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_ week 57

다양한 시도

by Snoopyholic

사람이 아프다는 건 확실히 정신의 나사가 어디인지 느슨해진다는 뜻이다.

낫기 위한 고군분투가 이어졌던 한 주.

일부러 병원에 가지 않았는데 열이 나지 않는다는 건 감기가 그렇게 심하지 않다는 뜻이라는 믿음과,

감기란 자고로 약 먹어도 일주일 그냥 잘 돌봐도 일주일이라는 이야기를 믿었기 때문이다.

우는 아기 달래듯 얼르고 또 얼러 겨우 낫나 했다가 컨디션 좀 회복됐다고 외출한 사이 나의 감기는 더 심해지고 말았다는.......

모친의 폭풍 잔소리: "그러게 내가 병원 가라고 했잖아, 왜 안 가서 고생이냐...말 좀 듣지! 으이구, 쫌!"

저 레파토리를 일주일 동안 백 번도 넘게 들은 듯하다.

신기한 건 사람이 나사가 느슨해지니까 몸에 힘이 빠지면서 전에 안 해보던 걸 막 아무렇지 않게 해보게 되더라는 것.

그래서 이번주엔 이상한 그림들을 그려봤다.


#318 Don't ask

처음에는 색깔 가지고 장난 좀 친 게 다였는데....

금색 잉크를 사용해보게 되고 이게 뭐지 하다가 마커펜을 사용해보게 되고...

강렬한 페인트의 석유냄새를 맡으며 쭉쭉.....

저런 그림으로 완성되었다.

뭐나고?

그래서 제목이 묻지 마시라이다. 나도 모르니까.


#319 紅空

붉은 하늘.

바람 쐬고 싶은데 바람 들어가면 즉시 다시 아플 것 같아서....

어디선가 노을이 비치는 걸 상상하며....그래서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상상하며......


#320 Lunar Eclpise I

35년 만이라고 했던가. 슈퍼문 블루문 블러드문 세 가지가 겹쳐 일어났던 월식의 밤.

밖에 나가 관찰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타 마시는 감기약을 홀짝이며 우주쇼를 감상.

너무 사진으로 찍어보고 싶었으나 나의 즈질 카메라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통감하며 비탄에 젖었다가...

고뤠?

그냥 그림으로 그려보면 어떨까?

그래서 무작정 그리기 시작.


#321 Lunar Eclipse(II)

달이 완전 붉어지기 직전.

그 얇디 얇은 달의 조각이 그렇게 환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322 Lunar Eclipse III Blood Moon

마침내 블러드 문의 순간.

그 붉은 달은 너무나도 신비해 보였다.

옛날 사람들은 이걸 흉조라고 봤다고 하던데 왜 그랬을지 이해가 갔다.

그저 휘엉청 밝아야 할 보름달이건만 갑자기 거무스름한 그림자가 달을 잡아먹다 못해 핏빛이 됐으니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나고야 말 거라며 두려워했으리.

하지만 지구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이라는 걸 아는 나에겐......그 색깔이 저렇게 붉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근사하게 느껴졌다는.

이 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달이 점차 밝아오는 것으로.....월식이 마무리됨.


#323 BANANA ISLAND

바나나를 먹다가 거기 붙어 있는 스티커를 발견.

평소 나의 습성에 따라 다이어리에 붙이는데 이 바나나가 사실은 바다 위를 떠다니는 섬으로 표현됐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이걸 그려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정말 저런 섬이 떠다닌다면......하긴, 떠 다니면 섬이라기보단 함선인가? 아니다.

환경오염으로 바다를 떠다니는 쓰레기섬도 섬이니 저것도 섬이라고 하련다.

그냥 다 내려놓고 바코트의 바다 위를 떠도는 바나나 섬에서 휴양하다 오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그려봄.


#324 Nori XIV

입춘대길 건양다경

영하 6도가 넘던 입춘.

사랑스런 조카의 주간 업데이트로 일주일 그림을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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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강렬한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던 한 주.

그런 의미에서 나사가 느슨해지는 것도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구나 싶었던.

그렇지만 아픈 건 힘들다.

기침은 이제 그만하고 시프오.

그림 그리는 일이 이렇게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활동이라는 사실이 감동적이다.

다양한 시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지.

그나저나 왜 이렇게 추운 것일까.

뭐, 어찌됐던 봄은 오겠지만.

내 인생의 봄도 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