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나는
심이 부러진 연필이었다
부러짐은 연필의 숙명인데
익숙해지기는 멀었나 보다
마침내 마주한 연필깎이 앞
밭은 몸서리가 쳐진다
어째서 나에게는
뾰족해질 기쁨보다
깎여나갈 고통이 더 선명한가
오늘도
구멍 난 필통 속
눅눅한 어둠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