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대답 vs 긴 대답
누군가 나에게 꿀의 어떤 면이 그렇게 좋은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도 되물을 것이다.
"긴 대답을 원하세요? 아니면 짧은 대답?"
짧은 것부터 이야기해준다면 너무 쉽다.
"맛있잖아요, 달콤하고 좋은 향기도 나고. 게다가 몸에도 좋다잖아요."
하지만 길게 이야기해야 한다면 조금 복잡해진다. 어찌 보면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유이기도 하다.
도대체 왜 꿀이 좋냐는 질문에 긴 대답을 하기 위해서.
꿀은 상당히 신비로운 액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꿀이 올림푸스 신들의 음식이라고 믿었고, 고대 이집트인들은 꿀을 피부나 눈 쪽의 문제를 치료할 수 있는 약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제는 어느 집에 가도 한 병쯤은 가진 흔한 것이 꿀이지만 사람을 몽롱하게 사로잡는 그 흐름과 영롱한 빛깔, 그저 달콤하다고만 치부해버릴 수 없는 복잡미묘한 달콤함과 섬세한 다양성으로 가득한 향기까지 꿀의 모든 것은 여전히 신비롭다.
세상의 먹고 마시는 모든 것에 관심이 높은 나는 특히 차와 와인을 좋아하는데 꿀도 그 둘처럼 향기와 색과 맛을 감상하고 품평하는 문화가 발달해 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차는 쓰거나 떫기도 하고 와인은 알콜이라 알딸딸해지곤 해서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왕왕 있지만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즉시 미뢰로 퍼져나가는 꿀의 달콤함과 향기로움을 쉬이 마다할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그래서 이미 고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마음과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꿀은 만능 재주꾼이기도 하다.
어느 집에나 한 병씩 가지고 있다는 것은 쓰임새가 다양하다는 뜻이고 실제로 꿀은 어떤 음식이나 음료와도 잘 어울린다.
나는 꿀이 너무 좋다.
처음엔 사양꿀과 진짜 꿀이 따로 있고 진짜 꿀은 아카시아꿀, 밤꿀, 잡화꿀이 있다는 정도만 알았다.
이따금 외국에 다녀온 친구들이 선물해주는 클로버꿀, 마누카꿀 같은 것을 먹을 때면 그저 이국의 향미는 뭔가 다르긴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
하지만 도시양봉을 시작한 뒤로는 꿀의 세계가 넓다는 것에 눈을 뜨고 거기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꿀을 너무 좋아하니까 이따금은 스스로도 인간의 탈을 쓴 곰이 나의 진짜 정체가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꿀 먹기 경합을 벌이면 곰돌이 푸를 이길 자신도 있을 정도라는!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