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바보 그리고 벌꿀바보의 탄생
나는 도시양봉가다.
처음에는 나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단지...
타샤 튜더 할머니의 삶을 책으로 엿보다가 밀랍초를 만드는 게 너무 신기하고 궁금했다.
미국 드라마 <엘리멘트리>에서 비록 내가 격하게 애정하는 영국 드라마 <셜록>과는 사뭇 다른 셜록이지만 그가 마천루로 빽빽한 뉴욕의 아담한 자신의 (것이나 다름없는) 건물 옥상에서 도시양봉을 하는 모습이 근사해 보였다.
건강이 바닥을 쳤을 때 운명처럼 먹기 시작한 화분이 맛있어서 매일 먹었을 뿐인데 병원에 가는 횟수가 급격히 줄었다.
문득 떨어뜨리는 일 없이 먹어왔던 꿀에도 조금 더 전문적인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알아 보니 도시에서 생산된 꿀도 먹을 수 있는 거라고 한다.
심지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생산된 숙성꿀을 먹으면 알레르기 예방에도 효과가 있어 외국에서는 왕왕 의사들이 섭취를 권하기도 한다고.
DIY를 좋아해 뭐든 만드는 걸 즐겨하는 나의 마음이 꿈틀거렸다.
'내가 직접 꿀을 생산해버리자!'
어차피 귀농하면 양봉은 꼭 하려고 했는데 알아보니 귀농이 쉬운 게 아니고 귀농도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에라, 모르겠다.
도시양봉을 가르쳐주는 곳을 찾아냈다.
없는 돈을 쥐어짜내 수업에 등록을 하고 꿀벌들을 만났다.
귀여워서 꽁무니 쫓아다니며 카메라를 들이대던 그런 꿀벌과의 만남 말고 쏘임을 방지하기 위해 방충복과 장갑 등의 의복을 갖추고 도구를 들고 꿀벌들이 잔뜩 모여 사는 집을 열어보며 돌보는 방법을 정식으로 배우는 만남.
나는 결국 꿀벌을 너무나도 사랑하게 되어 '꿀벌바보'라는 부캐를 만들게 됐고, 꿀벌들과 수상한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형언할 수 없이 사랑하지만 나의 이런 마음도 몰라주고 툭하면 독한 봉침을 쏘아대는 살벌하기도 한 이 작고 아름다운 존재들을 더 이해하려고 많은 책을 섭렵하고 영상을 찾아보고 공부하는 것도 모자라 본격적으로 양봉을 배웠다. 사람들에게 꿀벌의 신비함과 근사함에 대해 알리는 강의에 나가는가 하면 직접 벌통을 담당해서 관리하는 도시양봉가가 됐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사랑하는 꿀벌을 소개하겠다고 이 글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이들이 생산해내는 부산물 중 하나인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꿀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꿀벌바보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벌꿀바보'가 되는 수순을 밟았다.
어떤 사람들은 단지 달콤하기 때문에 꿀을 먹고, 어떤 사람들은 건강해지려고 꿀을 먹는다.
다 좋다.
그런데 내가 벌꿀바보가 되고 나서 보니 꿀에는 달콤함이나 건강 외에도 훨씬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의외로 사람들이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
조금 들려주려고 한다.
궁금한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어쩌나 걱정도 살짜쿵 되지만....
용기를 내어본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