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_ week 42

약간의 슬럼프

by Snoopyholic

대단한 일주일이었다.

가장 먼저 고모가 됐다. 그건 너무나 신비하고 특별한 일이었다.

내 동생의 아이.

녀석을 닮은 꼬물거리는 그 생명체에서 다시 한 번 유전자의 위대함을 체감...ㅎㅎㅎ

그렇게 세상에는 딸바보가 한 명 늘어났고 조카바보도 한 명 더 생겨났다.

중국어는 너무 어려워져서 되게 시무룩하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진 않는다. 다만 전투적이던 자세는 내려놓기로 했다. 느긋하게 재미있게 하기로. 사실 그렇다. 뭐든지 재미있게 해야만 끝까지 갈 수 있는 것.

그림도 그렇다. 재미가 없으면 계속 그릴 수 없겠지.

그런 의미에서.....이번주는 사실 슬럼프였다. 생각해야 할 것도 많았고 수습해야 하는 벌인 일들도 있었고 그랬다는. 물론 내 인생에 대해서 말하자면 당연히 다른 수많은 사람들처럼 복잡하고 머리가 아픈 일들 투성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은 편집된 SNS의 삶만 보면서 내 일상에 대해서 업데이트했기에 내가 팔자 늘어지게 여행이나 다니고 맛집이나 핫플레이스에서 먹고 마시고 노는 줄 알기 마련.

그렇다고 그들을 붙잡고 구구절절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라고, 일부러 그렇게 편집해서 올린 것이니까. 누구도 후줄근한 일상에 대단한 관심을 기울이진 않으니까. 어쨌든 뭔가 밀물처럼 밀려오는 은근한 스트레스와 다양한 압박에 시달리며 피곤해서 그림을 그리는 일에 많은 에너지를 부여하지 못했다. 물론 애초에 이 프로젝트가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기 위함은 아니었지만.....그래도 의외로 지속되면서 애정이 더 많이 생기기는 했기에 그만큼 욕심도 따라온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그래서 슬럼프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4개는 그리긴 함.


#209 Good night

화가들이 자화상을 많이 그린 이유 중에 하나가 돈이 안 들고 접근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정말 이해가 간다. ㅎㅎㅎㅎ 물론 요즘 세상에 사진 한 장 구하기 어려운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는 없고 친구도 마찬가지지만 사실 친구는 잘못 그리면 민폐로 이어지니까.....

가장 맘 편한 게 그냥 나를 그리는 일인 듯하다. 예쁘게 그려지면 기분 좋고 이상하게 그려져도 뭐 내가 그렇게 이상하지 뭐.....

펜으로 인물 그리는 것을 더 연습하고 싶어서 자기 전에 그려본 내 모습.


#210 안녕

요즘 심취한 프로그램 중에 하나가 외계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그 다큐는 이미 우리 사이에 외계인들이 함께 살고 있으며 인간의 문명이 선진문명을 가진 외계에서 전달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디 박물관들 다니면서 옛날 사람들이 현대의 기술로도 구현하기 힘든 정교한 기술을 사용해서 만들어낸 물건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 이야기가 의외로 솔깃하게 들릴 수 있다.

사실 시즌 초창기에 좀 보고 말았는데 벌써 9시즌인가 하고 있다.

일부러 챙겨 보는 프로그램으로 등극. 사실 외계인들과 정부 고위급 인사들은 이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사실을 밝히면 사람들은 공포와 공황에 빠질까 아니면 그냥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게 될까.

여튼 외계인 이야기 잔뜩 듣다 보니 그리고 싶어져서 그려본 외계인.


#211 selfie

209번을 물감으로 표현해봤다.

조만간 한 주는 하나의 인물을 다양한 매체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볼 생각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이거나 나이거나 둘 중 하나일 거란 생각)

서투르다, 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나의 실력이지만......계속 열심히 시간을 투자해서 그리다 보면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오, 가만, 만 시간의 법칙이란 것이 있는데.....다음 그림이 212, 그림 하나당 평균 30분이라고 치면 106시간은 그림 그리는 데 사용했구만. 그럼 앞으로 9,894시간만 더 투자하면 그림 잘 그린다는 소리 들을 수 있겠구만.....그렇다면 앞으로 19,788장은 더 그려야겠군. 물론 내가 앞으로 계속 30분 이내로만 그림을 그리라는 법은 없지만 이를 테면 그렇다는 것.

...

...

끄응.......이렇게 명확하게 계산이 되어서 나오는 걸 보니까 평생 내가 그림 잘 그린다는 소리를 듣는 건 쉽지 않겠으니 글이나 더 열심히 쓰는걸로 하자.


#212 A Leaf

집에 들어온(선물받은) 귀여운 나무의 잎사귀가 예쁘기에 그려봤다.

이름은 까먹었지만 뭔가 고목나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잎이 훨씬 다양한 색깔에 예쁘다.

그늘에서도 잘 자라고 물도 이따금 한번씩만 줘도 된다고 해서 안심(?)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식물 전문 킬러'이지만 다행이 모친은 그런 나보다는 나은 듯하니...

녀석이 오래도록 예쁘게 자라길, 우리집을 환하게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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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것인지 내 기준을 확고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도 자주 흔들리는 나를 발견한다.

불혹이 눈앞이건만.....

옛날 사람들은 되게 점잖게 살았나....마흔이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는 건 대단하다. 난 평생 유혹에 흔들릴 것만 같은데 말야.

그나마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하나는 있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것이란 것. 뭐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고. 요즘은 올해 12월까지 이 프로젝트를 다 하면 그 다음엔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 중이기도 하다. ㅎㅎ 일단 열심히 무탈히 끝내기부터 해야겠지만.

아이고. 다음주에 봅시다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