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읽는 기쁨

by 허이든

그대는 먼지 앉은 오색찬란한 책


거친 듯한 가죽 위

금박으로 새긴 제목이

물안개 걷어내는 태양처럼 빛이 난다


누구에게도 쉬이 보인 적 없는 그대는

책장을 열었다면 응당 생겼을 주름조차 없다

읽혔으되 단 한 번도 펼쳐진 적 없으니


말하자면 그대는

끝내 해석되지 않을 은유이자

한시도 눈 뗄 수 없는 원색의 삽화


그렇기에 나는 그저

그대를 비춰줄 맑은 거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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