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기록이 필요하다
기록한다는 건 기억하겠다는 의지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치가 없다고, 기록은 남겨서 무엇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언제나 순간을 붙잡고 싶었기에 기록을 멈출 수 없었다.
모든 일상은 그저 무채색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여행을 간 동안의 이야기라든지 감정의 커다란 소용돌이를 느낀 날이라든지...
그런 모든 날들은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TV 드라마 중 사극을 유난히 좋아했는데 그때마다 ‘실록’이라는 단어가 자주 떠올랐고 사전에서 찾아보니 그게 실제의 일들을 기록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궁에서 일어난 조선왕조실록이 유명했고.
무언가를 기록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쭉 매료됐던 나는 자연스럽게 작가가 되고자 했다.
운명의 파트너 스누피조차도 집 위에 앉아 타자기로 친 소설을 투고하는 것을 보며 나도 그걸 꼭 하겠다고 결심했던 면도 있다.
비록 나에게 타자기는 없었지만 내 삶은 모두 일기라는 형식의 기록으로 남기고. 그 일기에 적은 감정들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
나름 그 소설은 학교에서 히트를 쳐서 다른 반까지 건너가 읽힌 뒤 돌아오곤 했다.
언젠가는 그저 학교가 아닌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소설을 쓰겠다며 당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많은 소설들을 섭렵하기도 했다.
정말 공부는 열심히 안 하고 ‘딴짓’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
그렇게 주구장창 기록하다 보니 정말 책도 내게 되고 기사도 내보내고 인터뷰도 하고....정말 다양한 글쓰기를 하게 됐다.
그냥 글로 기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진이라는 매체도 열심히 활용했다.
시각적인 감각이 추가되니 내 기록에 정교함이 더해졌다.
나에게 남은 기록들은 내 불완전한 기억을 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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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갑자기 문득 떠오른 어느 날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을 때 기록이 없다면 당신의 기억은 흐릿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선명하게 기억한다고 단언하더라도 사실은 조금 왜곡된 기억일 확률이 몹시 높은 것처럼.
현재의 경험 중 기억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그렇다면 기록하라.
인생의 주인공이니 자신만의 실록을 작성해나가는 거다.
물론 나의 입장이 훨씬 더 강렬하게 반영된 외전이라고 해야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지만 무슨 상관이랴.
내가 써내려가는 내 역사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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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적으로 회의록이나 업무일지는 조금 성격이 다를 수도 있긴 하다.
그건 공적인 의의가 첨가되는 것이다 보니.....아마 그런 종류의 기록이라면 실록에 가까운 느낌으로 가야겠지.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면 남는 기록들 같은 것들.....그것을 한데 모두 모을 수만 있다면 내 몸의 역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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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할 수 있다면 사진이나 동영상의 기록이라도 남겨는 놓아보자.
다시 오지 않는 순간을 박제해두었다가 어느 날 그 감정의 에너지가 필요한 순간 꺼내 충전하는 거다.
왜 자꾸 귀찮게 하느냐고?
후회 하지 마시라고.
우리의 불완전한 기억력이 당신이 완벽한 복원을 원하는 기억을 원하는 딱 그대로 불러와주는 일이 어려운 순간-
‘사진이라도 찍어놓아 둘 걸....’
‘그 사람의 웃는 모습 단 한 번만 다시 볼 수 있다면....’
‘그때 참 행복했는데....’
하고 후회하지 마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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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는 여기까지!