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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고 Feb 19. 2016

별이 된 남자

데이빗 보위와 블랙 스타 (1947 ~ 2016)


별과 탤런트



리는 영화, 음악, 예술에 탁월한 사람들을 스타라고 한다.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지만 꼭 나를 향해 반짝이는 것 같기 때문인 걸까? 별과 탤런트는 상징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다. 스타의 사전적 정의는 1676년 즈음에 정립됐다. 메튜 헤일(Matthew Hale) 경의 시 <베들레헴의 별Star of Bethlehem>에서 별과 사람은 처음으로 그 의미가 닿는다. 신비롭다는 의미의 아스트랄(Astral)은 한국어로 옮겨 적으면 성기체(聖氣體)다. 별의 기운으로 된 몸이란 뜻이다. 상서로운 분위기를 지닌 기분을 뜻한다. 스타를 볼 때 기절할 듯 숨이 막히거나 닭살이 돋는 경험이 이와 가까울 것이다.

우리는 별을 헤며 추억을 쌓았고, "이 별은 너, 저 별은 나" 하는 노래를 불렀다. 역사책에서는 위인의 탄생과 죽음을 별의 탄생과 추락에 비유한다. 서양 사람들은 별자리에 이야기를 붙여 낭만을 노래했다. 별은 곧 신화이며, 특별한 사람에게만 그 비유가 허락되는 성역이다.


데이빗 보위의 마지막 사진은 대부분 지미 킹(Jimmy King)이 찍었다. 69세의 데이빗 보위


생애


살아서 스타인 사람들은 많다. 데이빗 보위 역시 (생전) 스타였다. 스타는 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워너비가 된다. 스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는 사람이다. 그러나 사후에도 기억되고, 추모를 받는 스타는 많지 않다. 죽어서도 롤 모델이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데이빗 보위는 운명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별이었다. 그의 부고가 전해진 다음 날, '런던 브릭스톤엔 만여 명의 군중이 모였다.' (1947.1.8~2016.1.10)


런던 브릭스톤에 만여 명의 군중이 모여들었다. 데이빗 보위가 태어나 자란 동네다. 그의 생가 근처에 있는 릿지 시네마 간판에는 상영작 대신 'David Bowie /Our Brixton Boy/ RIP'이라는 문구가 걸렸다. 이 극장 벽에 추모객들은 꽃과 애도 메시지를 쌓아 올렸다. 그리고 파티가 시작됐다. 극장 안에서, 극장 밖의 거리에서, 그리고 브릭스톤 일대의 펍과 카페에서. 거리의 사람들은 누군가의 선창에 따라 'Starman' 'Change' 'Let's Dance'같은 노래를 드높이 따라 불렀다. DJ가 트는 음악에 맞춰 환호하며 온 몸이 터져라 춤을 췄다.

에스콰이어 2월호


알라딘 세인(Aladdin Sane)의 앨범 커버, 데이빗 보위


살아생전 보위는 변화를 선도했다. 록을 기반으로 댄스와 디스코 그리고 일렉트로니카를 다양하게 접목했다. 록 내부에서도 끊임없는 변화로 자생을 추구했다. 그는 글램록을 주도했고, 자신의 음악에 페르소나(분신, 원래 의미는 가면(Persona)을 의미하며 성격(personality)의 어원이다)를 쓰고 활동했다. 나무위키의 표현을 빌어 그의 독창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는 다양한 장르의 융화 외에 시각적인 효과를 강조하면서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 틴 화이트 듀크(Thin White Duke)와 같은 페르소나를 도입하여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굳히는 데 성공했다.
페르소나에 있어서는 마돈나의 선조이며,
마이클 잭슨에 앞서 시각적인 효과를 강조했던 인물이다



필자가 그의 음악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그의 생애 말년이던 2013년이었다. 유튜브 상위 차트를 드래그하다가 듣게 된 것이 보위 10년 만의 복귀 음반이었다. 그 후 2016년 밸런타인데이(Valentine's Day)와 블랙 스타(Blackstar)가 발매되었고, 블랙 스타에 푹 빠진지 이틀 째 되던 날인 1월 10일에 데이빗 보위는 세상을 떠난다.



그의 과거 음악은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를 제외하고 아직 필자의 귀에 익진 않았지만 그의 디스코그래피(Discography, 전집)를 듣고 있다 보면 상업적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그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만약 그를 조금 더 좋아할 시간이 있었다면, 조금 더 그에 대해 궁금할 여유가 있었다면 필자는 그에게 푹 빠졌을 것이다. 그는 개척자이며, 그가 곧 음악의 역사였으니까. 어쩌면 데이빗 보위와의 짧은 조응은 이러한 찰나의 스침 때문에 더욱 애틋하게, 그래서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의 오드 아이(Odd eye)는 친구와 여자문제로 주먹다툼을 하다가 친구의 주먹에 낀 반지가 보위의 왼쪽 눈을 강타 하면서 동공이 홍채를 가리는 부상 때문에 생긴 것이다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자신 있게 페르소나를 쓰고 벗을 수 있다. 자신감 있는 사람이 당당할 수 있는 것과 같다. 그의 오드 아이(Odd eye)는 열다섯 살 때 친구와 여자 문제로 주먹다툼을 하다가 친구의 주먹에 낀 반지가 보위의 왼쪽 눈을 강타하면서 생긴 것이다. 그의 동공 근육이 풀리면서 홍채가 눈동자를 가리게 된다. 그는 이러한 신체적 결함에 대하여 늘 당당했다. 본인의 자서전에서 그는 이런 눈을 만들어준 친구에게 감사한다고 고백한다. 이 사고 덕분에 자신의 음악이 조금 더 신비스러워지고 (본인의) 아이코닉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어떻게 그의 상흔을 콤플렉스라 의식 조차 하지 않은 걸까? 외국 인터뷰를 수 없이 찾아봤지만 눈과 관련된 코멘트는 친구에게 감사하고, 지금도 잘 지낸다는 언급 딱 한번 뿐이었다.



★(블랙스타)


데이빗 보위는 작고하기 48시간 전 <★>(블랙스타Blackstar라고 읽는다)라는 10분짜리 메시지를 남긴다. 세간에는 블랙스타에 대한 해석이 난무하지만 검은 별이 그의 다가오는 죽음을 상징한다는 해석은 대부분이 동의한다.


블랙스타Blackstar는 그가 별이 되기 이틀 전, 세계에 발표된다


가사는 "오르멘의 빌라에서In the villa of Ormen"로 시작한다. 오르멘은 노르웨이의 별장이고, 이 곳은 데이빗 보위의 전 여자친구인 헤르미온느 파딩게일Herminone Farthinglale이 살았던 곳이다. 또한 이 곳은 그가 생전 푹 빠졌던 오컬트 작가인 알리스타 크로울리Aleister Crowley가 언급한 장소이기도 하다. 보위가 말장난을 했다는 해석도 있다. "오르멘의 빌라에서In the villa of Ormen"이 "모든 사람의 계시the revealer of all men"으로 들리고, 이것은 신의 계시를 받고 죽음과 가까워지는 자신의 모습을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영상 초반엔 해골과 양초, 그리고 꼬리 달린 사람(신인류)이 등장한다. 회화에서 해골과, 양초, 그리고 살아있는 것의 조합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 세 가지 정물은 바니타스(Vanitas)다. 해골은 영원을, 초는 곧 사라져버릴 허무함을, 그리고 살아있는 어떤 것은 언젠가 시들 것을 상징한다. 세 가지 물건의 조합은 '영원한 진리를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Vanitas with Globe and Fruit, TheBigYin



영상에서 (꼬리 달린) 신 인류는 영원한 진리(해골)를 들고 바벨탑을 오른다. 바벨탑은 창세기 11장에 나오는 건축물이다. 바벨탑은 인간들이 천국에 직접 이르고자 쌓은 건축물이고,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상징한다. 소녀의 몸에 꼬리가 달려있는 것에 대해 데이빗 보위는 짧게 답한다. "(꼬리를 다는 것이) 성적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It's kind of sexual"라고. 이 이상의 해석은 독자에게 달렸다.



뮤직비디오 감독인 레넥Renck은 보위가 뮤직비디오를 찍는 당시 죽음에 대해서 고민했던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구체적으로 그가 언급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십자가에 달린 허수아비는 메시아를 상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위는 레넥에게 뮤직비디오를 구성할 때 세 가지를 요구했다고 한다. 내면의식과 고통을 표현할 수 있는 '단추 눈'을 가진 사람, 신인류로 그려지는 '사기꾼', 마지막으로 검은 별(★)을 들고 있는 제사장(Priest, 프리스트)가 그것이다.


검은 별(★)을 들고 있는 제사장

보위는 두 가지 역할로 등장한다. 첫 번째는 검은 별의 책을 들고 있는 제사장으로. (상단) 두 번째는 불안한 내면의식을 표현하는 단춧구멍 눈을 가진 사람으로. (하단) 보위의 블랙스타에 대한 염원과 블랙스타가 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마음이 영상과 가사로 전달된다.


내면 의식과 고통을 표현하는 '단추 눈'을 가진 사람



뮤직비디오에는 몸을 떠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것은 만화 영화 <뽀빠이Popeye the Sailor>(1933)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만화 영화에서 뽀빠이가 가만히 있는 장면임에도 몸이 떨리는 모습을 본 데이빗 보위가 장면을 춤으로 승화시키길 원했고, 그 모습이 반영됐다. 당시 만화영화는 사람이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려서 프레임을 만들어야 했다. 때문에 선이 불규칙적이었고, 프레임을 기계처럼 맞추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캐릭터가 덜덜 떠는 모습으로 그려진 이유다. 하단의 플립북 애니메이션(Flipbook animation)에서 말을 탄 사람이 조금씩 떨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뮤직비디오에서 몸을 떨고 있는 인류는 보위의 상상 속에서 정적으로 존재하는 인간(혹은 인류)의 모습을 상징한다.


I can’t answer why (I’m a blackstar)
Just go with me (I’m not a filmstar)
I’m-a take you home (I’m a blackstar)
Take your passport and shoes (I’m not a popstar)

나는 이유를 답할 수 없다 (나는 검은 스타다)
나와 함께 가자 (나는 영화배우가 아니다)
나는 너를 집으로 데려갈 사람이다 (나는 검은 스타다)
여권과 신발을 챙겨라 (나는 팝스타가 아니다)


보위는 바니타스, 단추구멍 눈을 가진 사람, 제사장, 그리고 사기꾼(신인류)으로 블랙 스타가 되고 픈 자신의 불안감을 표현했다. "나는 블랙 스타다"라고 선언하지만, 계속해서 "나는 팝스타도, 화이트 스타도, 팝스타도 아니다"라고 끊임없이 단서를 붙인다. 그의 확신에 찬 발언은 선언이라기보다는 다짐에 가깝다. 블랙스타는 데이빗 보위가 지구에서 되고 싶은 마지막 모습이다.


데이빗 보위는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거의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죽음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도 충격이었다. 사망 48시간 전 영상이 공개된 이후, 데이빗 보위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팬들이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길 원했을까? 수 없이 많은 가면을 썼다 벗은 데이빗 보위의 마지막 가면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이제는 영영 물어 볼 수 없는 질문들이다.




참고자료:

[1] Blackstar에 대한 데이빗 보위의 코멘트:https://en.wikipedia.org/wiki/Blackstar_(David_Bowie_song)

[2] 성서와 사기꾼 그리고 단추 달린 사람: Joffe, Justin (19 November 2015). "BEHIND "BLACKSTAR": AN INTERVIEW WITH JOHAN RENCK, THE DIRECTOR OF DAVID BOWIE'S TEN-MINUTE SHORT FILM". Noisey. Retrieved 24 Novemb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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