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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찻잔의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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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opyholic Feb 01. 2017

나의 테이블세팅

_ 계향충만

나는 중국 정부 소속의 고급 다예사다.
그리고 그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수교육을 받고 그쪽에서 요구하는 연구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요즘 건포로 차를 우리는 것이 대세로 바뀌게 되면서 고급 다예의 표준도 그쪽으로 바뀌어가는 중.
시험 볼 때만 해도 습포였는데.
여튼 그래서 시험을 봐야 했다. ㅠㅠ
문제는 내가 요 사이 인생이 엄청 롤러코스터 고달픔이었다는 사실이다.
건강은 악화되고 책 원고 써야 하는 압박에....새롭게 시작한 중국어에 신경 안 써도 민족의 대명절 설날까지.....(내 임파선이 부은 건 설날 증후군인 것 같다. 즐거워도 은근 스트레스 받는 지점이 있는 듯)
결론은.....제대로 준비가 안 된 채로 시험을 보았다.
아마도 중국 쪽에서 내 사정을 정상참작해줄 리는 없지만...........나 개인적으로서는 악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다는 지점에 쓰담쓰담, 잘했어, 우쭈쭈 해주기로.
테이블세팅을 위한 주제를 정해야 했는데....그게 꽤 마음에 들게 잘했던 관계로 이곳에 기록으로 남기고자 함.

*****




계향충만

계향충만이라 함은 연꽃이 피면 물 속의 시궁창 냄새는 사라지고 향기가 연못에 가득하다는 뜻입니다.
TV이든 인터넷이든 틀기만 하면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전국을 너머 전세계 방방곡곡의 사건사고들에 노출된 요즘입니다.
만약 우리가 사는 세상을 연못에 비유한다면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는 연못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한가운데서 차를 마신다고 함은 마치 연꽃이 피어나 그 향기가 연못을 가득 채우게 되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을 차의 향긋함으로 채우는 것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갈색 테이블보와 갈색의 화병은 연못 밑바닥의 진흙을 의미하고 백색 계열의 러너와 화병의 백련, 연잎, 연밥은 진흙에서 고상한 것이 피어올랐음을 표현했습니다.
향꽂이는 연잎모양으로 색깔이 포인트를 주는 동시에 연잎으로 기어올라오는 개구리의 모습으로 연못에 생동감을 더했습니다.
무엇보다 귀빈들이 차를 마시는 동안만이라도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의 일을 잊고 차의 맛과 향기를 오롯이 느끼며 마음의 평안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



:)

솔직히 말하면 나의 삶 속에 존재하는 티타임의 모토가 저것이 아닐까 한다.

그 어떤 마음의 상태에서도 차를 마시면 나의 마음은 평온해지니까.

차, 그리고 나.....그것만 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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