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간다
선선해진 게 느껴진다.
딱 입추가 지난 뒤의 일이었다.
그나저나 이 비는 언제 그치려 하는지.
와도 너무나 온다. 비 오는데 어디 나다니는 걸 매우 싫아하는 나로서는 걱정이다.
출근도 해야 하고....기타 등등.
지난 일주일은 종합병원의 일주일이었다.
다행이 부정맥은 경과를 지켜보는 수준으로 그칠 수 있었지만....어깨와 목에 엄청난 통증이 찾아와서 고생하기 시작하더니 냉방병이 강림하사 열이 나고 목이 넘나 붓고 지금도 기침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아침은 눈이 떠지질 않아서 보니 각막염에 걸리고....
그렇게 아프면서 휴가가 지나갔다.
물론 그 와중에 잠과 통증과 싸워가며 책 원고를 고치고 마감이 있는 원고를 완성하고...
뭐 그랬다.
강의계획서 좀 달라는 요청이 왔지만 그게 작성이 쉽지 않았고.
아이고 소리가 자꾸만 절로 터져나왔던 한 주이자 휴가의 주였음.
그.럼.에.도.불.구.하.고.
그림을 그렸지. ㅎㅎㅎ
#159 Lucky
행운이 필요하다.
아주 많이.
그래서 부적으로 그려봤다.
나에게 많은 행운이 왔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160 치즈먹고싶어
그 밤.
갑자기 치즈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혔더랬다.
암스테르담(스위스면 더 좋을 것 같지만 엄청 비쌀 것이므로) 적당한 호텔에 묵으며(단 치즈가 다양하게 조식에 등장하는 호텔일 것) 치즈만 잔뜩 먹다 오는 상상을 했다.
그림이라도 그리자며....ㅎㅎㅎㅎㅎ
그리다가 좀 심심한 것 같아서 새앙쥐도 한 마리.
#161 Summer Santa
원래 차를 열정적으로 마시던 친구였다.
하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약을 먹게 됐는데 그 약이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면 안 되는 거라고 해서 그는 자신의 차를 나에게 주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참 신기한 건 똑 떨어져서 먹고 싶다 생각했던 보이숙차랑 백모단이 그 속에 들어 있었다는 것.
:)
태국음식을 먹고 긴 수다를 떨고 책방에서 책을 뒤적이고 차를 선물 받고...
마치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같았던 날.
그나저나 차는 끊고 요즘은 독주 칵테일에 몰두한 이 친구....
이봐, 알콜은 괜찮은 거 맞아?!
#162 ぼのぼの
보노보노를 처음 만난 건 1994년 일본에서였다.
그때 홈스테이했던 집의 남매가 푹 빠져서 좋아했던 만화.
말이 많이 안 나오는 데다 엄청 귀여워서 나도 좋아했더랬다.
이후에는 투니버스 같은 데서 만화로 열심히 챙겨봤고.
나른한 느낌이 나는 지점들이 있는 만화.
그 느낌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은 요즘.
프로젝트가 끝나면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려봤다.
#163 Agent Cooper
그가 돌아왔다!
5월부터 트윈픽스 시즌3이 방영됐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나는 부랴부랴....
어제 첫 화를 봤지롱.
근데 진짜 다들 호호 할매 할배가 됐다. 애들은 컸고.
무엇보다 그렇게 선이 곱던 쿠퍼요원이 쭈글주글해진(물론 카일이 다른 영화나 미드에 나오는 것을 봐왔기에 그의 늙어가는 과정을 몰랐던 건 아니지만) 것을 보니 어찌나 가슴이 시려오던지.
샤프했던 옛 모습을 그리워하며 한 점 그려봤다.
그나저나 시즌1,2 복습해야 할 듯하다.
#164 Night Tree
트윈픽스 시즌3이 딱 저런 느낌이다.
영감을 받아 들어본 그림.
깊은 밤중에 커다란 나무가 있는 숲 언저리에 작은 통나무집.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
각종 싸인펜들이 수명을 다해서 드라이해져버렸는데 의외로 또 그 느낌이 그림과는 잘 어울리게 나와서 흡족했다. 또한 싸인펜들도 그간 쓰임당하지 못했던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고 재활용 수거함으로 갈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함.
***
휴가가 끝났다.
이제 점심 먹고 출근해야 한다.
다행인 건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됐다는 것.
프로젝트의 막바지를 완전 열 올려서 열심히 진행해보려 한다.
그렇게 무사히 모든 것이 끝나면 나도 진정한 휴식을 가질 수 있겠지.
그 순간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