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Sapa, "Buy for me!"의 추억
기차가 멈추고 차장이 사람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짊어지고 기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웬 미니 버스에 앉아 다시 또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들 사이에 끼어 앉아 덜컹거리는 산길을 따라 어디론가 향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사파라는 산 속의 작은 도시.
뭔가 깊고 깊은 산골인데 번듯한 느낌의 도시 하나가 만들어져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가장 먼저 한 일은 호텔에 체크인을 하는 일이었다.
대충 저런 느낌이 나는 곳에서 묵었다고 보면 된다.
1박을 하고 다음 날 다시 밤기차를 타고 하노이로 돌아가는 일정?
그러니까 사파에서는 이틀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던 셈이었다.
대충 짐을 부려놓은 뒤 호텔에서 주는 역시 부실한 아침을 먹은 뒤 바로 트랙킹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트랙킹은 판타스틱이었다.
위의 사진을 보면 짐작이 가시겠지만..............크으!! 경치가!!!!!!!!!!!!!!!!!!!!!
다만 한 가지 귀찮았던 것은 트랙킹 가이드들인데...소수민족 여성들과 여행자들을 짝지워준다.
그들은 끊임없이 옆에서 뭘 만들어주거나 등등의 일을 하면서 "나를 위해 이 물건을 사줘"를 외친다.
다 핸드 메이드라 주장하면서.
한눈에 봐도 공장에서 돌린 그것도 좋지 않은 품질의 물건을 수제라고 주장하며 팔려고 하는 것이 참.....
피로했지만 그들이 내 지갑이 열리기를 바라며 쏟는 정성과 소수민족 사람들의 가난을 생각하니.....뭐 가방 하나쯤은 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작은 가방과 가장 저렴해서 다른 여행자들에게도 인기 품목(?)인 팔찌를 두어 개 구매했다.
하지만 그들의 "Buy for me!!"는 이틀 동안의 트랙킹 동안 내 귀를 떠나지 않았다.
정말 구름떼처럼 몰려들어 마구 짹짹짹 외친다. 어느 순간 리모콘으로 음소거를 누르고 싶은 심정이 된 적도 있었다는.
첫날의 트랙킹은 대충 아름다운 풍광과 마을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과 관광 단지로 조성해둔 곳 구경하고는 웅장한 폭포를 보며 공연 비슷한 것을 관람한다. 그리고 같은 음식점에서 이날에 투어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뭔가 여러가지 음식이 나오기는 하나 부실하게 느껴지는 식사를 끝낸 뒤 호텔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무사히 하루를 마치고 "Buy for me!"에서 멀어질 수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호텔 방으로 들어가 샤워도 하고 잠시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며 언제쯤 산책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여기서도 나의 일은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
하릴없이 걸어다녔다.
그러다가 남의 집 빨래를 발견하면 괜히 멈춰서 한참을 들여다보곤 했다.
장기 두는 동네 남자들을 발견하고는 그 뒤에 서서 오랬동안 누가 이기고 있나 알아내려고 애쓰기도 했다.
그들은 나 같은 얼빠진 관광객쯤은 하루에 수십 명도 더 본다는 듯 신경도 쓰지 않았다.
사파라는 곳은 참 평화롭고 여유로움이 묻어난다고 생각했다.
역시 그놈의 "Buy for me!"만 없다면 참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물론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치열하게 삶의 방식으로서 그 소리를 외치는 것일 테니 그것에 대해 너무 폄하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역시 또 인간은 자신의 입장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내 입장에서는 5번 할 것 3번 정도로 줄여줬으면 하는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아무튼 평범하게 돌아다니는 사파는 참 마음에 들었다. 며칠 와서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가 멀리멀리 퍼져나갈 무렵 예쁜 테라스의 카페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 맥주를 시켰다.
그게 얼마나 시원했던지....
정말이지 일순 세상을 다 가진 여자가 됐다.
테라스 너머의 첩첩산중을 내려다보며 지금 이 순간만은 저 풍경이 다 내 거라고 생각하며 호기롭게 그간의 일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다시 도시인지 마을인지 아무튼 시내로 돌아와 시장을 구경했다.
거기 소수민족들이 차고 있는 은제 액세서리를 사고 싶었는데 내가 투어를 위해 지불한 돈이 다른 사람들의 거의 두 배도 넘는다는 쓰라린 사실을 깨달은 뒤라서 진짜인지 가짜인지(금속 알러지가 있어서 가짜를 하면 큰일남) 나에게 사기를 치는 가격인지 아닌지 모르겠어서 그냥 포기했다. 그래도 뭔가 사고 싶기는 해서 모기 물리면 바르거나 근육통 같은 데 효험이 있다는 파스 느낌의 초록색 기름이 싸기에 몇 병 사서 호텔에 돌아가면 먹을 과일을 한 봉다리와 함께 들고 터벅터벅 돌아왔다.
amazing하다는 기억은 전혀 없는 영혼 없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까 함께 다녔던 트랙킹 동지들과 밖에 나가 쏘다니다가 맥주를 몇 캔 사서 호텔방에 들어와 베트남어로 노래가 흘러나오는 티브이 채널을 벗삼아 마셨다.
조금이라도 적은 횟수의 "Buy for me!"와 갖고 싶었던 근사한 팔찌만 살 수 있었어도 완벽에 가까웠을 하루였다고 썼는지 나는 왜 봉이 됐는가에 대한 성토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깨알처럼 자그마한 글씨가 저 페이지를 가득 채웠을 무렵 불을 끄고 잠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