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베트남 열흘

#3 People in Hanoi and Night train

by Snoopyholic

이튿날이 밝았다. 엄청 일찍 일어났기에 체크아웃 전에 좀 둘러보고 돌아와 샤워한 뒤 방을 뺄 생각이었다.

호텔에서 주는 다소 부실한 느낌의 아침을 먹고 산책에 나섰다.

이 도시에 있는 다양한 유물을 둘러보면 좋겠지만 정보는 없었고 일단 호텔에 체크아웃 한 시간 전까지 돌아오려면 제일 가깝고 유명한 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호안끼엠 공원과 성 요셉 성당에 대해서 말해줬다.

맞다, 어제 그 공원.....

이미 가봤던 곳이지만 심란한 마음으로 걸어서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 같아 우선 거기부터 가기로 했다. 그 다음에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할 성 요셉 성당을 구경하고 돌아오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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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은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일산의 호수공원이 떠오르기도 했으나 굵직한 나무들 때문인지 그보다는 훨씬 깊은 역사가 있을 것만 같은, 중후하고 묵직한 느낌이 있는 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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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게 될 사람들과 사랑에 빠진 연인들과 흥미로운 책을 읽는 사람들과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이 있었다.

물론 열심히 후후 거친 숨을 쉬며 운동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수면에 회색 하늘과 공원의 초록빛이 뒤섞여 일렁이는 모양을 바라보고 있는데 누가 나를 불렀다.

어제 그 태권도 미국 청년이었다. 그저 어제 잠시 스쳤던 인연이었지만 낯선 곳에서 만나서인지 반가웠다. 그는 비행기 시간이 될 때까지 여기서 어슬렁거리다가 공항으로 갈 생각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네가 나랑 '정말' 연락하고 싶다면 이메일을 쓰라며 종이와 펜을 달란다. 허허. 이 청년 피곤한 사람이구먼.

딱히 대화가 잘 통했던 것도, 그가 굉장히 흥미로운 인간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기에....... 내 가방 속에는 노트와 파란색 볼펜이 있었지만 그냥 뒤지는 척만 하다가 호텔에 두고 왔다고, 안타깝다고, 조심해서 귀국하라고 하고는 서둘러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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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성 요셉 성당으로 서둘러 가려 했지만 나는 자꾸만 거리의 풍경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아마 이곳으로 여행을 온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저렇게 채반 같은 것에 과일이든 뭐든 잔뜩 담고 내려놓기만 하면 좌판이 된다.

어딜 가나 저 플라스틱 의자는 이들의 필수항목인 것 같았다. 카페에도 저런 의자가 쭉 놓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꽃 파는 아주머니에게는 고정된 가게도 의자도 필요없었다. 그냥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손님이 부르면 후다닥 거래를 마치고 다시 거리로 패달을 밟으면 그만이었다.

이들의 일상이 너무 이국적이어서 5분이고 10분이고 가만히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어느 한 곳을 계속 쳐다보거나 하느라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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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그렇게 얼마나 떠돌았던 것일까.

남의 집 빨래를 관찰하다가 내가 길을 잃었음을 알게 됐다.

성당이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게다가 나는 방향치였다.

그리고 너무 덥고 이미 많이 걸어서 땀도 많이 흘리고 피곤했다. 시계를 보니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기도 했다.

일단 후퇴하기로 하고 서둘러 호텔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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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닥 샤워를 마치고 짐을 짱짱하게 파바박 싼 뒤 호텔비를 지불하고 배낭을 맡기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다시 이 도시를 둘러보다가 어디든 들어가 저녁을 먹고 돌아가면 사파로 가는 일정이 시작될 것이었다.

나오기 전에 다른 몇 군데의 관광지를 물어보고 지도에 표시해서 나올까 했으나......

결국 나는 지도고 뭐고 아무 목적도 없이 그냥 하릴없이 떠돌며 도시의 일상을 채집하는 일에만 골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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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다니는데 식사때를 넘긴 상태라 배가 엄청 고팠다. 하지만 또 아무거나 먹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배고픔 때문에 더 날카로워진 매의 눈을 하고 돌아다닌 끝에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식당에 들어가 앉았다. 한국어를 공부한다는 중학생 소녀를 만나 그녀가 추천해준 음식을 주문해서 후루룩 먹었다. 슬슬 차오르는 배에 곁들인 얼음 맥주는 뜨겁고 습한 이 도시의 날씨에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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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만난 성당!

뭔가 미사 중인 분위기.

그래서 나는 들어갈 수 없는 분위기?

하는 수 없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기다리기로 했다.

뭔가 호암끼엠 호수로 추측되는 호수가 보여 그 주변을 돌아다니며 아이스크림도 먹고 그늘 아래 신발 벗어 던지고 앉아 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너무 더워서....어딘가 에어콘이 나오는 곳으로 들어가고 싶을 뿐이었다.

결국 근처의 분위기 좋아 보이는 카페로 들어가서 차를 마시며 오래도록 이 여행 일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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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곳이 너무 시원했던 바람에 나는 오래도록 그곳에 눌러 앉아 있었다.

허허....

정신 차리고 보니 해가 어둑어둑....

깜짝 놀라 밖으로 나왔다. 어서 저녁밥을 먹고 호텔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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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없지만 딱히 어딜 가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들어간 허름한 포 식당.

띠옹!!!!!!!!!!!!!!!!!!!

이렇게 맛있을 수가......가격은 1/3 수준.......

이제 한국에서 파는 쌀국수는 쉽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옆에 있는 사탕수수 주스 집에서 한 봉다리 사서 후식으로 쭉쭉 빨며 사파로의 투어를 시작하기 위해 호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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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 뻘쭘하게 앉아 있다가 호텔 앞으로 픽업 나온 봉고차를 탔다.

그 차에 거의 12명 정도의 사람들이 쭈그리고 앉은 듯. 기차역에 도착해서야 쭈그렸던 몸을 펼 수 있었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표에 적혀 있는 숫자에 맞는 칸으로 향했다.

난 딱히 별로 큰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오랜만의 침대 기차였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도 그렇고....참 마음에 들더라고.

같은 칸에 탔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수다를 떨다가 잠들었다.

(제일 신기했던 것은 네덜란드 경찰관이었다. 경찰이란 직업을 가진 사람을 현실에서 일상적으로 만날 기회가 없었기에 괜히 무서웠음....역시 난 죄가 많은 인간인가봄....ㅡ_ㅡ;;;;;)

사실 그 수다 중에서 각각 투어의 종류와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다시 마음의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지만....그저 사파라는 곳에의 기대로 채우기로 결심하며 슬프고 어두운 예감 따위는 애써 무시하고 그냥 잠을 청하기로 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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