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_ week 28

그림 그리는 거 좋아

by Snoopyholic

길게 느껴졌던 한 주였다.

해야 할 일이 많았고....

그런 거 있잖아.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그냥 살았다.

매일 그렇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는 거지만 그림 그리는 행위가 너무 좋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그래도 나를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요즘은 그림 그리기밖에 없는 것 같다.

차 마시는 걸 좋아하지만 제대로 차를 마실 시간 없이 티백이나 다시백에 넣어 우려 마시는 일로 연명하고 있고(이건 솔직히 말하면 날이 더운 영향이 가장 크다) 그 좋아하는 책 읽기도 정지 상태고 글쓰기 또한 거의.....일기 말고는 전혀 가능하지가 않은 상태다. 그래도 소설은 꾸역꾸역 이번 주에 네 페이지 정도 쓰긴 했구나.

출근했다가 퇴근하면 두 시간 정도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멍한 상태가 되고 뭔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세 시간 뒤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네가 간절함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소설은 몇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그나마 그림 그리기의 경우 내가 20~30분이라는 시간 제한을 뒀고 금세 결과가 도출된다는 면에 있어서 접근이 덜 어려웠던 것 같다.

다행이다. 나를 제정신으로 지켜주는 무엇이 있다는 사실이.


#132 middle finger

하도 스트레스가 과도했던 한 주다 보니 이걸 그린 게 겨우 목요일인가 그랬을 거다.

기분이 심하게 다크했던 날인데....

사실 한번쯤은 저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더랬다.

늘 머릿속으로만 생각해왔지만 그 날이 그 날이었던 거라.

나는 가운데 손가락을 치겨 들었던 거라.

ㅋㅋㅋ

아, 진짜 ㅆㅂ....

세상아, 조까라....니가 날 아무리 억압해도 난 굴복하지 않을 거다.


#133 능소화

외근 나갔다가 능소화가 삭막한 도시 한 구석에서 화사하게 피어난 모습을 보니 구겨졌던 기분이 좀 펼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땅에 떨어졌던 녀석들이 누군가의 발에 밟히는 걸 원하지 않아 일일이 주워서 살포시 화단에 얹어주었더랬지.

긴 하루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 잠들기 전 가장 하고 싶었던 게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하루를 견딜 수 있게 해줬던 능소화를 그리는 일.

그림을 그리면서도 참 행복했다.

꽤 잘 그려졌는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줬던.


#134 NEED SOME HORROR

넘나 더운 나날들.

뭔가 무서운 거라도 그리면 좀 시원해질까 해서 그려본 무셔운(?) 드라큘라 아저씨.

모친은 '왠지 귀엽다'고 평해주심....ㅠㅠ

그나저나 오랜만에 브램스토커 드라큘라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으네.


#135 Breezy

전주.

가족의 볼일로 찾은 도시.

뭐 1년에 서너번은 꼭 가게 되는 도시이기도 하다만.

진미집에서 메밀국수를 배 터지게 먹고 송암선생의 글씨를 보며 감탄하다가 모친과 바람을 쐬며 쉬기로 결정하고 정자를 찾았다.

누워서 마이크로 낮잠을 청하신 모친을 포착, 그림을 슥삭슥삭.

시커먼 머리 노랗게 그려줘서 고맙다며 기뻐하신 모친.

ㅋㅋㅋ

그나저나 나 가지고 다니는 휴대용 미니 팔레트의 물감 너무 심하게 즈질인 것.

좀 고민이다. 돈 벌면 레알 진심 휴대용 양질의 미니 팔레트 제작하고 싶은 것.

그리고 있자니 동네 아저씨 등등이 구경와서 '잘 그렸다'며 립서비스 제공해주셔서 매우 감사했다.


#136 Tile

카페에 갔더니 아랍에서 봤던 느낌의 패턴으로 만든 타일이 붙여진 것이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그려봐야지 결심하고 시작했는데....

뭐에 홀렸는지 잘못 그리는 바람에 결국은 그냥 내멋대로 디자인 새로운 타일이 탄생.

그림 느낌만은 어디 터키의 모스크 사원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타일 느낌이라며 위로.

ㅎㅎㅎ

못 그려도 정직하게 올리기로 했으므로 올림.


#137 Green day

비가 참 많이 왔던 날.

회색과 초록의 조화도 참 아름다웠지만 부디 이제 하늘이 개고 초록빛이 제대로 눈부시게 빛나는 에머랄드 같은 느낌을 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익산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기차 속에서 그렸다.

물론 이 산 능선에 관련해서라면 난 솔직히 밤의 그것을 더 사랑하고 언젠가는 꼭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데....아무튼 초록으로 표현해봤다. 역에 도착했다 할까봐 조심 조심.


#138

TV보다가 그간 손은 열심히 그려줬는데 발은 그린 지가 오래됐단 생각에 휩싸여서 그려봤다.

짤막 둥글둥글....

귀여운 내 발. ㅎㅎㅎ


#139 생일축하

어렸을 때는 생일이 잔치였다.

친구들이 우르르 모이고 기다란 테이블엔 음식이 한가득 차려지고.

청소년기부터 이십대 초반까지만 해도 생일을 한 달 정도 치르곤 했다.

수많은 친구들 언니오빠....다 만나 선물 받고 맛있는 거 먹고...........진짜 신나고 잼썼지.

그런데 나이가 먹기 시작하면서 시큰둥하게 지나가게 된 게 생일인 것 같으다.

그 많던 친구들 언니오빠 다들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지고......

특히 애인이 없으면 그야말로 생일 케이크에 불 붙이고 초라도 끌 수만 있으면 다행임.

이런 때일수록 나 스스로 내 생일을 잘 챙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들기 전 가장 좋아하는 스누피를 그려봤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벌써 생일이 기분 좋아지더라고.

올해는 아침부터 오이미역 냉국 원샷하고 시작, 출근해서 진짜 신 들린 듯 일하고 간단하게 냉면이나 먹고 끝내려고 했는데 이놈의 먹을복이란....거나하게 고기 먹었다. 그리고 작은 케이크에 초 한 개(나이 수대로 꽂자고 동생이 마구 놀림) 밝히고 노래 부르고 소원 빌고 후~~

제발. 내 소원 좀 이뤄주시길.

다른 여러 나라에서(미국, 독일, 모로코,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스페인, 스위스, 캐나다, 태국)도 잊지 않고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넘나 고마운 것.

그렇게 또 한 살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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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이번주엔 8개나 그렸네.

바람직하다.

잘 살고 있어....잘 할 거야....그러니 조금만 힘을 내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