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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opyholic Jul 27. 2021

꿀이 '꿀잼'인 이유

다양한 꿀의 세계


사람들은 뭔가 아주 아주 아~~~~~~주 강렬하게 재미있는 일을 겪을 때 '꿀잼'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래서 그 '꿀잼'이라는 말의 반대말을 생각해봤다.

그랬더니 바로 머릿속으로 꽂힌 말이 끔찍하게 재미없을 때 사용하는 말, '핵노잼'이다.

왜 '노꿀잼'이 아니라 '핵노잼'일까?


일단 '꿀잼'을 살펴보면 재미있는데 꿀이란 접두사를 붙였다는 것은 그게 아주 달콤하게 느껴진다는 거다. 게다가 진짜 제대로된 꿀을 먹으면 목구멍이 쎄할 정도의 강렬한 느낌을 받기 마련인데 '레알' 재미있는 일을 겪을 때도 짜릿한 기분이 들지 마련이지 않은가!

그런 느낌들이 버무러져 나온 말이 바로 '꿀잼'이지 않을까 싶다.

반면 '핵노잼'의 경우 일단 재미없다는 것 자체에 달콤함이 있을리가 없고 '핵'이라는 말이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그 일을 겪으면서 황폐해지는 기분을 겪었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핵폭탄이 빵 터진 곳은 황폐해지기 마련이고 재미없는 건 충격적이기도 하니까.

나가사키에 갔을 때 산 증인들의 이야기를 육성으로 들어서 습득한 지식이지만 정말 핵폭탄은 '핵노잼'의 수준을 지나 잔혹하다. 국가 대 국가로 봤을 때 전쟁이라는 프레임에서 그런 사건이 일어났을 테지만 그 안에서 피해를 겪은 건 평화롭게 일상을 이어가던 평범한 사람들이었으니. 물론 상대편 피해 국가들에서도 같다. 가해를 한 건 군인과 국가라는 이름이지만 피해를 겪은 건 당장 닥친 끼니에 뭘 먹을지 고민하며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며 살아가던 사람들.

이것 봐, 이런 '핵노잼' 이야기에 달콤한 꿀은 끼어들 자리가 없다.


위에 잠시 언급했지만 내가 말하는 제대로된 꿀이라는 건 그야말로 꿀벌들이 오직 자신들의 힘만을 동원해서 수분까지 날린 숙성꿀을 말한다. 아마 앞으로 내가 이야기하는 꿀의 기본값 역시 숙성꿀이 될 것이니 기억해주시길.


아니, 숙성꿀은 뭐고 그냥 꿀은 뭐고 사양꿀은 뭐냐고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을 드리자면!

일단 꿀이 상품이라는 형태로 팔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준이 있는데 일단 탄소동위원소비율이 식약처 기준 -23.5% 이하여야 천연꿀로 인정받아 판매가 가능하다. 이보다 높으면 사양꿀이다.

천연꿀은 다시 숙성꿀과 그냥 꿀로 나뉜다.

숙성꿀은 아까 언급한 그대로고 그냥 꿀은 꿀벌이 수분을 날리는 것이 아니라 물꿀을 모아 열을 가해 수분을 20%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아무래도 열을 가하면서 효소나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일정 부분 파괴되고 정제과정을 거치며 꽃가루 등이 걸러진다.

사양꿀은 아예 꿀벌들에게 설탕물을 먹여 만든 꿀이다. 사실 외국에서는 이걸 꿀이라고 안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사양꿀'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어찌 보면 약간의 혼선을 빚고 있다.

가격은 숙성꿀 > 그냥 꿀 > ...... 사양꿀 순서라고 보면 된다.


꿀벌들이 자신의 벌통이 있는 지역 반경 2-10km(유럽에서는 12km까지 이동한다고 봄)에 있는 밀원식물에서 꽃꿀을 가져오므로 지역마다 꿀의 맛이 다르다. 마치 와인이나 차나 커피처럼 '테루아'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테루아'라는 말이 등장한다는 건 향과 맛의 차이를 음미한다는 것이고...


그냥 평범한 유리병에 든 것, 편리하게 짤 수 있는 귀여운 곰돌이 모양에 든 것, 벌집을 그대로 잘라 담은 벌집꿀, 벌집꿀 조금에 꿀을 채운 청크허니, 크리미한 크림꿀, 많은 사람들이 설탕으로 오해하는 억울한 결정화한 꿀.....종류도 많다.


또 그 꿀들은 모든 음식, 음료와 잘 어울린다. 꿀에 포도주를 섞는 건 아주 오래 전부터 연회에서 사용된 파티 음료였고, 포도주에 버금가는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이 바로 꿀술이기도 하다.


헉헉....

아직 조금밖에 말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기나긴 글이 되고 말았다니!!!

분량조절 실패해서 '핵노잼' 글이 되기 전 이쯤 해서 그만하겠다.


(숨을 가다듬고)


꿀 이야기는 이처럼 '꿀잼'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위에 이야기한 것 외에도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는.......'꿀정보' 슬쩍 흘리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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