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와 북극에서 나고 자란

자작시

by 허이든

늦겨울 적도에서 태어난 아이는

따가운 햇살도 시리다 했다.

우기가 들어 비라도 내릴라치면 아이는

동굴로 들어가 불을 지피고

젖지 않은 몸과 옷을 말리곤 했다.

구름이 살짝 끼었을 뿐인데도 뼛속까지 오한이 든다던 겨울 아이는

비도 없고 구름도 없는 곳을 찾아 길을 나섰다.


그 여정 중간에 겨울 아이는

초여름 북극에서 태어난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적도의 여름도 춥다는 겨울 아이에게 여름 아이는

북극의 겨울도 시원하기만 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이

시원하다

고 겨울 아이는 생각했다.


눈보라가 칠 때도 난 털옷은 안 입어. 땀에 알러지 반응이 일거든.

여름 아이가 덧붙이자 겨울 아이는 물었다.

넌 어디를 가는 중이니.

겨울 아이의 물음에 여름 아이는 사막을 간다 했다.

거기는 어떤 곳이니.

겨울 아이의 의문에 여름 아이는 비도 구름도 없는 더운 곳이라 했다.

거기는 왜 가니.

겨울 아이의 무심한 질문에 여름 아이는 당연케도 울음을 터뜨렸다.

한참 동안 눈물을 흘리던 여름 아이는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제는 땀도 흘려보려고


그런 여름 아이가 시원했던 겨울 아이는 동행을 제안했다.

겨울 아이가 따뜻했던 여름 아이는 동행을 기꺼워했다.

그렇게 둘은 같은 곳을 향해 길을 나섰다.


그러나 한때 따뜻하게 느껴졌던 겨울 아이의 온기는

곧 불쾌한 열기가 돼 여름 아이를 답답하게 했다.

시원하게 느껴졌던 여름 아이의 냉기 또한

겨울 아이의 살갗을 베어 그를 움츠리게 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에게 다가갔던 그 이유 때문에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서로에게 멀어져 갔다.


결국

겨울에 태어난 적도 아이는

여름에 태어난 북극 아이에게

이제는 다른 길을 걷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여름 아이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며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 울음이

시원하다

고 여름 아이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