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_ week 46

겨울의 시작, 스케치북의 마지막

by Snoopyholic

겨울이 시작됐다.

정말이지 집 밖에 나갔다가 얼음이 꽁꽁 얼어 있는 것을 보곤 화들짝 놀랐는데....

그 얼음이 종일토록 녹지 않는 것을 보(집에 틀어박혀 있고 싶었지만 사정이 있어서 몇 번이나 나왔어야 했다)며 이제 정말 겨울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딱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가을 뒤에는 겨울이 오는 것이니까.

게다가 이제 11월도 훌쩍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할 말 없지.

일이 있어서 밖에 나왔어야 했고 사람들을 만나야 했던 한 주였다. 그 만남이란 게 참 행복하고 가슴 따뜻한 일이었다는 점에 있어서 매우 뿌듯했다는!

아, 슬픈 일(?)도 있었다. 책 출간을 기념해서 나의 각종 SNS(블로그, 패북, 인스타그램)에서 출간 기념 이벤트를 펼쳤는데.........딱히 큰 호응 없이 마무리됐다. ㅎㅎㅎㅎ 그래도 참여해준 사람들이 있기는 해서 너무 다행이었지.....그분들께 정말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사람이 그런 것을 하려면........능력 있는 마케터이거나 나 자체가 이름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음.

ㅡ,.ㅡ;;;;;;

의연한 척했지만 얼마나 애가 닳았는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수양하는 나의 그림 그리기가 빛을 발했다. ㅋ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열한 개 그리는 기염(?)을 토함. ㅎㅎㅎ


#236 Purple Ribbon

왜, 살다 보면 운명처럼 다가오는 이미지라던지 물건이라든지 사람이라든지 그런 것이 있잖아.

나에게 있어서는 해골이 그렇다. 너무 좋은 거지....멋진 거지......

딱 10년 전 여름에 독일에 갔을 때 어느 기차역이었던지?! 굉장히 스타일리시하고 예쁜 언냐가 저런 귀여운 해골을 액세서리로 단 것을 본 이후 리본 해골 또한 나에게 운명적으로 다가와 자리잡았다.

이번엔 독특한 색깔로 매칭해봄. 그리고 보니 왠지 짐 캐리 주연 영화 마스크가 떠오른다며 낄낄.


#237 Atumn Leaves

아직은 가을이라는 느낌이 좀 있어서 위안이 되던 어느 밤에....잠도 안 오고 해서 그려본 것.

어렸을 땐 색깔 예쁜 낙엽 보면 막 주워다가 책갈피에 꽂아서 고이 말리곤 했는데.....

그야말로 수년이 흐른 뒤에 그 책에서 다시 납작해진 낙엽을 찾으면 그때 그 고왔던 빛은 온데간데 없고 조금만 흔들려도 바스라질 것 같은 바란 색깔의 잎파리만 덩그라니.....

이제 그림을 그리니까 그런 것을 그림으로 그리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몇 개 주워다 보관한 것들을 꺼내어 그려봤다. 다 그리고는 다음 날 자연으로 되돌려보냈다.


#238 Wendy, I'm home!

영화 샤이닝을 아시는지?

정말이지 잭 니콜슨 할배....대단해.....그분의 광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다. 큐브릭 특유의 공포와 기괴스러움도 그렇고.......아무튼 매우 흥미로운 영화.

뭐가 계기가 됐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영화의 한 장면을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급 머릿속으로 날아든 이 이미지에 사로잡혀서 그리지 않고는 베길 수 없어서 그렸다.


#239 NORI IV

일주일에 하나씩 업뎃되는 조카, 그 네 번째!!

정말 일주일 사이에 더 여물고 컸다. 너무 신기해.....

이번주에도 낫지 않은 감기 때문에 방문하지 못해서 매우 우울한 고모.......

그래도 매일 사진 받아보며 힐링 중!!!


#240 Shoot

정말이지....................가볍고 귀여운 사기를 당했다.....는 아니고 당할 뻔했다.

물론 내가 당하지는 않았겠지만 이놈의 낭비한 시간을 생각하면 급 속이 부글거림.

총 있었으면 빵야, 쏴버리고 싶다고 생각하며 그린 그림.


#241 Platypus

호주에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타즈매니아의 호수에서 새벽 카약킹을 하다가 오리너구리를 만났던 순간이 떠올랐다. 정말 신비했던 그 순간....너무 순식간에 지나가긴 했지만 야생에서 오리너구리를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들었고 나는 뭔가 커다란 선물을 받은 것 같아서 완전 벅차올랐더랬지.

요즘은 살면서 그렇게 갑작스러운 선물 같은 벅차오름을 느낀 일이 하나도 없는 듯해서 왠지 서운하기도 하고.

아무튼 호주에 돌아가고 싶어잉.....이러면서 그려본 오리너구리.


#242 Rosa

인스타그램에서 책 사진을 올려준 사람 중 5명을 선정해서 그림을 그려주는 이벤트를 개최했었다.

당첨자를 선정해서 메시지들을 보냈고, 가장 먼저 답신과 함께 사진을 보내주신 독자님을 그림.

유후인에서 찍은 사진이라는데 고양이 인형이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미모의 독자님.

이렇게 뭔가 타이틀을 걸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처음이었던지라 긴장되 되어서 연필을 택했다.

수정이 가능하니까!

아침부터 오랜 공을 들여서 그려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보내드렸더니 넘나 좋아하심. 헤헷.


#243 Chloe

두 번째 독자 그림.

사진은 날이 굉장히 흐린 상태라서 생기가 없어 보여서 이번에는 싸인펜으로 시도해봤다.

나의 의도가 전달됐던지 색깔이 들어가 생기 돈다며 매우 좋아해주심.

싸인펜도 확실히 매력적인 안료다.


#244 First trial

내수성 잉크를 구매했다. 제일 저렴한 것으로 구매해서 신나서 펜에 적용했으나 너무 진해서 펜을 잠시만 놔둬도 잉크가 굳는지 써지질 않더라고. 완전 좌절......아무튼 그래도 어떻게든 내수성 잉크로 라인을 그리고 수채물감을 칠해보는 작업이 해보고 싶기는 해서 그려내보긴 했다.

그러네 물칠해도 거의 안 번지네.

신기하다 생각하며 다른 잉크 맹렬하게 검색 중이다. 사고 싶은 잉크(누들러)는 나에게는 아직 사치라서 그냥 저렴하면서도 펜에 채워서도 쓸 수 있는 녀석을 탐색 중.


#245 Juya

인스타 이벤트 세 번째 주인공.

넘나 아리따운....사진이 도착했다. 문제는.....건물의 복잡한 선을 보고 헉! 뭔가 고민을 많이 하다가 인물을 중심으로 그리자는 꾀(?)를 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도 내가 그려야 할 라인들이 꽤 보여서 가는 만년필로 그려보기로 했고 저런 결과물이 나왔다. 세세한 것이 많으면 과감하게 그걸 표현하든지 아니면 생략해서 표현하든지....뭔가 결단이 필요한 것 같다.

마음에 들어해주셔서 안심.........................


#246 Tea time

스케치북의 마지막 장.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지? 고민하다가 문득 눈앞에 있는 개완을 그리기로 하곤 슥슥 그렸다.

때마침 한국 황차를 마시는 중이었거든.

꽤 두꺼운 스케치북이었건만 끝을 보니 왠지 감개무량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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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올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의도....나에게 있는 쓰다 만 스케치북을 다 쓰자! 그런 와중에 사놓고 안 쓴 스케치북도 발견되고 해서 모두 6권의 스케치북이 나왔고, 이 정사각형 판형의 스케치북이 6번째로 쓰게 된 녀석이었다. 2010년 7개월 동안 여행할 때 이스탄불의 한 서점에서 사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것으로 2017년에 마침표를 찍었다. 물론 이전에는 1999년부터 그리기 시작한 녀석도 있다. 그건 18년 만에 마지막 장까지 알뜰하게 채워진 셈이지.

여튼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다. 뭐 솔직히 말하면 이미 다음부터 그릴 스케치패드를 사두긴 했다. 따라서 내가 그간의 스케치북을 다 썼다고 그림 그리는 것도 끝난 것은 아니지만.....오히려 어떻게 보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내가 그림을 그리는 걸 얼마나 좋아하고 그동안 원해왔던가가 드러난 셈이다. 1월 1일에 시작해서 이렇게 꾸준히 11월 중반을 넘어서까지 그림을 그릴 줄은 전혀 몰랐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대해서 더 다양한 각도로 이해를 높이는 시간이기도 했다. 종이 두께도 그렇고 물감도 그렇고 참 많은 것들에 대해서......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게 가장 순수한 기쁨을 안겨주는 행위의 종류 하나가 늘었다는 것.

:)

흠, 오늘따라 말이 길어졌네. 그것도 굉장히 비장한 느낌으로 말이야.......그러나 나는 절대 넘나 심각하게 그림을 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나란 사람은 매우 게으른 거지. 이전에도 말했지만 만 시간의 법칙을 생각하면 딱히 내가 대가가 될 리도 없고......그러므로 다음주에도 무심히....나의 그림 그리는 행위는 이어질 예정이오니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네, 이제 그만 닥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