 요새는 그냥 잘 빠지는 것 같아요?

택:
신촌 로터리 그쪽은 좀 막혀. 근데 그 처음에 신촌 연세대학교로 차를 못 들어가게 했잖아요.

S:
네, 막았어요.

택:
한참 막았을 때는 엄청 막히더니 이제는 요령이 생겼는지 안 그러더라고. 대신 홍대는 엄청 밀리고. 요새는 연남동도 (차가) 엄청 막혀요. 상습적으로 막히는 데는 그 명동 쪽.

S:
여의는 어때요?



뉴욕의 하이 린High Line 공원 전경. 서울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서울역 고가 공원이 생기는 자리와 달리, 이 공원은 뉴욕 시 외곽에 있다


택:
여의도 막히죠. 원효대교 건너면, 그 샛강 가는 길이 항상 막혀. 어디냐, 한강대로. 거기는 처음에 전용차로를 만들고 나서 좀 (차가) 많이 막혔지. 지금은 좀 나아졌지. 마포대로 하고.

S:
거의 다 왔네요. 선생님. 저 신호 앞에서 세워주세요.

(차를 세우며)

택:
네, 됐습니다. 6700원 나왔습니다.

S:
네 선생님. 들어가세요. 안전 운전하시고요.

택:
아주, 학생 덕분에 재밌게 왔네.
네. 들어가세요.

(차 문 닫는 소리)





(녹음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