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게 갑자기 싱가포르
갑자기 싱가포르에 가게 되었다.
인생이란 역시 참 알 수 없는 것.......언젠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로 올지는 몰랐던 곳이 싱가포르였다.
어쨌든 오게 됐다, 이곳으로.
그리하여 그리게 된 것들에 대하여......
#247 My weapons
지난주를 기억하신다면 내가 그간의 집에서 발굴(적어도 현재까지)했던 모든 스케치북을 6권 다 썼다는 사실을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단계가 지나자 나는 이제 내 그림 그리는 일에 다음 단계가 도래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결국은 중량이 좀 되어서 울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새로운 스케치북을 장만하고 내수성이 좋은 잉크도 밤새도록 검색하고 기타등등.....엄청 노력했다.
그리고선 새로운 스케치북의 첫 그림은 나의 무기들.
사실 발색표 겸해서 그려봤다.
나의 미니 팔레트와 라미 사파리 그리고 카쿠노 극세 만년필, 그들의 카트리지를 채우는 건 플래티넘 잉크.
뭔가 정말 다르기는 하더라고..... 스케치북을 대하는 마음 자체가. 신나 신나~~
#248 Late night flight
요거슨 싱가포르 출발하기 전 게이트 대기 때랑 비행기 타서 그림 그린 것.
그림 그리니까 시간이 참 잘 가는 것 같아서 매우 뿌듯했으나 같이 출발한 모친은 내가 사라진 줄 알고 매우 애가 타셨다고.
비행기에서는 자꾸 와인을 시켜 마셨더니 대체 왜 그러냐, 저 사람들 피곤하다...이러며 승무원들을 매우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엄니, 저 사람들 돈 받고 저런 일 하는 거고 우리는 돈 몽창 내고 비행기 탔으니 본전 뽑아야쥬.....;;;;;
#249 Singapore Sling
싱가포르 에어에 탔으면 반드시 마셔봐야 할 것이 있으니 그것은 싱가포르 슬링이다.
싱가포르에서 최초로 계발된 칵테일인데....
일반 바에서 마시면 2마넌 정도의 가격이지만 싱가포르 에어에서는 서비스로 제공.
모친은 처음에 매우 거부하셨으나 막상 시켜주니 원샷하시기에 깜놀하여 바라봄.
주스인줄 아셨다고...
매우 달달하고 상큼한 칵테일이었다.
#250 Go with the flow
싱가포르에 와서 반갑다고 해야 하는지 뭐라 표현할지 몰겠는데 수많은 달팽이를 만났다.
정말이지 그들은 거대한 사이즈를 자랑했다.
우리나라에서 혹은 스페인에서 봤던 귀여운 사이즈가 아니라 네덜란드에서 심각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정도로 큰 녀석들.
근데 보고 있으면 어찌나 귀여운지 모른다.
몇 녀석은 비참하고 처참히 죽어 있었는데.......그래서 길 갈 때마다 발견하면 건너편으로 옮겨주기도고 했다. 사실 그들은 각자의 운명을 가지고 있으므로 내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였건만.....
모르겠다. 느릿느릿 가는 모습에 나를 투영시켜서 바라본건지도 모르겠다.
으스러진 모습에서 나도 저렇게 되면 어쩌지 두려움을 느낀지도,....
#251 Swimming pool
머물고 있는 숙소에 저런 풀장이 있다.
오마이!!
넘나 멋진 것.
사람들도 즐겁고 기꺼이 이용한다. 강습을 하기도 하고 각자의 연습을 하기도 하고...
여태 딱 한 번 들어가봤는데 들어가서 자유영, 배영, 평영까지는 어떻게 소환해서 해봤는데 대체 접영은 안 되더라고. 역시 어려운 것.
좋아하는 풍경이라서 그려봤다.
#252 women i saw in purple line
지하철을 타는데 시간이 꽤 걸리기에 스케치북을 챙겼다.
챙겼으니 그려야지.
그곳에서 바라본 다양한 여인들의 모습들.
#253 Sunkyoung in the tea chapter
8년 동안 쉬지 않고 왜 싱가포르에 놀러오지 않느냐 물어왔던 친구.
그녀를 드디어 싱가포르에서 만난 날.
넘나 신났다.
맛난 걸 먹고 차를 좋아하는 내가 좋아라 할 것이라 확신했던 찻집에 가서 무려 4시간 동안이나 수다를 떨었다. 우리가 만난 건 나의 첫번째 책 이후. 이제 난 그녀에게 나의 세 번째 책을 선보이게 됐다.
ㅋㅋㅋ
거 참 시간 빠르다며. 언제 어떻게 만나도 늘 할 말이 많은 우리.
사랑스러운 그녀.
#254 Nori V
조카 주간 업데이트.
이거 그리고 가족들에게는 엄청 쿠사리(?) 먹었는데 막상 아범은 엄청 좋아하더란.
ㅎㅎㅎㅎㅎㅎ
나날이 여물어가는 그녀가 너무 신통방통한 왕초보 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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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여기 왔다고 딱히 엄청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고 그냥 잘 지내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여기 살 건 아니고 이제 곧 돌아간다.
그림은 열심히 그리려고 노력 중이다. 쉽지 않을 뿐이다.
ㅎㅎㅎㅎ
나 혼자 여행 다니는 데 익숙했던 인간이 다른 사람들과 엄청 몰려다니려니 영....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또 나의 모친 박여사께는 자매들이 뭉친 것이 거의 30 몇 년 만의 일이라서.....감회가 남다를 것이라는 생각.
즐거운 매일이 이렇게 흘러간다.
나는 딱히 엄청 열심히 그리지는 않지만 아무튼 꾸준히 그리고는 있다.
하려고 계획했던 모든 것을 못 해도 너무 슬퍼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자주 이곳에 올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물론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으며 싱가포르에는 평생 못 올 수도 있단 사실을 너무 잘 알기도 하지만 뭐, 결국 다 팔자소관!
:)
다음주에 또 몇 편의 싱가포르 그림과 한국으로 돌아가서의 그림으로 만나는 걸로 이별의 인사를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