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꿀벌, 관계의 시작
1924년,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의 아라냐 동굴에서 한 벽화가 발견됐다.
그 벽화에는 사람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 벌꿀과 벌집을 채취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역사학자들은 이 그림이 그려진 시기가 7000년~15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봤다.
이 사람은 그야말로 맨몸으로 벌집이 있는 곳까지 올라가 벌들의 식량과 집을 채집하는 중이다.
맙소사, 방충복을 입고 해도 무서운 일을 저렇게 맨몸으로 하다니!!!
아마도 그 시절 벌집 털이(?)를 하러 간다는 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이야 사람이 벌에 쏘이면 아낙필라시스 쇼크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당시에는 꿀 따러 갔던 사람이 쏘여 와서 퉁퉁 붓거나 갑자기 죽거나 하는, 그야말로 하늘의 운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굉장한 행위였을 터.
얼마나 벌이 무서웠으면 벌의 크기를 새처럼 큼직하게 표현했겠는가!
그 무서움을 극복한 용감한 채취자의 아래 쪽엔 제2의 용맹한 채취자인지 아니면 두려움에 떨며 선뜻 채취자를 도우러 가지 못하는 도우미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 한 명 더 표현되어 있다.
벌꿀과 벌집 채취를 위해 한 사람만이 동원된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렇게 채집행위를 동굴벽화로 기록했다는 것 자체가 무탈히 벌꿀과 벌집을 채취해서 돌아오라는 기원을 담은 주술적인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 시절에는 성공적인 사냥을 위해서 주술적 의미를 담아 많은 동굴벽화가 그려졌으니 말이다. 또한 꿀이 단지 식량이 아닌 주술을 위해 사용되는 특수한 재료로 사용됐을 것이란 추측도 있다.
아무리 위험이 크더라도 벌꿀과 벌집은 이들에게 너무나도 유용해서 포기할 수 없는 식량이자 자원이었던 듯하다.
어떤 인공의 감미료도 없던 시절 꿀이 주는 달콤함은 이들에게 상상 이상의 만족감을 가져다줬을 테니.
인류는 이처럼 아주 오래 전부터 벌들의 식량과 집을 탐해왔다.
그러니 내가 꿀을 탐하고 자꾸만 벌집을 기웃거리는 건 어쩌면 이미 고대부터 나의 DNA에 새겨진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꿀 한 숟가락 먹으러 이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