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Good bye, Sapa!
사파에서의 두 번째 아침.
호텔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은 고요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오늘의 태양이 안간힘을 다해 산들을 헤치고 등성이 사이로 떠오르려 하고 있었다.
구름과 사투를 벌이던 태양은 결국 구름에 가려진 채 떠오르고 말았지만 대신 나는 이곳의 투명하고 차갑고 맑은 공기를 폐속 깊숙이 받아들이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물을 끓여 차를 한 잔 홀짝이며 좋아하는 호텔 이불 시트가 자고 일어나 쭈글거리는 사진을 찍어주고,
(나도 내가 왜 그런 것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아한다) 어제와 같은 부실한 아침식사를 먹은 뒤 다시 트랙킹에 올랐다.
어제와는 조금 더 다른 모습이지만 여전히 비슷한 느낌의 다양한 소수민족 마을에 들르는 시간이었다.
자연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끝내주는 풍경이 펼쳐지는 언덕배기 풀밭에 앉아 간식도 먹고.....
조금 더 걸어서 계곡에 이르렀을 즈음에는 점심식사도 했다.
발 밑에 어슬렁거리던 강아지 녀석은 누군가 음식을 흘리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계곡에 발을 담갔는데 시원한 물에 담궈진 발을 흔들며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정말 이곳의 산새는 엄청나게 깊은데도 사람들이 구석구석 살고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문제는 다들 열악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교통이나 뭐나 다 쉽지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관광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면 도로든 뭐든 없는 것은 아닐 텐데 그 정성으로 학교도 짓고 해서 교육도 시킬 수 있지 않을까? 어린 여자아이들이 여물어 소녀가 되면 "Buy for me!"를 외치시 시작하기 전에 말이야......라는 생각을 하려는 즈음, 다음의 여정이 시작됐고, 우리들이 다다른 곳은 이곳에 있는 학교였다.
자그만 아이들이 열심히 수업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까진 괜찮았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이 떼거지로 몰려와 들여다보고 쉴새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데 과연 애들이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설상 가상으로 갑자기 음악이 울려 퍼지더니 아이들이 밖으로 몰려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물론 관광객들은 둘러서서 감동한 표정을 지으며 박수를 쳤다.
나는 갑자기 아까 점심 먹은 것이 체하기라도 한듯 불편해져서는 슬며시 무리에서 빠져나와 학교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많은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만약 정규수업이 있다면 저들은 다 저 학교 안에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럼 내가 보고나온 것은 뭐였지?
뭔가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하려고 계속 혼자서 마을을 돌아다니는데 학교에서의 공연이 끝났는지 다른 여행객들이 곳곳에서 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가이드도 나타나 나를 바라보며 자기에게 뭔가 큰 문제가 생겼으며 그 원인은 나에게도 있고 그래서 자기가 50달러 정도의 벌금을 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했다.
나는 너무 놀라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그냥 거의 울다시피 하면서 나쁜 일이고 힘든 일이라고만 했다. 그래서 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지 물었지만 나중에는 다시 내가 잘못한 것은 없고 그냥 자기가 나를 가이드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있었다는 둥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결국 그녀는 나로부터 50달러 정도 추가의 돈을 뜯어내고 싶었던 거지. 그런데 내가 막 세게 추궁하니까 그나마 아직 마음이 약했는지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꼬랑지를 내린 거지. 그리곤 계속 내 눈치를 살피며 "We happy?"를 물어왔다.
아마도 그 지점이었을 것이다.
여태까지 그래도 멋진 풍경 하나로 버텨왔던 내 마음이 상처받기 시작한 것은.....
투어 가격을 사기 당한 것도 모자라 가이드의 사기 시도까지.....
진짜 기분이 별로였다.
그래도 모든 "Buy for me!"들이 사라지고 강아지가 건네는 위로를 받으니 뾰족했던 마음이 조금은 뭉툭해졌다.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달달하고 부드러운 디저트까지 먹은 뒤에는 뭉툭한 것의 크기가 더 작아졌다.
미니버스를 타고 사파를 뒤로하는 마지막 풍경을 발견한 순간에는,
'그래, 까짓거 다 잊자. 좋았던 것만 가져가자!'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하노이로 떠나는 밤기차에 몸을 실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