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하게 흘러갔던 한 주
일월 셋째 주는 뭐랄까...
사치스러운 한 주였다.
어느 때보다 열심히 책을 읽었다.
6권 정도 읽은 듯. 그리고 그림을 그렸지. ㅎㅎㅎ
그림의 경우 야매로 만든 첫번째 스케치북을 끝냈다. 그 말인 즉슨 그 스케치북의 프로젝트(?)였던 그림일기도 마무리됐단 말씀.
16일을 꼬박 그림을 하나씩 그린다는 게 참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나 할까.
긴 말 않겠다. 뭔 그림 그렸는지 보러 갑시다.
#307 Hello, Stranger!
문득 내가 눈을 감으면 나는 나를 볼 수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 말인 즉슨 내가 눈을 감은 채 결코 나를 볼 수 없다는 것. 눈을 감은 내 모습이란 타인이 혹은 내가 실수로 아니면 의도적으로 그런 모습을 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모습이라는 것. 내 모습 자체도 사실은 거울이라는 매채를 통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데 심지어 눈 감은 모습은 그 매채를 이용해도 동시에 볼 수는 없는 무언가다.
난 눈 감으면 우찌 생겼나 상태 점검을 위해 사진을 찍어 그려봤다.
#308 Playing w. Blue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가 만년필과 잉크인데 그것들이 딱히 저렴한 것은 아니어서.....
어쨌든 현재 나에게 있는 잉크는 검은색 잉크밖에 없었던 것.
그러나 넘나 다른 색 잉크를 써보고 싶어서..............결국.................파란 잉크 한 병을 샀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너무 신나서 뭘 그려볼까 고민하다가 원래 사서 잘 쓰다가 행방불명된 라미 잉크를 찾기 위해 대대적으로 방을 몇 차례 뒤집었을 때 발견된 네덜란드 도자기 브로치 위에 있는 작은 새를 그렸다. 그러고 보니 암스테르담 뒷골목의 앤틱숍에서 발견하곤 참 덧치 스럽다 싶어 데리고 온(그러나 통일 전 동독일 생산품) 티포트 위에 그린 풍차가 있는 풍경을 그려보았다.
텍스트 위주의 생활을 했을 때는 잉크가 번지는 것에 대한 극도의 불안과 공포가 있었는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는 오히려 그 번짐을 이용하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음.
#309 Book of the day Tea of the Night
이 날은 아침에 일어나서 밤 늦게까지 책을 읽은 날. 아마 두 권 읽은 날이지 싶다. 그중 한 권이 김보통 작가의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였는데 회사 다닐 때 매일 합정 대로에 달리는 차를 바라보며 저 차에 치이면 얼마 만에 죽을까를 계산하며 서 있다가 출근하면 조증의 상태로 버티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방 문을 잠그고 무릎을 끌어안고 3시간이고 4시간이고 방바닥 패턴에 있는 점이 몇 개인지 세다가 쓰러져 잠들고 다시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생활을 했던 내가 떠올랐다.
그래서 결국 나 또한 회사를 그만뒀지만 아무 전략도 생각도 없이 그냥 소설가가 되겠다며 현실 같은 건 무시하며 살다가 폭망한 내가 있다. Tea 쪽으로 뭔가 해보겠다면서 발버둥쳤지만 뾰족한 수는 여전히 없고 팔리지 않는 책을 두 권 낸 내가.
아무튼 매우 흥미롭게 읽은 책. page turning 책으로 두 시간 만에 다 읽음.
그리고 밤에 나의 마지막 디카페인 홍차 티백으로 밀크티 만들어 마심. 아쉬운 마음에 그림으로 남겨줌.
#310 Night Fall
미드를 좋아한다.
요즘 실시간으로 본방사수하는 드라마 신의 기사단.
성배를 둘러싼 권력의 다툼과 성전 기사단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들이 어우러며 화면 위에 펼쳐진다.
무엇보다 남자남자한 멋진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서 테스토론을 마구 뿜어줌으로써 나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주고 있음.
#311 어서와, 개미지옥은 처음이지?
드디어(?) 일기장의 마지막 장.
뭔가 근사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그야말로 타오바오라는 개미지옥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시간을 다 보내는 바람에 진짜 생활 밀착형 그림일기를 그렸다.
아.....
난 왜 발목을 삐끗한 것인가.....
ㅠㅠ
어쩔 수 없다. 발을 들여놓고 말았으니........나의 욕망을 잘 컨트롤하는 수밖에.
#312 Nori XIII
조카바보 고모님의 주간 업데이트.
이제 뭔가 조금 또렷한 기미가 보이는 나의 조카님.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 같은 사진이 왔기에 그려봤다.
슬슬 낯가림을 시작할 것 같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하다. 멀리 사니 얼굴 보기 힘든데 나 보면 으앙 울음을 터뜨리면 어쩌지....나도 같이 울어버릴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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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이렇게 쑥쑥.....나날이.....나의 그림은 숫자를 더해가고 있구나.
딱히 많은 사람이 물어보는 건 아니지만 이따금 사람들이 나에게도 뭘로 그림 그리느냐고 물어보곤 한다.
현재 그 설명을 위해서 그림책 한 권을 열심히 칠해 나가고 있음.
조만간 그걸로 알려줄 날이 있을 것이다. 랄랄라~
'그림'이라는 것이 내 인생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다.
요즘은 일기장에도 낙서 같은 그림을 막 첨부하곤 한다. 그렇게 완벽하게 내가 인식조차 못하게 더 더 더 내 인생의 일부가 되길.......그날까지, 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